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담] "손실보상제에 나랏돈 100조 쓴다는 말은 과장..30조 못 미칠 것"

정영오 2021. 2. 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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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오의 직격]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전 청와대 경제수석)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 설계자 중 한 사람인 홍장표 부경대 교수는 지난 1일 부산 부경대 자신의 연구실에서 "서울 생활 3년을 마감하고 돌아온 연구실을 이제 막 정리했다"며 홀가분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상생연대3법’(손실보상제, 협력이익공유법, 사회연대기금법)을 2월 국회에서 법제화하겠다고 발표하자 야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4월 보궐선거를 겨냥한 ‘퍼주기’식 입법으로 공연히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정부 재정만 악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코로나19 사태로 소득 양극화가 더 극심해지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설계자 중 한 명인 홍장표(61)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를 만나 이 시점에 왜 ‘상상연대3법’이 필요한지 물었다.

_손실보상제 도입에 필요한 재원이 최대 100조원이라고 하는데.

“반대론자들은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을 자주 거론한다. 그 법안은 정부 영업 제한 조치로 인한 매출 손실의 50~70%를 보상하는 내용인데, 월 24조7,000억원이 필요해 보상 기간을 4개월로 가정하면 100조원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보상 대상이 얼마나 되는지, 또 손실 기준을 매출로 할지 영업손실로 할 것인지에 따라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손실보상제를 시행하면 나랏돈 100조원을 써야 한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다.”

_그럼 얼마나 필요한가.

“피해를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영업 손실을 파악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자영업 특성상 매출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지만, 비용은 파악하기 힘들다. 자영업자 자신도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결국 국세청이 사용하는 업종별 비용 조정 비율로 영업손실을 산출할 수밖에 없다. 영업 제한으로 인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영업손실 보상 규모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30조원에도 못 미칠 것이다. 게다가 손실보상제 소급적용은 않기로 하지 않았나. 이번 법 제정은 미비한 규정을 정비하는 것이고 앞으로 있을 영업 제한 조치에 대한 손실보장 규정 마련은 꼭 필요하다.”

_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25%로 선진국보다 매우 높다. 그중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로 과세자료가 전혀 없는 경우가 19%에 달한다. 이들에게는 정액 보상이 불가피한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얼마나 피해 봤는지를 입증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2ㆍ3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해당 자영업자들은 개인 통장까지 가져와 영업손실 보상을 신청했고 그중 90%가 지원금을 받았다. 나머지 10%는 그런 자료조차 없는 경우인데 이 경우는 매출이 25% 이상 줄었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했다. 4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그동안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형평성 논란이 크게 줄어들 것을 기대한다.”

_오랫동안 많은 자영업자가 소득을 축소 신고해 왔다.

“맞다. 어떡하겠나.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자영업자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됐다. 지금까지 소득 신고는 세금 납부에만 연관됐지만, 이제부터는 소득을 제대로 신고해야 위기 때 제대로 손실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_열심히 신청해도 고작 일회성으로 100만~300만원 준다면 도움이 되겠나.

“손실보상제 관련 입법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방안이 담겨야 한다. 이상적인 아이디어는 많은데, 이를 현실에 적용할 때 여러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예컨대 미국은 PPP(Paycheck Protection Programㆍ급여보호프로그램)를 시행한다. 미국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이를 준비해 지난해 처음 적용했고, 올해도 이를 통해 보상한다. 방법은 직원 500명 이하 기업에 최대 1,000만달러(약 119억원)를 무담보 대출해 준다. 그런데 조건이 있다. 고용을 유지하거나, 임대료 같은 고정비에 사용한 것을 입증하면 그만큼은 안 갚아도 된다. 나머지는 상환해야 한다. 현실에 적용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일단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도 검토했을 텐데 이런 문제를 고려해 도입하지 못했을 것이다.”

배우한 기자

_손실보상제만큼 뜨거운 이슈가 협력이익공유제다. 이는 홍 교수가 오래전부터 도입을 위해 노력해온 과제로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2018년 입법을 추진하다 좌절했다.

“내가 처음 이 문제에 뛰어든 것은 2011년이다. 10년간 계속 좌절했다. 그때 정운찬 전 총리가 동반성장위원장을 맡으면서 ‘초과이익공유제’를 추진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난 후 국내 대기업들 이윤이 급격히 증가했다. 대기업 임직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지만, 협력사들은 여전히 힘든 상황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협력사들과 이익을 공유하자는 취지였다. 정부는 물론 여ㆍ야 모두 찬성해 순조롭게 법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됐는데,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이 ‘나도 경제학 공부를 했지만, 이게 사회주의제도인지 공산주의제도인지 모르겠다’고 발언하면서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런 상황에서 정 위원장이 요청해 동반성장위원회에 합류했다.”

_이데올로기 공세 때문에 시작도 못 한 것인가. ‘공유’라는 표현이 문제였나.

“고 이건희 회장이 학생 때에는 교과서에 없었을지 모르지만, 분명히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제도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삼성도 이미 ‘공유제’를 운영하고 있었다. 지금은 임직원 성과급 명칭이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바뀌었지만 당시에는 ‘PS(Profit Sharing)’라고 불렀다. 삼성뿐 아니라 대부분 기업이 이런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대기업을 설득한 끝에 명칭을 ‘공유’가 아니라 ‘배분’으로 바꾸는 조건으로 도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미 추진력을 잃은 후였다. 박근혜 정부에서 ‘협력이익배분제’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역시 흐지부지됐다. 다음 단계가 국회 입법화다.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법’에 관련 내용을 넣으면 되는데 여ㆍ야 모두 여러 차례 관련 입법을 발의했어도,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사회주의 제도라는 초기 인식이 바뀌지 않은 탓이다.”

_단순한 이념적 편견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협력이익공유제도가 증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며 결국 기업에 준조세를 강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이윤을 더 늘리기 위해 협력사와 자발적으로 맺는 계약이다. 그리고 이런 협력 계약이 확산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근거를 법에 마련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와 관련된 법 조항은 ‘성과공유제’가 있는데, 이것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생협력법에 담긴 성과공유제의 정의는 ‘수ㆍ위탁 기업 간 공동노력으로 달성한 수탁기업의 성과(원가절감 등)를 사전에 정해진 배분 규칙에 따라 공유하는 계약 모델’이다. 위탁기업 즉 대기업의 성과가 아니라 수탁기업 즉 협력 중소기업의 성과를 배분하라는 것이다. 우리 상식과 정반대 아닌가. 결국 성과공유제는 대기업이 납품 단가를 일방적으로 결정해 협력사의 수익률을 관리하는 수단이 됐다. 반면 협력이익공유제는 ‘위탁기업의 재무적 이익을 사전에 정한 배분 규칙에 따라 공유하는 계약’이다. 이런 계약은 물론 자발적으로 맺는데, 정부는 이익공유 계약을 맺은 기업에 세제 혜택 등을 부여해 제도를 확산하려는 것이다.”

_대기업의 이익을 협력사에 배분하는 것이 어떻게 대기업에도 이익이 되나.

“미국 도미노피자가 이익공유제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도미노피자는 본사 이익의 절반을 체인점과 나누기로 계약한다. 당장은 본사에 손해인 것 같지만 체인점 입장에서는 본사에 입금한 돈의 일부가 되돌아오는 것이니 가맹점 가입 희망자가 늘어나고 결국 가맹 수수료 등 본사의 이익도 늘어나게 된다. 이익을 나누는 방법도 단순하고 투명하다. 가맹점이 본사에서 매입하는 피자 원재료 구매비에 비례해 이익을 공유한다. 삼성전자를 비롯 우리나라 대기업의 협력사 성과평가 시스템의 정교함은 정평이 나 있다. 이익공유제는 이미 실행되고 있다. 이익 배분율은 협력 중요도를 고려해 차별화하면 된다. 위탁 대기업의 이익이 협력사의 이익과 연동된다면, 협력사의 기술투자도 지금보다 훨씬 활발해질 것이며, 산업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_이익공유는 위탁 대기업의 이익을 협력사에 이전하는 것이어서 주주 이익을 침해하고, 경영자는 배임 등의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주주 이익이 침해된다는 비판이 외국에서는 한 번도 제기된 적이 없다. 우선 주주의 이익은 세후 순이익으로 정해지는데 협력사와 공유하는 이익은 회계상 법인세 납부 이전 단계에 영업비용으로 처리된다. 영국 롤스로이스가 채택한 이익공유제를 예로 들면 이해가 쉽다. 신형 항공기 엔진 제조는 개발 초기 자본이 많이 필요한 대신 이윤은 장기간 발생한다. 그래서 롤스로이스는 협력사들에 초기 개발비를 각자 부담하면 엔진 생산 이후 발생하는 판매이익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기준으로 분배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롤스로이스는 세계 최고의 비행기 엔진 제조사로 성장했고, 협력사와 공유하는 이익은 비용으로 회계 처리된다. 협력이익공유제는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_대기업과 협력사 간 이익공유 제도라면, 협력이익공유제를 코로나19 대책에 포함한 이유는 무엇인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대기업과 협력사 간 상생협력을 더 확산시키자는 거다. 예를 들어 음식배달 플랫폼 기업이 거리 두기 시행 이후 잘되고 있다. 하지만 가맹 식당은 여전히 어렵다. 이들은 같은 밸류체인에 연결돼 있다. 이런 경우 적극적으로 협력이익공유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_여당에서 금융기업에 이익공유를 요구하려 한다는 보도도 나온다. 이건 협력이익공유제에 해당한다고 보기 힘들다.

“그건 일종의 사회적 공헌기금 출연이다. 협력이익공유제와 사회연대기금이 함께 투 트랙으로 진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사회연대기금은 협력이익공유제보다 넓은 개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돈을 더 번 기업이 있지 않나. 이들 기업의 이익 모두가 코로나19 피해자들의 희생으로 이익이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공동체 연대감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도덕적 책임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들의 초과 이득을 희생자들을 돕는 데 쓰는 것이다.”

_사회연대기금은 기업의 자발적 출연으로 마련되는 것인가.

“박근혜 정부 때 도입된 ‘무역이득공유제’가 좋은 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수혜를 입은 기업이 이윤의 일부로 FTA로 피해를 본 농축산업계와 나누기 위한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했다. 전적으로 자발적 기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부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정부 정책으로 손해를 입은 계층에 대한 보상은 정부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한다면 정부가 앞장서 기금조성에 나서야 한다. 특히 코로나19사태 종식 이후에도 불평등과 양극화가 더 악화할 것이 예상되는 만큼 지속적으로 운영하며 이런 불평등 완화에 쓰여야 할 것이다. 기업 등의 자발적 기부는 그다음이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이 목표액 달성에 실패한 것은 정부가 기금을 출연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_정부는 출연기금을 어떻게 조성하나.

“지금 정부에는 각종 기금이 엄청나게 쌓여 있다. 물론 각자 고유의 목적이 정해져 있어, 코로나19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예를 들면 금융기관의 휴면계좌 등으로 조성한 서민금융 지원계정, 소상공인진흥기금, 복권기금 등은 모두 취약계층의 지원을 위해 만든 기금이다. 우체국에도 서민지원을 위한 계정이 있다. 그런 것들을 하나로 모을 방법을 찾는 것이 1단계가 될 것이다. 그다음에 부족하면 국공채를 발행해야 한다. 외환위기 때도 160조원 규모의 공적 자금을 국공채를 발행해 조성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는 2009년 한 해에만 85조원어치를 발행해 위기를 넘겼다. 그것으로도 부족하다면 조세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하루 이틀 만에 끝날 일이 아니니.”

_사회연대기금은 양극화 완화를 위한 장기적인 기금으로 쓰여야 한다는 것인가.

“우선은 재난지원금으로 지원하기 힘든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지원에 사용해야 할 것이다. 기금을 조성해서 계속 쌓아놓는 게 아니라 쓸 건 바로 쓰고 이후 다시 충원하는 형식이다. 프랑스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이 같은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했다. 정부와 지방정부가 70억유로(약 9조4,000억원)를 조성하고 여기에 보험업계가 4억유로를 기부해 정부ㆍ민간 합동 기금을 만들었다. 이런 방식이 바람직하다.”

_우리는 얼마나 조성해야 할까.

“다다익선이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조성 목표가 1조원이었으나, 실제 조성기금은 1,000억원을 조금 넘는다. 그리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은 1조원 넘게 조성됐다. 일방적으로 조성목표를 상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기금을 다 모은 뒤에 사용하기보다는 모금과 사용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도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면 5조원 정도로 출범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_홍 교수는 사회연대세 도입도 제안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 빼고는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인데. 장 의원이 제안하는 사회연대세는 독일식의 위기 이후 한시적 증세 방안이다.

“물론 위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증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 불평등은 심화할 것이 분명한 만큼, 위기가 어느 정도 해결된 후 사회연대세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동산, 주식 등 자산 불평등이 커지고 있어 이에 대응한 자산소득 과세 강화도 필요할 것이다.”

_정부의 공적 이전만으로 불평등을 지속해서 완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저임금을 지금 같은 상황에서 올릴 수 없지 않나. 공적이전 지출을 대폭 확충하는 것 이외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시장소득을 올리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 위기 회복 초기에는 한국판 뉴딜 같은 정부주도 일자리로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 이 역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정부의 적극적 재정지출로 성장률 하락이 -1%에 그쳤다. 대부분 나라가 -7% 내외 하락했다. K-방역과 재정투입으로 GDP 하락 폭을 4%포인트 줄였다면, 이는 사실상 80조원 이상을 번 것과 다름없다. 앞으로도 당분간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이 중요하다.”

배우한 기자

_최저임금 이야기하셨는데, 야당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일용직의 실직을 초래해 오히려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했다고 주장한다.

“소득주도성장특위에서 이 분야 전문가들과 여러 차례 검증을 한 결과는 그렇지 않다. 노동시장의 개인 단위 소득을 보면, 최저임금을 올리면 하위계층에서 시작해 중간계층까지 소득이 증가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가구 단위 소득을 보면, 소득 5분위 중 최저소득 계층인 1분위는 근로 능력이 거의 없는 노년층이 많아 소득 증대 효과는 작게 나타난다. 하지만 2,3분위는 확실히 소득이 증대했다. 그런 효과가 전 계층의 불평등도 완화했다.”

_어쨌든 최저임금이 급속히 증가해 임시 일용직 실업률이 높아지지 않았나. 자영업자의 경우 같이 일하던 사람 그만두게 하고 나홀로 자영업이 늘고 있는데.

“이것 역시 과장이다. 최저임금이 2018년 16.4%, 2019년 10.9% 올랐는데 확인을 해 보니 2018년과 2019년 그로 인해 우리나라 전체의 일자리가 줄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주휴수당 때문에 주 15시간 이내만 고용하는 일자리 쪼개기는 늘어났다. 하지만 2019년에는 일자리가 전체로 30만명이나 늘어났다. 이중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늘어난 것은 10만명 정도에 머문다.”

_홍 교수가 2018년 6월 경제수석에서 물러나신 이후 정부에서 ‘소득주도 성장’이란 표현이 거의 사라졌다. 섭섭하지는 않은지.

“문 대통령은 꾸준히 언급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횟수는 줄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일종의 반전이 벌어졌다. 소득주도 성장은 야당의 최우선 공격 목표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주도 성장이 지향하는 가치가 다시 평가받고 있다. 그 가치는 간단하다 ‘분배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분배를 빼 버리면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 불평등을 해결하며 같이 가야 한다’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의 정책 방향이 그렇게 정립되지 않았나. 물론 기업도 당연히 지원하고 있다. 고용유지 지원금과 재난지원금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내수를 회복하겠다는 정책은 소득주도 성장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이다. 가계소득을 지켜서 내수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경제가 산다. 그런 정책 기조를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_소득주도 성장의 바탕이 된 경제학적 원리들은 말씀하신 대로 공감대가 확산한 것은 맞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재난지원금 지원 시기가 선거와 맞물리는 경우가 많아 포퓰리즘이라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재난지원금 지급은 이념 논쟁을 벌일 문제가 전혀 아니다. 흔히 보편지원이냐 선별지원이냐를 놓고 따지는데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는 당시 방역이나 경제 상황에 따라 결정하는 게 맞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재난지원금 역할로 재난구제가 최우선이다. 두 번째 소비 진작, 세 번째가 소득분배 효과인데 이는 방역 상황에 따라 덧붙일 수 있는 것이다. 거리 두기가 강화된 상황에서는 피해맞춤형이 필요하다. 그리고 확산이 진정되는 경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보편지급을 하더라도 100% 다 주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1차 재난지원금 지원 결과를 봐도 소비진작 효과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에서 주로 나타났고, 최상층은 효과가 미미했다.”

●홍장표 교수는…

- 1960년 대구 출생

- 서울대 경제학과 박사

- 2006.02 ~ 2006.12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제조업발전 특별위원회 전문위원

-2006.06 ~ 2008.06 국무총리실 정부업무평가위원회 위원

- 2017.07 ~ 2018.06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 2018.06 ~12 정책기획위원회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

정영오 논설위원 young5@hankookilbo.com
변한나 사원 bloss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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