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한·미 같은 입장 중요"..대북정책 양국 조율에 방점
[경향신문]
‘각론’보다 큰 틀에서 공감대
미국 내 코로나 등 현안 산적
북 문제 속도내긴 어려울 듯
한·미 정상이 4일 전화통화를 통해 ‘포괄적 대북전략’을 조속히 마련하자는 필요성에 공감, 장기간 교착 국면인 북핵 문제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한국은 트럼프 정부 시절 북·미가 합의한 싱가포르 선언을 토대로 협상 재개를 희망하고 있지만, 미국은 기존 대북 정책의 전면 수정을 예고하는 등 입장차가 존재한다. 다만 이날 정상 간 첫 통화에서 총론적 공감 외에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진 않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미국 내 코로나19 통제 등 다른 시급한 현안이 많아 북핵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한·미 간 공동 노력을 강조한 데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측의 노력을 평가한다”면서 “한국과의 같은 입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이 구체화되기 전에 한국이 독자적으로 앞서 나가지 않도록, 양국 간 조율에 방점을 둔 메시지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국이 입장을 공유해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핵 해법에 대한 한·미 간 인식 차이는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 협상해 나간다면 속도감 있게 북·미 및 남북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이끌었던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외교부 장관으로 지명한 것도 싱가포르 선언을 대화 재개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인 트럼프 정부 시절 이뤄진 대북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와 외교적 인센티브를 모두 살피고 있다고도 했다. 백악관은 이날 통화 후 낸 보도자료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긴밀한 조율에 합의했다”고만 밝혔다.
한·미 정상 간 통화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14일 만에 이뤄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하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달 27일(미국시간)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미 간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 시점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상호 조율하에 결정된 것”이라며 “시 주석과의 통화는 양국이 통화 시점을 정하는 데 고려사항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두 정상이 폭넓은 주제로 대화를 나눴고, “코드가 잘 맞았다”고 전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자신이 모두 가톨릭 신자라며 당선 직후 프란치스코 교황과 통화한 내용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저도 교황님과 대화한 일이 있다. 동북아 평화 안정, 기후변화 등을 걱정하셨다”면서 “자신이 직접 역할을 하실 수도 있다는 말씀도 하셨다. 교황님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많고, 과거 방북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미관계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분주하신 가운데 전화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과 통화 못할 정도로 그렇게까지 바쁘지는 않다”고 답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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