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숫자 보면 선수 성향 보여요"..'데이터 분석 야구' 트렌드 살린다
[경향신문]
롯데 팬에서 ‘승리 지킴이’로
2019년 9월 롯데에 부임한 성민규 단장은 한 달 뒤 기존 데이터팀을 개편한 R&D(Research and Development)팀을 개설했다. ‘데이터 야구’ 트렌드를 살려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롯데 R&D팀에는 흔치 않은 여성 직원 박주현씨(26)가 있다. 롯데팬으로 야구를 접하기 시작해 지금은 데이터 분석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지난 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박씨는 “처음으로 야구를 봤던 날은 2008년 5월25일 경기였다. SK전이었는데 상대 투수가 김광현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TV를 통해 그 경기를 보면서 야구의 재미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 후에도 야구에 대한 애정은 이어졌다. 박씨는 한양대에서 유기나노공학을 전공했지만 스포츠 계열 전공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 스포츠 산업학과 공부도 병행했다. 이후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콘텐츠를 생산하는 ‘야구 공작소’에 들어가면서 꿈이 구체화됐다. 그는 “TV 중계만 봐도 타율, 출루율 등 많은 숫자가 나온다. 그런 숫자들을 찾아보면 한 선수의 성향이 보여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박씨에게 기회가 왔다. 롯데가 R&D파트에서 사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냈고 이를 본 박씨는 지원해서 합격까지 했다. 주 업무는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이다. 그는 “경기에서 트랙맨 데이터가 수집이 되면 감독, 코치님이나 단장님이 원하는 형태로 데이터를 가공해 드리고 이에 대한 해석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데이터로 볼 때 선수 중에서는 한동희의 기록이 눈에 띄었다. 박씨는 “타구 속도가 정말 빠른 선수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월등히 빠르다”고 말했다. 한동희는 빠른 타구 속도를 안타 생산으로 이어가기 위해 이번 시즌을 앞두고 발사각을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아직까지 데이터 분석 직업은 대중에게 생소하다. 박씨는 “주변에서도 내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아직 나 스스로는 칭해본 적은 없지만 나를 부를 때 ‘세이버 메트리션’이라고 불러주시곤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모든 분들이 자유롭게 야구 데이터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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