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에 들통난 김명수 거짓말..'사람'에 충성했나?

이희진 2021. 2. 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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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녹취록' 공개 파장.. 사퇴 목소리 거세
판사들 "어떤 사법파동보다 더 심각
당장 옷 벗고 물러나야할 사안" 충격
"양심의 마지막 보루 이끌 자격 없어"
리더십 큰 타격.. 입지 더욱 좁아져
김종인 "비굴하게 연명 말라" 사퇴 압박
안철수 "후배 목을 권력에 뇌물로 바쳐"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부 수장으로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대법원장이 여당 눈치를 본 듯한 발언이 공개된 데다가 ‘탄핵을 이유로 사표를 반려한 적 없다’고 한 해명이 거짓말로 드러난 것이다.
법원 내부에서도 김 대법원장 처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 대법원장이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앞으로 정치권 공격은 한층 격해질 전망이어서 김 대법원장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충격받은 현직 법관들 “옷 벗고 물러나야”

4일 녹취록이 공개된 뒤 법원 판사들은 그야말로 충격에 휩싸였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 사법부 수장의 발언에 적잖은 판사들이 놀란 모습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파격적으로 발탁된 점 등을 들어 대법원장 자질을 거론하는 격앙된 목소리도 들린다.

재경지법 한 부장판사는 “옷 벗고 물러나야 할 사안”이라며 “큰 병에 걸려 건강문제로 사퇴하겠다는 법관에게 죽으란 얘기를 돌려서 한 것처럼 들린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을 향한 여권의 비난을 의식해 사표 수리를 거부한 데다 국회와 국민, 판사들을 상대로 버젓이 자기는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거짓말까지 했다”며 “국민이 양심의 마지막 보루로 여기는 사법부를 이끌 자격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부장판사도 “지금까지 본 어떤 사법파동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도 김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장판사 출신의 여상원 변호사는 “법관이 사표를 제출하면 법관의 건강 상태, 인원의 적정 배치 등을 고려해 판단하는 것이지 정치적 고려를 가지고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자진사퇴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검찰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도 “대법원장으로서 있을 수 없는 사건”이라며 “정상적인 대법원장이라면 즉각 사퇴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명 때부터 ‘삐걱’… 입지 더욱 좁아져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9월부터 약 3년5개월째 사법부를 이끌어 온 김 대법원장은 그간 여권과 야권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야권은 김 대법원장이 법원 내 대표적 진보 성향 모임으로 평가받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임을 들어 정치적 중립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해 왔다. 여권은 여권대로 김 대법원장이 제대로 된 사법개혁을 추진하지 않는다면서 날을 세웠다.
지난해 10월 7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회 법사위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여당은 사법개혁 성과가 부실한 김 대법원장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연루된 ‘사법농단’ 사건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연루 판사가 줄줄이 무죄로 풀려나고 있다”며 “고등법원 부장판사 직위 폐지 등을 제외하고는 사법개혁 성과가 별로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법원장은 지명될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당시 청와대가 개혁 성향이 강한 박시환 전 대법관을 대법원장 자리에 앉히고 싶어 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박 전 대법관이 끝내 고사해 김 대법원장이 낙점됐다. 당시 그는 대법관이나 고등법원장보다 낮은 춘천지방법원장이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지법원장이 바로 대법원장으로 가서 (법조계 내에) 아쉬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검찰 출신의 다른 변호사도 “김 원장이 지닌 콘텐츠 자체가 너무 빈약했다”며 “애초 대법원장 ‘감’이 아니었다고들 수군거린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로 김 대법원장은 더욱 코너로 몰리게 됐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야, “후배를 ‘탄핵 굴’로 떠밀어” 공세 예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후배 법관들을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보호해야 될 책임이 있는 대법원장이 취임 후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면서 무려 100명 넘는 판사를 검찰 조사로 넘겼고, 사표 수리를 거부하며 후배를 ‘탄핵 굴’로 떠밀기까지 했다”며 “김 대법원장은 비굴한 모습으로 연명하지 말고 스스로 되돌아보며 올바른 선택을 하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김 대법원장은 오욕의 이름을 사법사에 남기지 말고 본인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되돌아보고 거취를 결정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사법부 스스로가 권력의 노예가 되기를 자청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며 “여당의 탄핵 추진을 염두에 두고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후배의 목을 권력에 뇌물로 바친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김 대법원장과 관련,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김태년 원내대표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당은 헌법을 위반한 임 판사에 대한 탄핵 표결로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진·곽은산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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