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만에 무죄.."고문 자백 못 걸러" 고개숙인 법원
31년 전, 부산의 낙동강 변에서 한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붙잡힌 범인 두 명은 무기징역을 받고 21년 넘게 옥살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4일) 법원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의 자백은 경찰의 고문 때문이었고 그때는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조승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990년 1월의 밤, 부산 엄궁동 낙동강 변에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여성과 함께 있다가 홀로 탈출한 남성은 '범인이 2인조'라고 이야기합니다.
경찰은 1년 10개월 만에 용의자 2명을 잡습니다.
당시 30살이던 최인철 씨와 33살 장동익 씨입니다.
두 사람은 범행을 자백했고 무기징역을 선고 받습니다.
21년 넘게 복역하고 2013년 모범수로 풀려납니다.
죗값을 치렀지만 최씨와 장씨는 억울해했습니다.
경찰에서 물고문 등 가혹 행위를 당해 거짓 자백을 했다는 겁니다.
두 사람의 변호를 맡았던 문재인 대통령도 '가장 한이 남는 사건' 이라고 했습니다.
최씨와 장씨는 2017년 5월 재심을 청구합니다.
사건 관련 기록이 모두 폐기된 뒤였지만 장씨 어머니가 유품으로 남긴 수사기록이 있었습니다.
결국 2019년 4월, 대검 과거사위원회가 '고문으로 범인이 조작됐다'고 발표합니다.
그리고 오늘 법원이 최씨와 장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고문에 의한 자백을 무효로 본 겁니다.
재판부는 당시 제대로 걸러주지 못했다며 사과했습니다.
최씨와 장씨는 마냥 기뻐하지는 않았습니다.
[최인철/'낙동강변 살인사건' 무죄 : 그 사람들은 저에게는 악마일 뿐입니다. 절대 용서란 없습니다.]
[장동익/'낙동강변 살인사건' 무죄 : 앞으로 저와 같은 사람, 우리 같은 사람 한 번 더 있어서는 안 되고…]
재심을 도운 변호인은 또다른 법정 다툼을 예고했습니다.
[박준영/재심 변호인 : 고문하지 않았다는 경찰, 여전히 사건 피해자 행세하고 있는 경찰들 위증으로 고소하고 그들을 국가배상 청구 소송의 피고로 삼을 생각도…]
경찰은 법원의 판단에 어떤 입장을 낼지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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