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녹취록' 공개..국회, 최초의 '법관 탄핵' 가결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회의 탄핵을 이유로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다는 내용의 녹취가 공개됐습니다. 대법원은 어제(3일) 국회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공식 답변했었죠. 정치권으로도 논란이 번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임 부장판사 탄핵도 오늘 가결이 됐는데요.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가 법관을 탄핵한 겁니다. 관련 소식 류정화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어제까지만 해도 해프닝으로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이 안 된다"며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다는 한 언론의 보도가 나왔을 때만 해도 말이죠. 대법원에선 즉각 반박 자료를 냈습니다. "임 부장 판사가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한 적이 없다",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은 없고, 일단 치료에 전념한 후 생각해보자"고 했다는 겁니다.
대법원의 이 공식 입장, 하루 만에 뒤집혔습니다. 문제가 된 지난 해 5월, 김명수 대법원장과 임성근 부장판사의 대화, 녹취를 임 부장판사 측이 공개한 겁니다. 1분 36초 분량의 녹취, 김 대법원장의 입에선 '탄핵'이라는 단어가 다섯 번 나왔습니다. 사표수리와 탄핵을 정확히 연결 지은 대목도 있었습니다.
[김명수/대법원장 :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의 이유, '사법농단'이었습니다. 삼권분립의 한 축인 법원이 정권의 눈치를 봤다는 거였죠.
[이탄희/더불어민주당 의원 : 더군다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심기 경호와 같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남이 받고 있는 재판에 함부로 개입하는 일은 더더욱 용납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김 대법원장도 국회의 눈치를 봤습니다. 사법부의 수장 대법원장이 직접 "법률적인 건 차치하고 정치적인 상황을 살펴야 한다"라고도 말했죠. 국회를 묘사한 표현이 조금 거칠어 보이기는 합니다.
[김명수/대법원장 :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녹취가 공개되자 김 대법원장은 해당 내용을 인정했습니다. 어제의 해명을 뒤집은 겁니다. "기억을 되짚어 보니 녹취와 같은 내용을 말한 것이 맞고, 앞선 답변은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했다"고 했습니다. 또 "송구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 국회로 옮겨가면서 파장은 커졌습니다. 국민의힘은 김 대법원장에게 당장 거취를 결정하라고 공세를 폈고, 국민의당은 "후배의 목을 권력에 뇌물로 바쳤다"고 비난했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어제오늘 드러난 녹취록을 보면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에 노출시키기 위해서 1년 가까이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이런 행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거기에 더해서 거짓말까지 한 정황이 나타나 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오욕의 이름을 사법사에 남기지 말고 본인의 거취를 결정하기 바랍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김명수 대법원장이 여당의 탄핵 추진을 염두에 두고 임 법관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후배의 목을 권력에 뇌물로 바친 겁니다. 사법부 스스로가 권력의 노예가 되기를 자청한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야권 서울시장 후보들도 일제히 비난했죠. "삼권 분립에 어긋나는 발언"이고,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고 했습니다.
반면 여권에선 말을 아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대법원장이 사표수리를 보류한 것 자체는 당이 논평하거나 입장을 밝힐 영역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낙연 대표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낙연/더불어민주당 대표 : (녹취록이 공개됐는데 혹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네. 특별한 코멘트가 없습니다.]
반면 우상호 후보는 임 부장판사를 탄핵해야 할 이유가 늘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자신의 거취를 의논하러 간 자리에서 대법원장과의 대화를 녹음해 공개하는 수준의 부장판사라면, 탄핵하는 것이 맞다"는 겁니다. 관련 소식은 들어가서 더 얘기해보겠습니다.
[이탄희/더불어민주당 의원 : 이번 탄핵소추의 진정한 실익은 정쟁으로 시끄러워 보이는 이 와중에도 대한민국의 헌정질서가 애초 설계된 대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과 국회가 함께 확인하는 데에 있습니다. 정당을 넘어서 압도적인 다수의 의원들의 찬성으로 이 안건을 가결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국회는 오늘 헌정사상 처음으로 법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습니다. 재적의원 288명 중, 179명이 가표를 102명이 부표를 던졌습니다. 탄핵안 발의에 이름을 올렸던 161명보다는 찬성표가 18명 더 많았죠. 다만 민주당 의원 174명에 정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을 다 더한 184명보다는 찬성표가 적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 책상에 "졸속 탄핵, 사법 붕괴"라는 손피켓을 붙인 채 회의에 참여했습니다. 탄핵이 가결되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요.
[졸속 탄핵 규탄한다! 김명수를 탄핵하라!]
탄핵안 표결 직전, 국민의힘은 임 부장판사의 "탄핵 사유를 면밀히 조사하자"면서 탄핵소추안을 법사위에 회부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부결됐습니다. 민주당은 "시간끌기로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주혜/국민의힘 의원 : 무죄 판결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 법관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나쁜 선례로 역사에 기록된다는 점에서 탄핵 의결 전에 탄핵 사유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당연히 필요합니다.]
[김용민/더불어민주당 의원 : 피소추자 임성근은 오는 2월 28일 퇴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늘로 따지면 24일 남은 셈입니다. 이렇게 시간이 촉박한데 10여 일간의 조사를 하자는 것은 사실상 시간을 끌어서 면죄부를 주자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임 부장판사 선고는 이미 1년 전에 있었는데, 지금 탄핵안을 추진하는 건 앞으로 남아있는 재판에서 영향을 주고 싶은 것 아니냐고도 꼬집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의원 : 울산시장 선거공작 사건, 월성원전 폐쇄 불법조작,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 조국 전 장관 비리에 대한 재판에 강한 영향을 주고 싶은 마음 없다고 부인하기 어려울 겁니다.]
이어진 대정부 질문에서는 정치 외교 분야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는데요. 들어가서 더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김명수 녹취파일 공개, 거짓말 논란…국회, 헌정 사상 첫 법관 탄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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