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법관 탄핵소추 與 "입법부 의무" 野 "사법부 난도질"(종합)

한재준 기자 2021. 2. 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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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재판의 독립 실현되길..김명수, 임성근 판사 사표 반려 적절"
국민의힘 "사법부 짓밟은 만행에 불과..김명수야 말로 탄핵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이탄희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민원실에서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하고 있다. 2021.2.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헌정사상 최초로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4일 국회에서 가결된 것을 두고 여야가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삼권분립에 따른 사법부를 견제하기 위한 입법부의 의무라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은 중우정치(衆愚政治, 선동·군중심리에 따른 다수의 비합리적 판단)의 민낯을 보았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소추안 대상인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한 것을 두고도 민주당은 적절한 행동이었다며 감싼 반면 국민의힘은 김 대법원장 또한 탄핵감이라며 반발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임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뉴스1과 만나 "법관도 예외 없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행위를 할 경우에는 국회가 탄핵을 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에 국회의 의무를 다한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판부의 독립, 재판의 독립이 실현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날 언론을 통해 공개된 녹취록에서 김 대법원장이 임 판사에게 "내가 사표를 받으면 (임 판사가) 탄핵이 안 되지 않느냐"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김 대법원장의 행동이 적절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녹취록과 관련해 "국회에서 위법행위에 대한 탄핵이 논의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표 수리를 안 하는 것은 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사법부는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각 법관의 독립성은 엄중하게 지켜져야 한다"며 "(탄핵소추안은) 삼권분립에 따라 사법부의 잘못을 견제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입법부의 의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 대변인은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임 판사는 재판 과정에 개입해 헌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 개입 사건에 대해 법원 1심 형사재판부는 '법관독립을 침해한 위헌적 행위'라고 적시했다. 그러나 법원 내부에서는 징계 시효가 경과됐기 때문에 임 판사에 대한 징계가 이뤄질 수 없었다"고 탄핵소추안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홍 대변인 역시 임 판사의 변호인이 임 판사와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면담 녹취록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녹취록 역시 이번 사건의 본질을 가릴 수는 없다"며 "임 판사는 향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헌법 위한 행위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일제히 입장문을 내고 탄핵소추안이 입법부의 의무라는 점을 강조했다.

송영길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관은 신성불가침의 존재가 아니다. 정부를 구성하는 사법부의 일원일 뿐"이라며 "오늘 73년 만에 처음으로 헌법이 정한 '입법부에 의한 사법부 견제'가 현실화했다"고 했다.

강병원 의원도 임 판사의 재판 개입 혐의를 언급하며 "명백한 민주주의 위기 앞에서 탄핵소추권을 보유한 국회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이는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이정문 의원은 "법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고 판사도 헌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있다면 국민이 선출한 국회에 의해 탄핵 소추가 되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여부가 판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4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2.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반면 야권은 여당이 주도한 탄핵소추안이 법관 길들이기를 위한 것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내고 "오늘 법관 탄핵은 아무런 실익도 없고 명분마저 희미한, 오로지 본보기식 (법관) 길들이기 탄핵이다"고 비판했다.

배 대변인은 "탄핵 대상 판사가 2월에 임기를 마치는지도 몰랐던 민주당 이탄희 의원의 선동에 의해 여권 의원들이 탄핵의 수렁에 몸을 던졌다"며 "김명수 대법원장의 방조와 조력이 없었으면 오늘의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 대변인은 법적 절차를 무시한 점도 강조했다. 그는 "헌법 제65조에는 탄핵의 대상과 절차, 효력에 대해 규율하는데 헌법에 뿌리를 둔 국회법 제130조 제1항 '탄핵소추가 발의되었을 때에는 의장은 발의된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하고, 본회의는 의결로 법사위에 회부해 조사하게 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며 "민주당과 2중대들은 이 법 절차까지 다수의 힘으로 무력화해 무리하게 탄핵을 했다"고 비판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탄핵소추안을 국회 법사위에 회부해 자세한 조사를 진행하자고 제안한 것이 부결된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배 대변인은 "진정 국민이 탄핵하고 싶은 대상은 '일선 법관'이 아닌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든 이들'이다"라며 "이제 역사가, 국민이, 민주당을 탄핵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 사법부가 치욕을 당했다. 헌법을 지키라고 만들어 준 거대 여당이 헌법 정신을 탄핵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비난했다.

원 지사는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판사의 사표 수리도 거부하고 저지른 민주당의 탄핵과 김명수 대법원장의 언행은 민주주의와 삼권분립, 사법부를 짓밟은 만행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당내 중진인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도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해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한 문재인 정권의 무자비한 칼날이 사법부를 난도질했다"고 평가했다.

서 의원은 임 판사의 사표 수리를 하지 않은 김 대법원장을 향해서도 "헌법가치를 목숨처럼 지켜야 할 대법원장이 판사를 적폐로 몰아 검찰로 넘긴 것도 모자라 스스로 정권의 앞잡이가 됐다. 김 대법원장이야 말로 탄핵감"이라고 쏘아붙였다.

국민의당 권은희, 이태규, 최연숙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김명수 대법원장의 뒷거래로 성사시킨 임 판사의 탄핵소추안에 반대한다"며 "민주당은 탄핵소추 절차를 중단해 사법부가 여당과 그 지지자의 입맛으로부터 독립해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임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석 288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02명, 기권 3명, 무효 4명으로 가결했다. 탄핵안이 가결됨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동의로 임 판사에 대한 탄핵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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