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화녹음' 작년 5월 임성근·사법부·정치권 상황은?

정준기 2021. 2. 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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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의 면담 과정에서 탄핵을 언급하며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는 녹취록이 4일 공개되면서, 지난해 5월 22일 녹음 당시 임 부장판사와 사법부, 정치권 상황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와의 면담에서 "지금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선,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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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받은 임성근 건강 적신호에 사표 내
김명수, 여당 총선 승리 후 탄핵 언급 눈길
일각 "대법원장 도왔는데 적폐 몰아 세워"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의 면담 과정에서 탄핵을 언급하며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는 녹취록이 4일 공개되면서, 지난해 5월 22일 녹음 당시 임 부장판사와 사법부, 정치권 상황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간 대화 녹음은 임 부장판사가 지난해 2월 14일 '사법농단'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지 3개월쯤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 임 부장판사는 2015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재직 시절,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다룬 칼럼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청와대 입장이 반영되도록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법관 독립을 침해해 위헌적"이라면서도, 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 행위가 (형사수석부장의) 직무 권한 내에 있지 않아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법리적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오긴 했지만, 재판 개입 사실 자체는 인정한 셈이다. 다만 임 부장판사는 프로야구 선수 오승환·임창용 재판에 개입한 행위로 2018년 견책처분을 받았을 뿐,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선 징계 시효(3년)가 지나 징계를 받지 않았다. 그러자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선 법관 탄핵 목소리를 꾸준히 냈다. 2018년 11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의 탄핵소추 필요성이 있다'고 결의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임 부장판사가 사표를 내고 김 대법원장을 면담했을 때는 건강 이상에 심리적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다. 당시 임 부장판사는 담낭 절제, 신장 이상 등으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였다. 임 부장판사 측은 이날 "3년째 정상적 재판업무에서 배제돼 있고, 재판이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명목상으로만 법관직을 유지하는 것은 국민과 사법부에 대한 도리가 아니고 그의 자존심으로도 감내할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만 김 대법원장은 '5월은 정기인사 시기가 아닌 만큼, 사표를 수리할 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사법농단 의혹과 연루돼 탄핵 필요성이 제기됐던 윤성원 전 인천지법원장과 이동근 부장판사 등은 임 부장판사와 달리 정기인사 때 사표를 제출해 모두 수리됐다.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와의 면담에서 "지금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선,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여당이 2018년 탄핵을 준비하겠다고는 했지만, 그 뒤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고, 김 대법원장 역시 소극적으로 반응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김 대법원장은 면담 한 달 전인 4월 15일 총선에서 '법관 탄핵'을 구호로 내걸고 출마한 이탄희·이수진 전 판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가 당선된 점을 의식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조만간 정치권에서 탄핵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일각에선 임 부장판사가 김 대법원장과의 대화내용을 녹음한 행위를 두고, 결국엔 악연으로 끝나 버린 두 사람의 인연을 언급한다. 김 대법원장이 2017년 9월 자신의 인사청문회 때 국회 설득 차원에서 임 부장판사의 도움을 받는 등 애초 관계는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김 대법원장이 고맙다고 말하고는 나중엔 적폐로 몰아세워 기소까지 된 상황이었다. 임 부장판사는 이미 강한 불신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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