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8승 단장' 두산 김태룡의 판 읽기 "올해는 LG가 위에 있다"
[스포츠경향]
프로야구 사령탑에 비견하자면 김응용 전 감독이 떠오른다. 김응용 전 감독은 1983년 해태 감독을 시작으로 2014년 한화 감독에 이르기까지 통산 1554승(1288패)을 거뒀다. 1370승(1178패)의 김성근 전 감독의 추격을 받은 정도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2011년 8월10일 베어스 단장으로 업무를 시작한 이후로 만 10년을 향해 가고 있다. 정규시즌 통산 1299경기에서 통산 738승16무545패(0.575)를 거뒀다. 그 기간 7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라 3차례 우승컵을 품었다. 1999년부터 2010년까지 11년간 삼성 단장을 역임하며 3차례 우승을 맛본 김재하 전 단장만이 KBO리그 단장 역사에서 김태룡 단장과 키재기를 하는 이름이다.
동아대 선수 출신으로 프런트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올라온 김태룡 단장은 지난 3일 이천 두산베어스파크에서 기자와 만나 “두산에 입사한 것으론 31년째”라며 베어스에서 보낸 지난 시간과 함께 올해 다시 열릴 두산의 새로운 시간을 내다봤다. 전형적인 실무형 단장으로 야구판에서 누구보다 보이는 게 많을 수밖에 없다.
김태룡 단장은 기자의 요청에 조심스럽게 올해 판도를 읽으면서 올해 만큼은 두산이 도전자 입장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단장이 가장 주목한 구단은 류지현 감독 체제로 새출발을 하고 있는 옆집 LG 트윈스다. “작년 우승팀 NC가 좋지만 LG도 좋다. 굳이 보자면 두 팀이 1, 2번이다. 우리 위에 있다”며 “그 중에서도 LG가 많이 좋아진 게 보인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LG는 선수들이 많이 올라오는 게 보인다. 작년부터 보면 백업들이 좋아졌다. 전반적으로 층이 두꺼워졌다”고 말했다. 김태룡 단장은 다른 팀 얘기를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결례라는 전제로 깊은 얘기는 아꼈지만 LG 외야진에서 이천웅이 주전을 확보하지 못하고 경쟁 상황에 놓인 것 등이 변화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김 단장은 지난해 순위 기준 중하위권 그룹에서는 “삼성이 가장 잘 보강한 것 같다. 올해 궁금하다”고 말했지만, 역시 두산의 우승 도전 길목에서 가장 큰 고비는 NC와 LG 두 팀을 넘어서는 게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시사했다.
김태룡 단장은 올해는 판도를 더욱 읽기 어려운 상황이라고도 했다. 외국인선수 변수가 예년보다 훨씬 더 많아졌다는 진단을 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때문에 이쪽 구단으로 날아온 선수들 수준이 이전보다 높아졌다. 그 수준이 1차 변수인데 그들의 국내 적응력에 따라 구단별 성패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 또한 알칸타라(한신)와 플렉센(시애틀) 등 지난해 외국인투수 원투펀치를 모두 빼앗겼지만, 기대감을 가질 만한 투수인 워커 로켓과 이라엘 미란다 등 새 외국인 자원으로 영입했다. 김 단장은 “어느 정도 대비를 한 상태에서 리스트업 해놓은 대상 중 윗순위에 있는 선수를 잡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하나 다행스러운 것은 두산이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의 위기를 잘 넘겼다는 점이다. 주력선수들을 시장에 무더기로 내놓았던 두산은 오재일(삼성)과 최주환(가칭 이마트 야구단)을 내줬지만 공수의 핵인 허경민과 정수빈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김태룡 단장은 “어려웠던 비시즌을 몇번 있었지만, 전력 구성만 놓고는 가장 힘든 겨울이었다”면서도 “그래도 해당 포지션의 대체 인물 유무 등을 놓고 우선 순위를 정해 움직였는데 우리 계획대로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최근 두산의 성공의 공을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현장에 돌리면서도 “우리 프런트에는 오래 근무한 직원들이 많다. 모두가 나름의 노하우가 있고 그게 우리의 또 다른 힘”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고 박용곤 명예회장님이 과거에 늘 ‘멀리 보고 하라’는 말씀을 자주 해주셨는데 그 대목이 다시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천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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