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정상 첫 통화, '한반도 평화' 진전 출발점 되길

[한반도 평화]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 첫 정상 통화를 하면서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 대북전략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미국 백악관도 “두 정상이 북한과 관련해 긴밀한 조율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의 주된 당사국인 한국의 역할을 평가하고, 한국과 같은 입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한국과 협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리가 한반도 문제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양국이 긴밀히 협의해,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한반도 문제의 우선순위를 높이고 대북정책의 틀과 로드맵을 신속하게 마련하길 바란다. 한-미 대면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시기가 다소 늦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 전에라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야 한다.

두 정상 간의 통화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 14일 만에 이뤄지고 한-중 정상 통화가 앞선 점을 두고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중요한 건 형식보다 내용이다. 이번 통화가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비핵화와 평화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는 출발점이 된다면 이런 논란은 불식될 것으로 본다.

두 정상은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이 역내 평화와 번영에 중요하다는 데도 공감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수교 이후 최악”이라는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미-중 갈등이 미묘한 시점인 만큼 중국에 대한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두 정상이 쿠데타가 일어난 미얀마의 민주주의 회복 필요성에 동의한 것도 눈에 띈다. 바이든 행정부 대외정책의 핵심이 민주주의 가치를 중심으로 동맹들과 연대하는 것인 만큼, 미국 입장에선 미얀마 문제에 대한 동맹들의 공동 대응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양국 간 신뢰가 굳건해진다면 대북정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본다. 한·미가 한반도 문제뿐 아니라 코로나19, 기후변화 등 국제 현안에 대한 공조를 펼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고 국제사회에서 한층 더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