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丁 "부동산, 李·朴 때 씨 뿌린 것"..홍준표 "경복궁 무너지면 대원군 탓하겠네"(종합) 

강주리 2021. 2. 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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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잠룡들, 국회 대정부질문서 기싸움 팽팽

[서울신문]홍 “盧·文정부 때 부동산값 폭등”에 정 반박
홍 “대선 가냐”에 정 “본인 얘기냐” 신경전
5선 ‘검객’ 홍준표, 6선 丁…창과 방패 대결
홍, 김종인엔 “안철수 단일화 참 고맙게 생각”

정세균 국무총리 vs 홍준표 무소속 의원 -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2021. 2. 4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를 상대로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2021. 2. 4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차기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4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시종 신경전을 펼쳤다. 둘다 당 대표 출신에 선수도 높은 만큼 맷집 좋은 6선 정 총리와 ‘검객’ 출신 5선 홍 의원의 대화는 창과 방패의 자존심 대결처럼 흥미진진했다. 포문은 홍 의원이 열었다.

15년 만에 대정부질문에 나선 홍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집값폭등과 전세대란을 겪고 있는 부동산 정책을 겨냥해 “노무현·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값이 폭등했다”고 공격했다. 그러자 정 총리는 “지금 공급되는 주택의 양은 홍 의원이 함께하던 정당의 두 분 대통령께서 집권하실 때 씨를 뿌려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에 홍 의원이 “경복궁 무너지면 흥선대원군을 탓하겠다”고 비꼬자 정 총리는 “대원군은 기간이 너무 길다”며 여유를 보였다.

-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제348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2021. 2. 4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홍 “요새 말씀 굉장히 거칠어졌네”
정 “질문이 거치니 답변도 그래”
홍 “대선후보 경선 나가려니 그렇지?”
정 “본인 얘기야? 코로나로 정신 없어”

두 사람의 대정부질문은 시작부터 날이 섰다.

홍 의원은 정 총리를 향해 “요새 말씀이 굉장히 거칠어지셨다”며 포문을 열었다.

정 총리는 “(야당의) 질문이 거칠다 보니 답변도 그렇다”고 응수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대선후보 경선에 나가려고 하다 보니 좀 그래 됐죠?”라며 차기 여당 대선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정 총리의 허를 찔렀다. 홍 의원의 되물음에 본회의장은 웃음소리가 터졌다.

정 총리도 지지 않았다. 정 총리는 “본인 말씀을 하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지금 저는 코로나19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 4일 국회에서 열린 제348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21. 2. 4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정, 전직 대통령 사면 즉답 피하자
홍 “이낙연 낙마 보니 겁 나지?”
정 “연결하는 게 홍 의원답지 않네”
홍 “그리 답하는게 총리답지 않네”

홍 의원은 정 총리가 전직 대통령 사면 관련 즉답을 피하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낙마하는 것 보고 겁이 나죠?”라며 또다시 정 총리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는 이 대표가 지난달 초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 드리겠다고 했다가 당내 친문 강경파들의 반발에 부딪힌 뒤 민주당 지도부가 하루 만에 ‘국민 공감대 형성과 당사자 반성이 중요하다’고 결론 내리면서 민주당 내 지지율이 급락했던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때 사면에 반대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어필하며 선명성을 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큰 점수를 따며 지지율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정 총리는 웃으며 “그렇게 연결하는 게 홍 의원님답지 않다”고 하자 홍 의원은 “그렇게 답변하는 게 총리님답지 않다”고 팽팽히 맞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vs 박근혜 전 대통령 - 서울신문·연합뉴스
- 4일 국회에서 열린 제348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2021. 2. 4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홍, 월성 1호기 정책감사 가능 지적에
정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하면 안돼”

‘北원전 건설’ 의혹 USB 靑 비공개에
홍 “너흰 알 필요 없다는 뜻이냐”
정 “잘 알면서. 정치적 용어로 공격하네”
홍 “그럼 정치인이 사법적으로 공격하냐”

구력 높은 두 사람은 간간이 고사성어와 속담 등을 인용한 뼈 있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대정부질문 내내 신경전을 이어갔다.

정 총리는 더불어민주당이 반발하는 월성 1호기 감사 논란과 관련, 감사원이 정책감사도 할 수 있다고 홍 의원이 지적하자 “할 수는 있는데 그렇게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감사원 감사 직전 폐기한 530개 파일 중에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문건이 다수 나온 것과 관련해 청와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된 USB를 공개하지 않기로 하자 정 총리를 향해 “너희들은 알 필요가 없다는 뜻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정 총리는 한탄하며 “잘 아시면서 그러냐”면서 “(야당이) 북한에 원전을 지어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 정치적인 용어로 공격한다”고 면박을 줬다.

이에 홍 의원은 “정치인이 정치적으로 공격하지 그러면 사법적으로 공격하냐”고 맞대응해 다시 한번 웃음이 터졌다.

- 사진은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월성 원전 1호기의 모습.경주 연합뉴스
-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북한 원전 건설 문건’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산업부가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논란’과 관련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검토 자료”라고 해명했음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계속되자 원문을 전격 공개한 것이다. 사진은 이날 산업부가 공개한 6쪽짜리 문건. 2021.2.1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 정세균 국무총리가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 2. 4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정, 文-조국 자녀 의혹 나오자 화제전환
정 “야권 지도자인데 다른 얘기 하자”

홍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관련 의혹을 거론하자, 정 총리는 “결례의 말씀을 해도 되겠냐”면서 “홍 의원님은 야권의 지도자 중 한 분인데, 국가 미래 설계와 남북문제 등 저와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 참 많을 듯하다”고 어르며 화제를 다른 것으로 돌렸다.

홍 의원이 설 연휴에 5인 이상 집합 금지 등을 지속하는 이유가 밥상 민심을 막기 위해서냐 묻자 정 총리는 “그렇게 머리가 좋지 않다”고 답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잘하십시오”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주고받으며 대정부질문을 마무리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서울신문
- 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와 무소속 홍준표 의원(왼쪽)이 인사히고 있다. 2021. 2. 4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홍준표 “‘큰 어른’ 김종인 위원장님,
‘안철수 단일화 수용’ 참 고맙게 생각”

“與의 김 비난은 비로소 야당길 가고 있단 뜻”
“반문재인 인사는 모두 한 편”

한편 이날 홍 의원은 ‘투트랙 2단계 단일화’ 방안에 동의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홍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종인 위원장님”이라고 부르며 “사감을 접고 입당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안철수 후보를 단일화를 통해 받아 주는 것으로 정리해준 점에 대해 참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야권의 큰 어른으로 대의(大義)정치를 해 주시고 당의 정체성 확립에 더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여당 원내대표가 김종인 위원장님을 개원 후 처음으로 비난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비로소 야당의 길로 가고 있다는 뜻일 것”이라면서 “반문재인 인사들은 모두가 한 편”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 vs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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