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정치적 상황 보면서 할 테니까.." 林 건강상 이유 사표수리 요청 반려

이창훈 2021. 2. 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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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부장판사 측이 4일 공개한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대화 녹취록에는 '사법부 수장의 정치권 눈치보기'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이 고스란히 담겼다.

김 대법원장은 건강 악화를 이유로 사표를 내겠다는 임 부장판사에게 '국회에서 탄핵을 못 하게 되면 비난받을 것'이란 이유로 사직을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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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임성근 녹취록 주요 내용
林, 金대법원장 진의 확인 위해 녹음
탄핵 언급 진실공방 번지자 공개결심
법원 내부 "녹취 자체도 비정상적"
임성근 부장판사 측이 4일 공개한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대화 녹취록에는 ‘사법부 수장의 정치권 눈치보기’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이 고스란히 담겼다. 김 대법원장은 건강 악화를 이유로 사표를 내겠다는 임 부장판사에게 ‘국회에서 탄핵을 못 하게 되면 비난받을 것’이란 이유로 사직을 보류했다. 사법부의 독립성 수호를 최우선해야 할 대법원장으로선 부적절한 처사로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법원장은 녹취록이 공개되자 전날 거짓 해명에 대해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법원 안팎의 도덕적 비난은 물론 명예훼손과 직무유기 등 법적 책임까지 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임 부장판사 측과 녹취록 등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22일 오후 5시쯤 대법원장실을 찾아온 임 부장판사를 만났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당일 오후 2시3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원 임명 수여식과 퇴임 대법관 훈장 수여식에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과 함께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지 몇 시간 안 돼 임 부장판사를 만나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한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정치적인 상황을 보면서 (사표를 수리)하든지 할 테니까”라면서 “(임 부장판사도) 1심에서 사실 무죄를 받았잖아. 뭐 나는 사표 수리 여부는 신중하게 생각했다고 하면 되는 거니까”라며 사표 대신 병가를 쓰라고 적극 권했다.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탄핵 논의 때문에 사표를 당장 수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한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가 자신의 재판 때문에 사법부에 누를 끼쳐 송구하다고 말하자 “선배로서 미안하지. 지금 여러 가지 불행한 일들이”라며 “오히려 내 역할을 제대로 한 게 맞나. 우리 선배들이 좀 더 법원을 위해서 열심히 지켰어야 했는데…”라고 위로하기도 했다. 임 부장판사로선 그해 4월에 이어 5월에도 김 대법원장을 찾아가 40분가량 대화하며 사직 의사를 재차 밝혔지만 거부당한 것이다.

고위법관인 임 부장판사가 대법원장과 면담을 하면서 ‘몰래 녹음’을 한 것도 이례적이다. 법원 내부에선 “녹취한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일로 사법부 위상이 추락할 만한 사태”라거나 “막장이 따로 없다”, “김 대법원장을 얼마나 못 믿었으면 임 부장판사가 그렇게까지 했겠냐”는 등 참담한 반응이 나왔다. ‘김명수 체제’의 사법부 내 갈등과 위기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임 부장판사 주변에선 사표 수리를 미루는 김 대법원장의 진의를 명확히 확인해두려는 차원이었을 뿐 다른 뜻은 없었다는 얘기가 들린다. 하지만 최근 일부 면담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후 대법원이 “(임 부장판사 측 주장대로)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진실 공방으로 변질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녹취록 공개를 결심했다고 한다. 임 부장판사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와 사법부의 미래 등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부득이하게 녹취 파일을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임 부장판사가 국회의 탄핵소추안 처리를 앞두고 불리한 국면 전환을 위해 녹취록을 전격 공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불분명한 기억을 탓하며 전날 답변이 사실과 다른 점을 인정했지만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는 이날 “김 대법원장을 임 부장판사에 대한 명예훼손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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