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북한 원전 문서, 상부 지시 있었을 것"..정 총리 "사실 아니다..문제 제기 비정상적"
[경향신문]
북에 준 USB ‘비공개 원칙’
재난지원금 차등 지급 옳지만
상황 따라 선택적으로 해야
여야가 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북 원전 추진 의혹’ 등 현안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현실성이 전혀 없는 방향으로 정치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며 야당의 대북 원전 의혹 제기를 정면 반박했다. 2018년 판문점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이동식저장장치(USB) 내용 공개 요구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란 입장을 재확인했다.
여야는 국회 본회의에서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진행했다. 정 총리는 대북 원전 의혹에 대한 생각을 묻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전혀 현실성이 없는 그런 이야기가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있어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USB는 정상 간에 오고 간 내용이기에 관례적으로도 외교 관행상으로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문건 작성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엘리트 공무원”이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정책을 검토할 이유가 없다. 상부의 지시가 있었기에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총리는 “총리실이나 다른 부서에서도 공직자들은 창의적으로 많은 안을 만들기도 하고 폐기시키기도 한다”며 “누구의 지시를 받지 않으면 공직자가 문건을 만들거나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정 총리에게 “대북 원전 국정조사를 민주당이 수락하도록 대통령에게 건의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당을 ‘대통령 말 한마디면 다 듣는 거수기’라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정 총리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산업부 문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정상적이지 않다” “현실성이 전혀 없는 방향으로 정치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며 야당을 비판했다.
탈원전 감사 문제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정 총리는 “감사원의 월성 원전 감사가 잘못된 것이냐”는 권 의원 질의에 “대통령의 국정과제는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정책감사도 할 수 있다”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지적에는 “할 수는 있는데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 총리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와 관련해선 “거의 모든 판사님은 법을 잘 지키고 헌법을 어길 일이 없으니 그런 대상이 될 리 없다”고 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두고 “정권과 짜고 후배의 탄핵을 추진한 혐의가 드러나고 있다”고 하자 “정권과 짜고 했다는 말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정 총리는 “(4차 재난지원금은) 차등 지급을 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라며 “넓고 얇게 지급하는 것보다 조금 좁고 두껍게 지원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다만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말씀에 대해 전적으로 다른 의견을 이야기한 건 아니다”라며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하는 것이 옳다는 게 평소 소신”이라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사회적 연대세’ 도입과 관련해서는 “지금 우리 재정 상태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라며 “특히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로서는 사회적 연대세 같은 것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했는데 이대로 됐느냐”고 물었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상황과 남북 간 위기 관리, 권력기관 개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양호한 경제 상황 등을 근거로 “그렇게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만, 어려운 가운데 최선을 다했고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정 총리를 향해 “대선후보 경선에 나가려다 보니 답변이 거칠어졌느냐”고 묻기도 했다. 정 총리는 “지금 저는 코로나19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고 답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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