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와 집권당, 군사행동 소문에도 안일..군부, 1년 뒤 '반쪽 총선' 가능성 [글로벌 시시각각]
[경향신문]
1990년 총선 때도 그랬듯이
민주 진영 인사 가두고 선거
군부통치 전략 속속 드러내
미얀마 국민의 저항은 절규
다시 그 땅에 봄이 오기를
2021년 2월1일 오전 3시,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 윈민 대통령, 각 주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을 구금하고 권력을 탈취했다. 민 아웅 흘라잉 군사령관은 군 출신 민스웨 부통령을 임시대통령으로 지명했고, 다시 민스웨는 군사령관에게 3권을 이양했다. 쿠데타 이튿날 군 장성을 포함하여 11인으로 구성된 국가기획통치평의회를 조직한 군부는 테인 세인 정부(2011~2016) 당시 주요 인사들을 내각으로 앉혔다. 이제 군부는 다시 시계를 돌려 과거로 돌아간다.
군부는 그들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한다. 지난해 11월8일 실시된 총선에서 발생한 대규모 선거부정을 조사할 필요가 있고, 헌법 417조에 근거하여 합헌적으로 권력을 이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 417조에는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뒤 권력을 군사령관에게 이양해야 한다. 다시 말해 대통령의 동의가 없었으므로 군부의 행동은 정당성이 없는 쿠데타로 정의하는 것이 정확해 보인다.
선거부정을 바로잡기 위해 정권을 접수했다는 군부의 주장은 궁색하다 못해 실소까지 나온다. 선거부정은 권력을 찬탈하려는 군부의 허울 좋은 주장일 뿐 정치권력에서 영원히 배제될 수 있다는 그들의 불안한 심리가 이번 쿠데타의 주요 동기였을 것이다.
지난해 11월 총선은 집권여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압승이었고, 획득 의석수도 예상보다 더 많았다. 상대적으로 군부가 후원하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참패했고, 무투표로 의회에 입성하는 군 출신 의원과 연대하더라도 그들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 뻔하다. 더욱이 이미 5년 전 퇴역했어야 할 군사령관은 다시 임기 종료를 두고 정부와 갈등을 빚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민 아웅 흘라잉 군사령관을 승계할 정치군인이 마뜩잖다는 것이다. 즉 현 군사령관이 없는 차기 정부에서 군부는 병영 복귀를 압박받고, 그렇다면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영역에서 거대한 이익집단으로서 군부는 초라해진다. 지난 반세기 이상 군부는 그 어떤 집단의 간섭도 받지 않고 기득권을 누렸다. 달라진 환경이 불편해진 군부는 그들의 편의대로 시간을 돌리려고 한다. 군부가 통치했던 그 오랫동안 미얀마는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되었다.
아웅산 수지 고문을 비롯한 집권당의 대응은 더욱 아쉽다. 2016년 집권한 뒤 NLD는 군부와의 관계에 있어서 매우 소극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방임에 가까웠다. 지난 5년간 정부를 향한 군부의 누적된 불만이 총선을 통해 임계점을 넘은 것이다. 심지어 현지에서는 2월1일 또는 2월12일에 군부가 군사행동을 감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2015년 총선 이후와 달리 국가고문과 군사령관 간 회동이 없었으므로 정부와 군부 간 교류도 없었던 것 같다. 즉 NLD는 군부의 위협행위에 대해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거나 군부와 협상을 통해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했다. 군부가 정치에 개입할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 여당의 정치적 기술이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군부는 부정선거 조사와 코로나19 사태 관리를 핵심 의제로 채택했다. 그러나 군부의 과거 행적을 참조할 때 부정선거 조사 결과는 군부의 ‘입맛에 맞게 짜 맞추기’로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1월 말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으나 군부의 행동에 반대하는 의료진이 늘어나고 있고, 원조 방식으로 들어오는 백신을 추가로 공급해 줄 국제사회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 군부는 1년 뒤 총선을 실시하고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에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고 한다. 정말로 그렇게 할 것인가? 1990년 총선에서 군부가 조직한 정당이 패배하자 군부는 즉각 총선 결과를 무효로 선언했고, 이후 20년을 더 집권했다. 다시 군부통치를 향한 군부의 허술한 전략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단계로서 아웅산 수지 고문을 통신장비 밀수 혐의로, 윈민 대통령을 방역수칙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민주진영 인사를 영어(囹圄) 상태로 두고 군부에 협력하는 20여개 정당(90여개 정당 중)과 함께 1년 뒤 반쪽짜리 총선을 치를 수도 있다.
쿠데타만큼이나 비상식적인 군부의 행동에 미얀마 국민은 저항을 시작한 것 같다. “우리 다음 세대에는 이런 상황을 물려줄 수 없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미얀마 시민의 절규이다. 짧게나마 그들이 누렸던 자유와 평화를 다시 돌려 일상을 회복하려는 미얀마 국민의 희망을 절대 존중한다.
미얀마에 다시 봄이 찾아오길 기대한다. 노상 찻집에서 아침을 즐기는 그런 나의 모습도 하루속히 오기를 바란다.
장준영 사이버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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