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골퍼 다 어디갔나"..오일머니 챙기러 사우디행

조효성 2021. 2. 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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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리드·디섐보·케빈 나 등
초청료 100만달러 이상 받고
전통의 피닉스오픈 줄줄이 불참
사우디 인터내셔널대회 참가
美 애리조나 출신 필 미컬슨도
거액의 초청료에 고향대회 포기
우즈는 2년 전 300만달러 거절

3개월 만에 갤러리 입장이 허용된 가운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총상금 730만달러) 우승컵을 놓고 톱골퍼 간 치열한 우승 경쟁이 시작됐다. 5일(한국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스코츠데일(파71·7261야드)에서 열리는 PGA투어 피닉스오픈은 매일 5000명 한정으로 갤러리 입장이 허용됐다. 갤러리 입장은 지난해 11월 휴스턴오픈 이후 처음이다. 선수들도 오랜만에 관중의 환호 속에서 샷을 날릴 수 있게 돼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우승 후보들 면면도 화려하다. 세계 랭킹 2위이자 대회가 열리는 지역에 위치한 애리조나주립대 출신의 욘 람(스페인), 세계 3위 저스틴 토머스(미국), 세계 6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함께 한국의 임성재(23), 지난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챔피언 김시우(26), 안병훈(30·이상 CJ대한통운) 등 한국 선수도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뭔가 허전하다. 올 시즌 PGA투어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선수들의 이름이 대거 빠져 있다.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묘하게도 PGA투어 피닉스오픈보다 규모가 절반밖에 되지 않는 작은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피닉스오픈이 열리는 같은 기간(현지시간 4~7일)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 이코노믹시티의 로열 그린스 골프&컨트리클럽(파70)에서는 유러피언투어 사우디 인터내셔널이 열린다. 이 대회 총상금은 불과 350만달러. 피닉스오픈 대비 절반도 안 된다. 그런데 PGA투어 올 시즌 챔피언 대부분이 이 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메이저 챔피언 경험을 한 골퍼가 13명이나 된다.

일단 압도적인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이 사우디로 날아갔다. 존슨은 지난해 11월 '명인열전' 마스터스를 제패하고 현재 페덱스컵, 시즌 상금, 평균 타수 부문에서 모두 1위를 달리는 현역 최강자다.

존슨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메이저대회인 US오픈 챔피언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도 이곳으로 날아왔다. 전 세계 골프계에 '장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디섐보는 현재 평균 329.2야드로 장타 랭킹에서 압도적인 1위에 평균 타수도 2위에 올라 있을 만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주 열린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에서 '규칙 위반 논란'에도 우승을 차지한 '악동' 패트릭 리드(미국), 같은 날 유러피언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챔피언 폴 케이시(잉글랜드), 지난달 소니오픈에서 개인 통산 5승을 기록한 케빈 나(미국), 전 세계 랭킹 1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등도 PGA투어가 아니라 사우디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했다.

가장 이례적인 참가자는 필 미컬슨(미국)이다. 미컬슨은 피닉스오픈이 열리는 지역에 있는 애리조나주립대 출신이다. 유독 피닉스오픈에 애정을 드러내 30년간 출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에 이어 올해도 같은 기간 열리는 사우디 인터내셔널을 선택했다.

올 시즌 최고의 샷 감각을 보이고 있는 '위너스 클럽' 멤버들이 PGA투어 대신 규모가 작은 사우디로 날아온 것은 두둑한 '초청료' 때문이다. 순위에 따라 주어지는 상금과 함께 웬만한 대회 우승 상금에 버금가는 뒷돈을 받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편할 수 없다.

골프계에 따르면 이들은 100만달러(약 11억원) 이상의 초청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마다 랭킹과 흥행 능력에 따라 초청료가 더 올라간다. 2019년 타이거 우즈(미국)는 이 대회에 참가하는 조건으로 초청료 300만달러를 제안받았지만 거절하기도 했다.

이 대회 출전에 대해 선수들의 의견은 갈린다. '스포츠의 정치적 이용' 때문이다. 2019년 대회를 앞두고 일부 선수는 거액의 초청료 유혹을 뿌리치고 불참을 결정한 바 있다. 2018년 사우디 반정부 성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때문이다. 이 사건에 사우디 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반인권 국가'로 낙인찍힌 사우디 정부가 이미지 개선을 위해 대회를 신설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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