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왕국' 네이버 간판 서비스 '실검'..16년만에 사라진다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가 오는 2월25일 종료된다. 지난 2005년 5월, '실시간 인기검색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는 가 16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4일 네이버는 "급상승 검색어는 풍부한 정보 속에서 능동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소비하고 싶은 커다란 트렌드 변화에 맞춰 2월 25일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모바일 네이버홈의 '검색차트' 판도 같은 날 함께 종료된다.
◇2005년 시작된 양대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네이버와 다음은 지난 2005년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폐지는 다음이 빨랐지만(2020년 2월) 서비스를 먼저 시작한 건 네이버였다.
네이버는 2005년 이전까진 '인기검색어'와 '네티즌 검색어' 등을 일 단위로 집계해 이용자에게 제공했다. 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공개한 것이 '실시간 검색어'다. 당시 네이버 측은 "이용자가 가장 많이 찾는 검색어를 순위별로 보여줌으로써 최신 시사 정보 및 화제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해 다음도 실시간 검색어 기능을 도입했다. 다음 측은 "재난이나 속보 등 빠르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이슈를 공유하고 다른 이용자의 관심과 사회 현상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포털이 실시간 검색어를 메인 화면에 적용하면서 이용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와 최신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포털 이용자의 체류시간이 증가했고, 광고 노출이 늘었다. 광고주(기업)간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대 포털의 수익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나 실시간 검색어가 유명인사의 사생활 침해와 대중의 의제 설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양대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는 15년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두 포털이 간판 서비스인 '실시간 검색어'를 폐지하게 된 주된 배경이다.
◇"검색 기술·모바일 등장으로 실시간 검색어도 진화"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는 검색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진화했다.
네이버는 서비스 시작 초기, 상위 10개 인기 검색어를 5초 단위로 갱신했다. 상위 10개까지 노출되던 순위는 2017년 1월을 기점으로 20개까지 확대됐다. 같은 해 3월에는 키워드의 일일 검색 순위 변화를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는 '검색어 트래킹 기능'이 추가됐다.
'아이폰'의 등장 이후 모바일 검색환경이 빠르게 보편화되면서 실시간 검색어도 모바일에 최적화되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지난 2018년 5월 '모바일 홈'을 개편하며 실시간 검색어를 모바일 메인 화면에서 검색차트판으로 이동했다.
네이버 측은 "모바일이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한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 검색어의 다양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검색어 종류의 수'(UQC)가 33.5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이들은 주어진 콘텐츠를 소비하기보다는 자신의 취향이나 기호에 맞춰 선택적으로 콘텐츠를 소비·생산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네이버는 이러한 이용자의 이용성 변화에 맞춰 지난 2019년 11월부터는 개별적으로 설정한 관심사의 정도에 따라 차트를 제공하는 RIYO(Rank It Yourself) 모델을 적용하며 이용자 개별 설정에 맞춘 차트를 지원했다.
나아가 회사는 '급상승 검색어'와 '뉴스' 콘텐츠가 보이던 첫 화면을 비우고 각자의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는 '검색창'과 '그린닷'을 배치했다. 다양한 주제판도 이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경했으며 뉴스 콘텐츠도 '언론사 구독'과 '개인화 추천' 기반으로 변화시켰다. 모든 인터넷 서비스 카테고리가 이용자 개인에 맞춰지는 '개인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급상승 검색어 사라지고 '데이터랩' 강화된다
인터넷 시장의 변화와 함께 네이버는 더이상 '검색' 포털이 아닌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급상승 검색어 폐지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전히 네이버의 주요 매출은 검색에서 나오지만 핀테크, 콘텐츠, 클라우드, 커머스 등 네이버의 신사업은 빠르게 그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의 핀테크(66.6%), 콘텐츠(48.8%), 클라우드(41.4%), 커머스(37.6%) 부문 성장률은 기존 네이버의 전통적 먹거리인 '검색 광고'격인 서치플랫폼(5.6%) 부문의 성장세를 압도했다.
네이버는 검색 데이터가 필요한 기업 및 중소상공인을 위해 급상승 검색어 대신 '데이터랩'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데이터랩은 네이버 이용자의 인터넷 검색어를 통해 시류의 변화를 알아볼 수 있는 빅데이터 포털이다. 데이터랩은 Δ검색어트렌드로 시작해 Δ쇼핑인사이트 Δ카드이용통계 Δ지역통계 Δ댓글통계 등으로 분야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네이버 측은 이날 "데이터랩은 콘텐츠 창작이나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사용자들이 정확한 트렌드를 파악하고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반드시 활용해야 하는 서비스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며 "이용자로부터 받은 검색어 데이터는 다시 사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가치있는 정보로 돌려드리겠다는 '급상승검색어'의 취지는 '데이터랩'을 통해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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