한-미 정상 첫 통화 "포괄적 대북전략 조속히" 눈높이 공감
'미, 북한 문제 후순위' 우려 덜어
코로나 진정 뒤 정상회담 약속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뒤 이뤄진 첫 한-미 정상 통화에서 빠른 시일 안에 포괄적인 대북 전략을 함께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또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두 정상의 첫 통화는 지난달 20일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14일 만에 이뤄졌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오전 8시25분부터 8시57분까지 (32분 동안) 한-미 정상 첫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이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며 “미국이 새 리더십 아래서 국민통합과 더 나은 재건을 향한 비전을 실현하기 바란다”고 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따뜻한 축하와 성원에 감사한다”고 회답했다. 다소 논란이 됐던 통화 시점과 관련해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분주하신 가운데 전화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과 통화 못 할 정도로 그렇게까지 바쁘지는 않다”고 답례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정상 간 첫 통화가 세차례 웃음이 나오는 “진지”하지만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양국의 ‘핵심 현안’인 미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진전시키기 위해 공동 노력해 나가자”고 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된 당사국인 한국 측의 노력을 평가하고, 한국과 같은 입장이 중요하며 한국과 공통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백악관도 3일(미국시각) 자료를 내어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해 긴밀하게 조율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은 미국이 새 대북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고, 한국·일본 등 동맹국과 협의하겠다는 원칙을 공개한 바 있다. 백악관이 이날 “북한에 대해 긴밀하게 조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힘에 따라 정상 통화에서도 이 원칙이 거듭 확인됐음을 알 수 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측의 노력을 평가한다” “한국과 같은 입장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점을 보면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미국이 열린 자세로 진지하게 검토 중임을 짐작하게 한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긍정적인 신호다.
두 정상이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인 대북 전략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미국이 코로나19 대응 등 국내 현안에 밀려 대북 문제를 후순위로 다룰 것이라는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북) 정책을 같이 만들어가겠다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조기 추진에 의욕을 보인 한-미 대면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한-미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밝혀 기대보다 다소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한-미 동맹의 향후 역할에 대해 “한·미가 역내 평화와 번영의 핵심 동맹이라는 사실도 재확인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 동맹으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을 넘어, 민주주의와 인권 및 다자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정세 변화에 결정적 변수로 꼽히는 3월 한-미 연합훈련 등 구체 현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한-미-일 3각 협력과 관련해선 두 정상이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이 역내 평화와 번영에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지난달 27일 미-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미-일 협력에 대해선 특별히 언급하지 않으며 한국에 냉담한 자세를 이어갔지만, 정부는 지난해 9월 스가 요시히데 총리 취임 이후 보여온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다시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미-일 3국 협력은 “한반도 정세를 놓고 같이 대화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나왔다면서 어느 쪽이 먼저 꺼냈는지를 밝히지 않았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정상 통화에 대해 “아직 미국이 (대중·대북) 정책 리뷰 과정이어서 오늘 통화는 한-미 간 어젠다 맞추기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정에 밝은 한반도 전문가는 백악관이 한-미 정상 통화 자료에 인도·태평양 등의 용어 사용을 자제한 점 등을 언급해가며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을 중시하는 것 같다. 수사가 아니고 실제 언행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김지은 이완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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