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해외 정상과의 통화 순서에 담긴 정치..중국만 없다
패권경쟁 심화 전망 속 다음엔 인도와 통화하나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해외 정상들과의 통화외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4일 현재 바이든 대통령은 캐나다, 멕시코와 같은 이웃국가들은 물론 정국 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를 제외한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의 통화까지 마무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사건 등 각종 사안들로 미국과 건건이 부딪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통화를 마쳤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못하는 분위기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통화 소식은 아직까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러시아와도 통화했는데 中과는 무소식=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지난달 21일(현지시간 20일) 취임 후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통화(1월22일·이하 현지시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통화외교에 돌입했다.
이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22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2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24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25일), 푸틴 대통령(26일)을 비롯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27일)와 통화했다. 2월에 접어들면서는 문재인 대통령,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이상 2월3일)와 전화통화를 했다.
통상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통화는 미국과 인접한 캐나다와 멕시코를 시작으로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 순으로 진행된다. 또 세계 정치·경제 문제를 함께 논의하는 집단인 G7 국가들(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을 우선시한다.
이렇게 살펴보면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대통령 취임 후 반드시 통화해야할 주요 국가들과의 전화를 모두 마무리한 셈이다.
눈에 띄는 것은 동맹국이나 G7에 포함되지 않은 러시아와의 통화까지 이루어졌지만 중국과의 통화는 감감무소식이라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주권, 솔라윈즈 해킹, 2020년 미국 대선 개입 사건 등으로 부딪히긴 했지만 양국 핵 감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을 5년 더 연장하는 데 합의하는 등 성과도 거뒀다.
지난달 26일 백악관에 따르면 두 대통령은 앞으로 '투명하고 일관된 소통'(transparent and consistent communication)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패권경쟁 심화 전망…다음 통화는 인도?=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통화가 늦어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미중 패권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양국 사이에서는 냉랭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달 29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 중국 견제 기조로 출범시킨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를 계승·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쿼드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실질적 미국 정책을 발전시킬 근본적 토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쿼드에 영국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에 즉각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环球时报)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일 영국을 향해 "미국만큼 어리석다"고 논평했다. 이어 "영국은 중국에 대한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미국의 선례를 따를지 두 번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 문제로도 양국은 부딪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상원의원들은 2022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대해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가 올림픽을 열어야 한다'면서 보이콧에 나섰다. 중국은 현재 위구르족 등 이슬람계 소수민족이 다수인 서부 신장 위구르 지역에 대한 탄압과 홍콩에 대한 제재 등으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3일 언론 브리핑에서 "베이징 올림픽과 관련해 현재로선 기존 입장이나 계획 수정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이미 양국 간 감정의 골은 깊어지고 있는 상태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올림픽 보이콧'에 대해 "정치적 의도로 올림픽 준비에 간섭하거나 방해하려는 시도는 매우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냉랭한 미중 간 분위기 속 바이든 대통령의 다음 통화국으로는 인도가 유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도는 미국과 함께 하는 쿼드에 참여 중이고 중국과 오랜기간 국경 분쟁을 겪고 있어, 중국과 패권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 견제'라는 교집합이 있다.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국이기도 하다.
전임 대통령인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2017년 1월 취임 당시 중국과의 통화 전 인도와 먼저 통화를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1월 취임 후 첫 국빈방문으로 당시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맞아들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통화는 양국 관계상 어차피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왔다.
홍콩 명보(明報)는 4일 양국 정상 간 통화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 내 여론을 살피는 한편 다른 동맹국의 의견을 들을 시간이 필요하고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과 급히 통화해 양국 관계를 회복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왕이웨이(王義桅)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응을 살펴야 하고 미국의 사회, 경제 문제 등을 살핀 후에야 중국 지도자와 통화를 할 수 있다"며 "중국은 미국과 통화해 양국 관계를 회복하는 일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 (양국 관계가) 4년 넘게 얼어 붙었는데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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