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서 공공으로' 도심개발 대전환..주민 동의가 성공 열쇠
양질의 입지 공공택지로 지정
민간 브랜드 아파트 공공분양
2·4 도심 공급 대책이 주택시장에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도심 역세권처럼 ‘직주근접’이 가능한 양질의 입지가 공공택지로 지정돼, 시세 대비 저렴한 공공분양 주택이 대거 공급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이다. 기존 서울 도심 개발은 민간이 주도했기 때문에 고분양가 논란이 있는 민간분양 아파트가 다수였고, 공공주택은 공공임대주택 일부에 그쳤다.
4일 공개된 도심 공급 대책 가운데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은 30만6천호라는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소규모 정비사업 포함) 모델이다. 이는 서울 외곽에 대규모 부지를 ‘공공주택 복합지구’(공공택지)로 지정해 신도시를 조성하던 공공주택 공급 방식을 역세권, 저층 주거지, 준공업지역 3가지 유형의 도심 부지에 적용하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이 모델로 11만7천호가 공급될 전망인데, 특히 역세권 공공주택 공급이 7만8천호로 가장 많다.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역세권을 공공개발하면서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고 늘어난 면적의 60%를 장기전세주택으로 기부채납하도록 한 바 있으나, 당시엔 토지 소유주가 100% 동의해야 사업이 가능했고, ‘알박기’ 등의 문제로 사업 진척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4일 브리핑에서 “서울에만 지하철역이 307개이고 역세권이 서울 면적의 4분의 1을 넘지만 역에서 가까울수록 땅값이 비싸고 이해관계가 복잡해 개발되지 못한 채 방치된 땅이 많다”고 말했다.
공공택지 지정을 하면 도심 개발의 최대 난제였던 토지 수용과 보상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도심 내 공급이라는 게 자투리땅을 찾아서 공급하는 수준이었고, 기존 역세권 개발 역시 개발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며 “도심 개발을 위한 새로운 제도적 모델이 도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이 토지수용권을 행사할 경우 사유재산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이 관계자는 “기존 민간 주도 재개발사업이나 민간임대사업에서도 민간 주체가 토지 소유자 일정 비율 이상의 동의 요건이 갖춰질 경우 토지수용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며 “이번에 사업 조건을 토지 소유자 3분의 2 동의로 설정한 것은, 기존의 2분의 1 동의만 하면 수용이 가능한 공급촉진지구 등 다른 사례에 견줘 엄격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공이 토지 수용과 인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설계와 시공은 민간 건설사가 맡는 ‘민관 협력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도 실수요자들 입장에서는 공공주택의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있는 대목이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공분양 주택에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시세 대비 저렴하게 공급할 것”이라며 “상당수 지역이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어 보다 창의적인 설계 및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이 필요하지만 조합조차 설립되지 못할 정도로 개발이 난망한 곳이 공공택지로 지정돼 개발될 경우, 원주민과 세입자의 주거의 질을 높이면서도 양질의 공공주택이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서울시의 ‘뉴타운·재개발 수습 방안’으로 당시 개발 계획이 중단된 393곳 가운데 2018년 기준 도시재생사업이나 주거환경개선사업 등 정책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곳이 230여곳에 달한다.
박인권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1983년에 도입된 토지 소유주와 개발회사의 합동재개발 방식은 철거 과정에서 세입자가 사망하거나 개발이익을 사유화하는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며 “이번 도심 공공개발은 기존 도심 개발 체제를 대전환해 공공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인데, 앞으로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일정 부분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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