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연장하니 외국인·기관들은 매도 폭탄..증권가 "단정짓기 어려워"
동학개미, 나홀로 매수 유지
국내 증시의 움직임이 변화무쌍하다. 이달 들어 상승세를 회복하던 코스피는 1% 이상 하락하며 3100선이 붕괴됐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매도 물량으로 지수가 미끄러진 탓이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공매도 연장과 동시에 대량 매도 폭탄이 나왔다고 분개 중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코스피 조정과 공매도 금지와 당장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면서도 오히려 2번 이나 미뤄진 공매도 재개에 향후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대비 42.13포인트(1.35%) 내린 3087.55에 장을 마쳤다. 이날 0.17% 오른 3135.02에 출발했으나 이내 하락전환한 후 낙폭을 이어갔다. 2월 들어서 코스피가 5% 이상 오르며 3000선을 회복했지만 곧바로 등장한 조정장에 변동성이 커진 모양새다.
이날 증시 하락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과 기관이다. 공매도 금지 연장에 동학개미들은 2조4716억원 사들였으나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493억원, 1조 8360억원 순매도 했다.
전일 금융위원회는 오는 3월 15일 예정이었던 공매도 재개를 5월2일까지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3일 연속 순매수하며 코스피 상승장을 이끌었던 외국인은 돌연 6000억원 어치 물량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번 공매도 연장안이 외국인 매도로 이어졌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는 공매도 보다는 현·선물 수급 동향을 참고해야 한다"면서 "특히 선물 동향의 경우 최근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어 이는 국내 시장 비중을 줄이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코스피 상승이 컸던 만큼 일부 대형주의 매물 소화 과정을 보이는 조정장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외국인들이 대형주 중심으로 매물을 쏟아 내고 있는데 향후 현·선물 동향에 따라 낙폭을 (축소할 수도) 확대할 수도 있어 지수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의 증시 대기자금 조정에 따라 개인의 매수 강도가 다소 약화된다면 지수 레벨을 결정 짓는 주체는 외국인의 영향력이 클 수 밖에 없다"며 "외국인의 수급은 원·달러 환율과 함께 미국 장기물 금리 상승에 따라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관의 수급은 오히려 베이시스(선현물 가격차) 움직임과 함께 국내 주식 설정 비중에 따라 움직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기관의 대표 주체로 꼽히는 연기금은 이날로 28일 연속 순매도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급격히 오른 코스피 상승에 따라 이미 올해 설정한 국내주식 비중(16.8%)을 초과했기 때문에 당분간 비슷한 투자 전략을 고수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 올 들어 기관은 4번을 제외하고 모두 물량을 내놓았다. 이 기간 코스피에서만 10조원 가까이 팔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지난해 말 미국 대선과 백신 성과 이후에 단기 급등을 했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에 따라서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국면으로 본다"며 "오히려 중국 등 코로나 재확산과 경제 봉쇄 조치, 인민은행의 긴축 우려와 게임스톱발 미국 증시 변동성 등이 국내 조정의 빌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규리 매경닷컴 기자 wizkim61@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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