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나고 공매도 재개? 우릴 머저리로 아나" 개미들 부글부글
‘10조원 이상(31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5조원 이상(28개) 롯데케미칼, 한온시스템….’
지난 3일 저녁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에선 ‘코스피 200 및 코스닥 150 구성 종목'이라는 제목의 한 장짜리 자료가 화제였다. 금융 당국이 오는 5월 3일부터 코스피 200종목과 코스닥 150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를 재개한다고 밝히자, 이 350개 회사가 어디인지 알아 두려는 개인 투자자들이 자료를 공유한 것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각한 뒤 나중에 다시 사서 갚는 매매 기법으로, 나중에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 개인들은 공매도를 허용할 경우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우려해왔다.
정부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론·실증적으로 타당성이 검증된 바 없다”며 공매도에 대한 개인들의 불안을 잠재우려 했다. 하지만 이미 ‘공매도는 악(惡)’이라고 낙인찍은 투자자들에게는 정부의 논리적 설득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투자자 이모씨는 “공매도를 하면 주가가 떨어진다는데, 5월에 공매도 타깃이 될 만한 종목은 피하고 싶어서 리스트를 다운받아뒀다”며 “앞으로는 공매도 안 되는 잡주만 거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매도 4월 9일쯤 재개하지 그러느냐”
“5월 2일까지 공매도 금지 연장한 것은 누가 봐도 선거용입니다.” “이 정부 역시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군요.”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금지를 5월 2일까지 연장한 금융 당국의 조치를 ‘선거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일부 종목만 공매도를 허용하도록) 시스템을 고치다 보니 시험 가동이 필요해서 공매도 금지 기간을 두 달 늘렸다”고 했지만, 개인들은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전까지만 투자자들의 반발을 피해 가려는 행동으로 본 것이다. 투자자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이럴 거면 선거 끝나고 나서 4월 9일쯤 재개하지 그러느냐” “너무 티가 나니까 적당히 5월에 재개하는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우리를 ‘머저리'로 아느냐”거나 “선거 때 여당에 ‘본보기’를 한번 보여주자”는 식의 글도 이어지고 있다. 공매도가 다시 허용되면 주가가 하락할 것을 우려하는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영원히 금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5월부터 일부 대형주 중심으로 공매도가 재개되더라도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불만도 개인들 사이에 나온다. 공매도 대상이 되는 코스피 200과 코스닥 150은 종목 수로는 전체의 15%밖에 안되지만, 시가총액은 82%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공매도 부활로 시총 상위 종목 주가가 내릴 경우 전체 지수도 빠질 수밖에 없고, 그 영향이 소형주로 전파된다는 것이다.
◇공매도 찬성해온 증시 전문가는 신변 위협 느껴 방검복 구입
공매도에 반대하는 개인들은 공매도 찬성론자를 마치 역적 대하듯 공격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해 왔던 한 증권 전문가는 최근 불안감에 방검복을 구입해서 입고 다니고 있다. 그는 “가끔 위협하는 전화도 오고, 뉴스 댓글 등에 ‘참수 대상이다' ‘척살해야 한다'는 식의 악플이 너무 많아서 불안하다”고 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금융위는 공매도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면 여러 문제점이 생긴다는 것을 알면서도 개인 반발에 밀려 한 발 물러선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금융위는 그동안 “국내에 홍콩과 같은 제도(일부 종목만 공매도 허용)를 도입하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해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 저하 및 시장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혀왔지만, 이번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이 발표된 3일 오후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등 5개 기관은 “공매도가 주가 하락과는 연관 관계가 없고, 순기능도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 기관들이 금융 당국의 허락 없이 이런 자료를 내기는 어렵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치권과 개인들의 기세에 눌린 금융 당국이 오른손으로는 공매도 금지 연장을 발표하고, 왼손으로는 관계 기관을 시켜 공매도 순기능을 강조했다”면서 “금융위의 이중 플레이”라고 말했다.
공매도를 장기간 금지하면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끊이질 않는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준으로 삼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는 공매도 금지 국가를 선진국 지수에 포함시키지 않고, 공매도를 1년 이상 장기간 금지하면 국가별 비율을 조정하는 평가에서 감점 요인으로 삼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 증시에서 허용하는 제도를 금지하거나 일부 제한하면 국내 증시 자금의 35%(약 850조원)에 해당하는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홍준표 “사람 현혹해 돈벌이하는 ‘틀딱 유튜브’ 사라졌으면”
- 기아, 인도에서 콤팩트 SUV ‘시로스’ 세계 최초 공개
- 조국혁신당, 한덕수 탄핵 소추안 준비...“내란 방조, 부화수행”
- 금감원, 뻥튀기 상장 논란 ‘파두’ 검찰 송치
- DPK pressures acting president with impeachment over delay in special counsel bills
- ‘박사방 추적’ 디지털 장의사, 돈 받고 개인정보 캐다 벌금형
- 마약 배달한 20대 ‘징역3년’... 법원 “단순 배달책도 엄벌 불가피”
- 대학 행정 시스템에서 번호 얻어 “남친 있느냐” 물은 공무원... 法 “정직 징계 타당”
- “무서워서 한국 여행 안갈래”… 외국인 여행 예약 뚝 떨어졌다
- 전국 법원 2주간 휴정기… 이재명 재판도 잠시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