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巨與 독주에 2월국회 암운..법관 탄핵, 헌법 지키는 길인가

정연주 기자,정윤미 기자,이준성 기자,김유승 기자 2021. 2. 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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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탄핵소추안 재석 288명 중 찬성 179표로 가결
헌재 각하 가능성 관측..초유의 판사 탄핵, 졸속 진행 논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384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2.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정윤미 기자,이준성 기자,김유승 기자 =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4일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헌정사상 첫 법관 탄핵소추안 의결을 끝내 관철했다.

야권이 "김명수 대법원장 탄핵"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2월 임시국회는 시작부터 법관 탄핵 정국으로 흐르며 긴장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정치권의 공방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각하 가능성이 높다는 한계와, 초유의 판사 탄핵소추가 그 중대성에 비해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지적 등 논란도 적지 않게 남기고 있다.

정치권에서 정당과 진영의 이익에 맞춰 각종 재판 결과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경향이 급격히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 시도가 빈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재판 절차를 통해 '사법농단'을 정리해가고 있는 사법부를, 입법부가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칼을 휘둘러 헤집는 데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88명 중 찬성 179표로 가결됐다.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는 무기명 투표로 이뤄지며 국회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임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는다. '세월호 7시간'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사건(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등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1심 재판부는 이를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하면서도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탄핵소추안은 판사 출신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주도했다. 그 결과 민주당 의원 150명을 비롯해 정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161명의 공동 발의를 끌어냈다. 민주당은 이낙연 대표 등 지도부가 힘을 실으면서 사실상 당론으로 추진했다. 이런 기류에 표결 전부터 가결 가능성이 점쳐졌다.

최종 결론은 헌법재판소가 낸다.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이 동의하면 임 부장판사는 사상 처음으로 탄핵을 당한 법관이란 불명예를 안게 된다. 임 부장판사는 이달 말 퇴임을 앞두고 있어 헌재가 그 전에 결론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달 말까지 결론을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각하'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고 헌재에 넘겨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만큼 이번 탄핵안 가결을 놓고 정치권에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 발의 전후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공개된 임 부장판사와 김명수 대법원장의 녹취록을 문제 삼아 김 대법원장을 '정권 하수인'으로 몰아세우고, 김 대법원장의 사퇴와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임 부장판사 측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사의를 표명한 임 부장판사에게 김 대법원장은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이야기를 듣겠느냐"고 말했다.

표결 직전 본회의장에서도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이번 탄핵소추의 진정한 실익은 정쟁으로 시끄러워 보이는 듯한 이 와중에도 대한민국의 헌정질서가 애초 설계된 대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 국민과 함께 확인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야권은 헌법재판소로 탄핵소추안을 보내기 전에 국회 법사위에서 사안을 조사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임 판사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무죄 판결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 법관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나쁜 선례로 역사에 기록된다"며 "탄핵 의결 전에 탄핵 사유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당연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제안은 여당에 가로막혀 부결됐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384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에 투표를 한 뒤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1.2.4/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탄핵소추안 가결 후 여야는 상반된 논평을 내놨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오늘 법관 탄핵은 아무런 실익도 없고 명분마저 희미한, 오로지 본보기식 (법관) 길들이기 탄핵"이라며 "김명수 대법원장의 방조와 조력이 없었으면 오늘의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의 명운을 가를 재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입시비리 등 혐의,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김경수 지사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 등이 줄줄이 남아있다"며 "누구를 위한 법관 탄핵인가, 바로 정권을 위한 탄핵이다"라고 강조했다.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사법부는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각 법관의 독립성은 엄중하게 지켜져야 한다"며 "(이번 탄핵안 가결은) 삼권분립에 따라 사법부의 잘못을 견제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입법부의 의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영업손실보상법과 협력이익공유법, 사회연대기금법 등 이른바 '상생연대3법' 중 최소 1개의 법안과 검찰개혁·언론개혁 관련 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4차 재난지원금 관련 최소 20조원 이상의 '슈퍼 추경(추가경정예산안)' 논의도 물꼬를 터야 한다. 하지만 벌써 정국이 얼어붙고 있어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단,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한 '공수처법 개정안' 등이 처리된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의결에 절대적인 다수의 의석과 상임위원장을 전부 가진 민주당이 야권의 반발에도 입법을 관철하는 것은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jy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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