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정부 최대규모 주택공급안, 투기차단책 전제돼야

2021. 2. 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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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부가 4일 서울을 비롯해 대도시 위주로 2025년까지 전국에 83만6000가구를 짓는 공공주도형 주택공급 확대책을 내놓았다. 서울 32만가구는 주택 재고량의 약 10%로, 분당 신도시 3개 규모이자 강남 3구의 아파트 숫자와 맞먹는다. 홍남기 부총리가 “공급 쇼크 수준”이라며 “주택시장이 확고한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할 만하다.

이날 발표한 공급 방안은 기존의 민간주도형 개발과 판이하다. 공공기관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중심인 데다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주거지의 공공주택 사업도 이끈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평균 13년 걸리는 재건축·재개발 기간을 5년 이내로 줄이는 점도 마찬가지다. 또 조합원의 2년 거주 의무를 적용하지 않고, 초과이익 부담금 또한 면제해주면서 민간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개발이익 일부를 공공임대나 공공자가주택 등에 쓰겠다는 새로운 계획도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전에 없는 대대적 공급안에는 긍정적인 요소만 있는 게 아니다. 이번 대책까지 더하면 문재인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량만 총 189만가구로 노태우 정부 때 200만가구 공급에 맞먹는다. 정부는 그동안 주택은 부족하지 않다며 다주택자들의 집을 내놓게 하는 규제책을 써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오히려 임대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등 정책 실패로 150만여채 물량이 잠기는 부작용이 나오자 갑자기 대량 공급으로 돌아섰다. 집값 상승에 따른 ‘패닉 바잉’을 ‘패닉 공급’으로 막으려는 것 아닌지 당혹스럽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안이 수년 뒤 나올 임대사업자 물량에다 저출산 기조 등을 감안하면 공급 과잉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이번 공급안에는 총량만 있을 뿐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공급할지가 빠져 있다. 실제 공급도 차기 정권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계획대로 진행될지도 의문이다.

서울 도심에 공급책을 쓰는 것도 수요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개발지역을 규제해도 인근 집값이 들썩일 우려가 크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투기차단책에 실효성을 높여야 하는 이유이다. 뉴타운 사업처럼 서울을 투기판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빠른 실행을 위해 주민동의율을 낮추는 과정에 원주민들이 쫓겨나는 일도 막아야 한다. 물량 못지않게 어떤 공급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분양가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반값 아파트 등을 통해 값싸면서도 살기 좋은 주택을 대량 공급하지 않는 한 수년간 응축된 가격 상승세를 누르기는 어렵다. 정부는 면밀한 후속 시행 계획과 투기 방지책으로 소기의 목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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