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늦은 대신 물량 공세?.."언제, 얼마나 완성될지는 알 수 없어" [2·4 부동산 대책]

박세준 2021. 2. 4. 19: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장·전문가 반응
文정부 수요 억제서 방향 틀어
예상치보다 많은 양 쏟아내
공급확대 시그널엔 높은 평가
"대책 너무 늦게 나와" 지적도
재건축단지 참여 전제로 계산
제시한 수치에 상당 부분 허수
실제 소유주 사업 참여 변수도
4일 서울 중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 본 도심 아파트 일대. 뉴스1
문재인정부가 2025년까지 서울 도심에 32만여가구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25번째 부동산 대책을 4일 내놨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대적인 공급확대 시그널을 보낸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대책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2·4 대책에서 제시한 공급 물량이 실제 공급되기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에 내놓았어야 할 대책이 너무 뒤늦게 나왔다는 지적이 많다.

◆한발 늦은 대신 물량 공세로 승부

정부가 4일 발표한 공급대책의 공식명칭은 ‘공공주도 3080 플러스(+)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이다. 3080 플러스는 서울 30만가구, 전국 80만가구를 훌쩍 넘는 획기적인 공급물량이 담겼다는 뜻이다.

앞서 발표한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급대책 127만2000가구에 이번 추가대책의 수도권 물량 61만6000가구를 합치면 모두 188만8000가구에 이른다. 과거 노태우정부가 내놓은 수도권 200만가구 공급계획과 맞먹는 수치다.

문재인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줄곧 수요 억제에 방점이 찍힌 부동산 대책을 펼쳐왔다. 여권 관계자가 한목소리로 “주택공급은 이미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018년 수도권 30만가구 공급과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주택자금 대출을 조이고 세제를 강화하는 등 투기 근절방안에 무게를 둔 정책 기조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례적인 초저금리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급격한 가구 분화 현상까지 겹치면서 공급 확대 총력전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에도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집값이 계속 상승세를 기록한 만큼 이번에는 아예 시장의 기대치보다 훨씬 많은 주택 물량을 쏟아내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역세권 등 고밀개발에 공공주도 방식 도입

정부는 그간 서울 도심에 새로 주택을 공급할 부지를 찾기 어려워진 상황에 애를 먹었다. 그럼에도 공급을 늘리기 위한 절박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식을 고민했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이번 공급대책의 핵심은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주거지에서 공공기관이 부지를 확보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이다. 이 방식으로 서울 11만7000가구를 포함해 모두 19만6000가구의 주택을 신규 공급한다. 관련법이 개정되면, 정부가 지구를 지정한 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땅을 확보해 개발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법적 상한의 최대 140%까지 용적률을 높여주고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각종 도시규제도 완화할 방침이다. 용적률 인센티브에 따른 기부채납 비율은 당초 알려졌던 50%보다 훨씬 낮은 15% 수준으로 정해졌다.

지방자치단체·주민·세입자 등 각 구성원 간 입장차로 지연됐던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라는 새로운 방식도 도입된다. 조합을 꾸릴 필요 없이 사업 추진이 확정되면, 공공기관이 부지를 확보하고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서 과거 평균 13년 걸리던 정비사업이 앞으로는 5년 내에 마무리될 수도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만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등도 모두 면제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강당에서 열린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에서 정부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집값 안정될까… 정비사업 참여율이 관건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급 확대 시그널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단기적으로 집값 안정세를 기대하긴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제시한 수치 자체가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사업 참여를 전제로 계산한 것이어서 상당 부분 허수가 있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예상보다 많은 물량을 제시하며 화끈한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많은 공급 물량에 비해서 정작 실효성이 떨어져서 언제, 얼마나 완성될지는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용적률을 완화하는 등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실제로 토지 소유주가 수익성을 따져보고 사업을 결정하는 데까지는 변수가 많다는 설명이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부분보다는 정부가 주도하는 물량의 비중이 높다”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는 아직 공공주택의 품질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이 짓는 주택은 저렴하고 실용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것과 달리 민간 건설사는 프리미엄 아파트 등 시장의 수요를 겨냥해 공간구조와 인테리어, 단지 조경 등에 공을 들이면서 젊은층의 선호도가 훨씬 높은 편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책 발표에 따라 개발 기대감이 커져 서울 등 전국이 개발 호재 대상이 됐다”며 “이로 인해 집값이 더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