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시, 농산어촌유학을 꿈꾸며 / 임금순

한겨레 2021. 2. 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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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은 교육의 여러 가지 문제점에 직면하면서 '농산어촌유학'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때마침 전남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이 올해부터 '농산어촌유학'을 추진하기로 협약식을 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당시 교육의 철학과 가치가 바로 서지 않은 채 열정만 갖고 산촌유학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농산어촌유학에 대한 교육철학과 가치, 정체성을 바로 세울 때이다.

학교가 마을과 함께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이 농산어촌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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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임금순ㅣ전남 담양 봉산초등학교장

요즘 대한민국은 교육의 여러 가지 문제점에 직면하면서 ‘농산어촌유학’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때마침 전남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이 올해부터 ‘농산어촌유학’을 추진하기로 협약식을 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처음으로 시도하는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농촌과 도시의 학생들이 함께 성장하게 될 뿐만 아니라 농촌이 지닌 참된 가치를 알게 됨으로써 농촌과 도시가 상생 발전하게 될 것이다.

원래 산촌유학은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44년 전 일본의 교사 아오키 다카야스는 입시전쟁터가 되어버린 교육에 더 이상 비전이 없다는 생각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새로운 대안교육을 꿈꾸었다.

그는 도시의 아이들에게 삶의 기반인 자연이 상실되어가고 있음을 발견하고 아이들과 자연의 만남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지역 농가를 빌려 아이들이 잠깐씩 머물게 하면서 교육을 시작했다. 유학생들이 증가하면서 최초의 ‘산촌유학센터’를 세웠다.

그가 세운 교육원칙은 한 달에 10일 이상 아이들이 지역 농가에 거주하는 것으로 농촌의 실제 삶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익히도록 했다. 농가 어른들이 부모와 교사의 역할을 하고, 아이들은 학교와 유학센터, 농가를 오가면서 다양한 공동체를 학습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촌유학을 실시한 지 10년이 지났다. 필자는 2013년에 강진 옴천초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를 살리고자 산촌유학을 시도했다. 당시 15명까지 줄어들었던 학생 수가 대도시 유학생이 오면서 2016년 43명까지 증가했다.

옴천초가 산촌유학에 성공한 배경엔 깨끗한 자연환경과 지역민의 협조, 교육청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대표 프로그램은 ‘텃밭 가꾸기’, ‘자연과 함께하는 유학캠프’, ‘반딧불이교실(마을학교)’ 등이 있었다. 아토피, 부적응, ADHD증후군 등을 갖고 있던 아이들도 교사들의 관심과 사랑,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성장하여 현재 중·고등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

필자가 처음으로 산촌유학을 시작한 까닭은 ‘작은 학교 살리기’였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궁극적인 목적은 한국 교육의 미래를 밝게 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당시 교육의 철학과 가치가 바로 서지 않은 채 열정만 갖고 산촌유학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농산어촌유학에 대한 교육철학과 가치, 정체성을 바로 세울 때이다.

오염된 공기와 고층 건물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마을’이 없다. 단지 아파트와 학원만 있을 뿐이며 학교와는 별로 차이가 없다. 핵심 공간은 ‘시골학교’와 ‘마을’이다. 학교가 마을과 함께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이 농산어촌유학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마을에 대한 깊은 연구와 성찰이 부족했다. 산촌유학은 도시의 학생들이 학교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을로 오는 것이다. 즉 학교는 마을 속에 있다. 학교는 그 마을의 역사성과 문화를 교육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마을과 학교가 아이들을 위한 자연스러운 교육공동체가 될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담양 봉산초등학교는 남도 가사문화권에 위치하고 있다. 가사문학의 산실인 면앙정과 송강정이 있어, 아이들이 마을에서 자연스럽게 조상들의 삶과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마을이 배움터다. 마을 어른들이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들으며 과거의 시간을 현재화하고, 봉산이 주는 풍성한 농산물을 맛보며 자랄 수 있다.

농산어촌유학은 시골학교와 마을공동체, 교육청, 지자체가 하나가 되어 교육의 철학과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학교는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여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유학생들에게 시골학교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 자신의 꿈과 미래를 설계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농산어촌유학은 마을과 학교가 함께하는 한국 교육의 미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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