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은 화수분 아니다"라며 재원 확보 논의엔 입 닫은 기재부

박상영·안광호 기자 2021. 2. 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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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기금 여유재원과 세계잉여금 등 활용 방안 거론
기재부는 국채 발행 가능성 외 대안 안 내놔 "소극적" 지적

[경향신문]

코로나19 장기화로 4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자영업자 손실 보상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한 반면 재정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금 여유재원과 세계잉여금 등 재원 확보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지출 규모 및 방식에만 골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계층을 위해 기금 여유재원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산하 정책연구기관인 민주연구원을 통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실제 상당수 기금은 여유자금 대비 사업지출액이 적은 편이다. 장애인 고용촉진기금의 경우 여유자금은 9983억원으로 총 지출계획 대비 여유자금 비율이 약 60%이다. 영화발전기금도 여유자금 비율이 61.7%로 1882억원이 쌓여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들 기금을 그대로 두기보다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이나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데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세계잉여금과 기타 기금 출연금, 휴면예금 등 미청구자산 관리 수익을 재원으로 하는 내용의 사회연대기금법을 발의했다. 이 기금은 저소득층의 생계 지원과 저신용자의 신용회복 지원, 실직자의 취업 및 생계지원 등에 사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한시적으로 고소득층 개인과 법인에 한해 세율을 올리자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정치권에서 다양한 재원 확보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기재부는 아직까진 국채발행 가능성을 제외하고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는다. 증세의 경우 충분한 재정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안일환 기재부 제2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제2차 공공기관 투자집행 점검회의에서 “미래 세대의 부담인 국가채무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의 불가역성을 경고한 일본의 ‘악어 입 그래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채무는 늘어나는데 국세수입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이 4차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방안을 추진하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본인 거취까지 언급하며 반대하고 있다. 1·2·3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등을 두고 여당과 충돌하다 결국 물러섰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로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해온 홍 부총리의 입장도 상당부분 반영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정당국이 재정 확충에 대한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정부가 국채 발행에 부정적이라면 한시적 증세나 지출 구조조정 등 재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며 “위기 국면에서 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은 책임 있는 자세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추가 재원 확보가 어렵더라도 향후 경기회복을 위해서 단기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는 “저금리 기조에서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국채비율이 다소 완만하게 증가한다”며 “경제가 안정 궤도로 들어서기까지는 정부의 역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상영·안광호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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