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인터뷰]'장발 탈출' 김원중, 사직 아이돌의 귀환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셔"

인터뷰에 임한 김원중과 2011년 신인 드래프트 현장의 김원중.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조선DB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2020년 부산에는 이상훈 못지 않은 '야생마'가 나타났다. 치렁치렁한 머리를 휘날리며 롯데 자이언츠의 승리를 책임지던 김원중이다. 시크하게 던져진 물병처럼, 구원 3위(25세이브)에 오른 김원중을 뒤따르는 아우라였다.

하지만 역시 짧은 머리가 낫다.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김원중은 "모두가 '정말 잘 잘랐다'고 한다. 특히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셨다. 그렇게 기를 거면 다신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김원중이 지난 시즌을 앞두고 예고 없이 긴 머리를 선보였던 이유는 소아암 어린이에게 모발을 기부하기 위해서였다. 김원중은 "선배들의 발걸음을 따랐을 뿐이다. 혼자 조용히 하려고 했는데, 이런(방식의) 선행이 있다고 알릴 수 있게 돼 쑥스럽지만 뿌듯하다"며 웃었다.

"머리를 자르고 나니 외출 준비하는 시간이 짧아서 좋다. 운동에 지장이 되진 않았다. 한번 길러보니, 기회가 된다면 또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김원중은 자타공인 '롯데의 미남투수'로 통한다. 패션계에서도 그를 주목했다. '킹원중'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동명이인의 톱모델 겸 디자이너로부터 의류를 선물받기도 했다. 1m92의 늘씬한 키에 탄탄한 몸매가 어우러진 비주얼은 아이돌 못지 않다.

인터뷰에 임한 김원중.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2017~2019년 3년간 롯데의 선발 한축을 책임졌다. 하지만 2020년에는 손승락을 대신하는 마무리로 변신했다. 후반기 뜻밖의 부진을 겪긴 했지만, 허문회 감독의 신뢰는 단단하다. 2021년에도 마무리를 맡는다.

"마무리는 기싸움이 중요하다. 집중력이나 체력이 떨어지면, 같은 코스로 던져도 안타를 맞더라. 한시즌 내내 기복 없이 기량을 유지하는게 올해 목표다. 내가 자신감이 떨어지면 야수들도 다운될 수 있다."

김원중은 "마무리는 경기를 내 손으로 끝낼 수 있어 매력적이다. 언제나 내 공을 믿고 던진다"면서 "지난해를 교훈 삼아 올해는 더 윽박지르는 패턴으로 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필승조 박진형 구승민과의 케미도 좋다.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

"마무리 투수는 경기가 끝나는 가장 마지막 순간에 마운드에 서 있는 존재다. 심플하게 한경기한경기 전력을 다하고자 한다. 시즌이 끝났을 때 내 성적이 좋다면, 팀이 많이 이겼다는 뜻이니까."

2019년 미소짓는 김원중과 2020년 장발의 김원중. 스포츠조선DB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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