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적 조현병' 발언에 인권위 진정 제기된 국민의힘

김예리 기자 2021. 2. 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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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가족협 등 "모욕적 혐오 발언, 국회의원들에 의해 악의적 반복"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정신장애인 당사자단체가 국민의힘 초선의원 31명의 “집단적 조현병” 발언을 놓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사단법인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한국정신장애인협회는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의 단체 입장문에 명시된 정신장애 혐오 발언에 대해 4일 오후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국민의힘 의원 31명은 지난 1일 북한 원전 지원 의혹과 관련한 여당 대응을 비판하는 입장문에서 “여당은 '공작' 취급하고, 담당 공무원은 '신내림'이라 하며 대통령의 참모는 전 정권에서 검토된 일이라 '전가'를 하고, 청와대는 법적 조치를 하겠다며 '겁박'을 한다”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 아니라면 '집단적 조현병'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고 밝혔다.

김영희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사외이사는 통화에서 “과거에도 정치권과 언론계 인사들의 정신 장애 혐오 발언이 수차례 있었다. 이번 발언이 특히 심각한 점은 우발적이고 즉흥적으로 나온 말이 아니라 무려 국회의원 31명이 연서명을 하고 기자회견장에서 낭독까지 했기 때문”이라며 “의도가 담긴 발언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정신장애 혐오를 상대방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이어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은 이 발언에 크게 상처 입지만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기에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아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방법은 많지 않다”며 “할 수 있는 것은 인권위에 이들 의원 31명을 피진정인으로 해 진정서 제출하는 것뿐이었다. 최고 수위 결론이 난다 해도 재발 방지 권고 정도일 테지만 이마저도 안 하면 안 되겠다는 절박감을 느낀다”고 했다.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사진=장슬기 기자

단체는 “정치권에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비난할 때 정신장애, 조현병 등을 무분별하게 사용해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관련 사례를 들었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18년 12월 재임 당시 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 “정치권에서 말하는 걸 보면 저게 정상인처럼 비쳐도 정신장애인들이 많다”며 “이 사람들까지 포용하긴 힘들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 대표를 비판하면서 다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정신장애인”이라고 비하 발언을 했다.

박인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9년 9월 “제가 의사인데 조국 이 사람은 정신병이 있다. 자기가 병이 있다는 것을 알면 정신병이 아니다”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줄곧 협치를 강조하고 있는데, 행동은 너무나도 다르다”며 “국가 지도자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면 사회를 정신 분열적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중권씨는 지난해 8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가리켜 “정신상태가 조금 걱정된다. 이상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의 괴리를 검찰과 언론 탓으로 돌리고 싶은 모양”이라며 “두 자아의 분열을 해소하기 위한 자가 심리요법”이라고 했다.

단체들은 진정서에서 “박인숙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신병 환자'를 운운하는 발언 이틀 뒤 사과문을 배포해 '정신질환 또는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한 사실을 뚜렷하게 기억한다”며 “조현병 같은 정신 질환을 가진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은 우리 사회에서 '약자 중의 약자'다. 모욕적 혐오 발언이 국민 대표로 모범을 돼야 할 국회의원들에 의해 악의적으로 반복되는 것에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과 경악을 금치 못한다. 엄중한 조치가 내려지길 바란다”고 했다.

인권위는 2019년 12월 정치권의 장애인 혐오 표현에 대한 장애인단체의 진정에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장애인 및 장애인 관련자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표현 및 행동을 금지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비춰볼 때 '꿀 먹은 벙어리', '정신병자' 등 표현 행위는 장애인을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고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 혐오를 조장해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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