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가장, 운명을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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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골이요? 전 제 운명을 향해 볼을 던집니다."
지난 1일 강원 삼척시민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2020~21시즌 핸드볼 코리아리그 남자부 정규리그에서 박광순(25·하남시청)은 데뷔 세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그러나 3일 서울신문과 만난 박광순은 "첫 득점왕 때는 얼떨떨했고, 두 번째는 코로나19로 리그가 중단된 바람에 반쪽짜리였던 데다, 올해는 팀이 정규리그를 3위로 마쳐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없기 때문에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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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최다골이요? 전 제 운명을 향해 볼을 던집니다.”
지난 1일 강원 삼척시민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2020~21시즌 핸드볼 코리아리그 남자부 정규리그에서 박광순(25·하남시청)은 데뷔 세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도 그의 몫이었다.
실업 첫 시즌 159골, 공격포인트 199개로 득점왕은 물론 신인상과 ‘베스트7’ 등을 휩쓸었다. 코로나19 탓에 지난해 2월 중단된 2019~20시즌에도 69골, 공격포인트 82개로 최다골의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에도 113골(공격포인트 150개)을 기록해 다시 득점왕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3일 서울신문과 만난 박광순은 “첫 득점왕 때는 얼떨떨했고, 두 번째는 코로나19로 리그가 중단된 바람에 반쪽짜리였던 데다, 올해는 팀이 정규리그를 3위로 마쳐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없기 때문에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고 털어놓았다.
충북 진천 상산초등학교 때 핸드볼을 시작한 그는 경희대를 거쳐 하남시청에 입단한 뒤에도 주득점원 포지션인 ‘라이트 백’을 놓지 않았다. 187㎝의 큰 키와 탄탄하게 키운 근육이 뿜어내는 점프 슈팅은 국내 최고로 평가받는다.
세 시즌 득점왕에 마냥 기뻐만 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암 투병 5년째인 홀어머니와 장애를 갖고 있는 누나를 돌봐야 하는 ‘청년 가장’으로서의 걱정이 더 앞서기 때문이다. 그는 “3년 차지만 혼자 벌기 때문에 아직 살림은 팍팍하다”면서 “핸드볼이 프로화 되면 각자 능력에 따라 더 나은 수입을 바라볼 수 있지만 경력과 연차를 중시하는 실업에선 꿈도 못 꿀 일”이라고 했다.
“입단 이후 받은 첫 월급이나 지금의 그것이나 별 차이가 없다. 그마저 어머니 병원비를 내고 나면 정말 빠듯하다”고 털어놓은 박광순은 “제 이름으로 된 ‘내 집’을 가지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꿈과 호기심이 가득한 청년이다.
박광순은 지난해 4월 지게차 면허를 땄다. 친구 따라 시험장에 갔다가 덜컥 지원서를 내버렸다. 1주일을 공부에 매달려 필기시험에 붙은 뒤엔 중장비 임대업을 하는 친구 아버지의 지게차를 밤에 무단(?)으로 빌려 연습했다. 한 번 만에 2급 국가기술자격증을 딴 박광순은 공인중개사에도 눈을 돌렸다. 그는 “운동과 병행하려니 시간이 부족해 그건 포기했다”면서 “올해 목표는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 그 다음은 영어능력 검정시험인 텝스(TEPS)에도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림픽 꿈도 빼놓지 않았다. 남자 핸드볼은 2019년 10월 아시아 예선에서 2위에 그치는 바람에 다음달 12일부터 각 대륙 예선 2위 팀 4개국이 맞붙는 최종 예선에서 2위 안에 들어야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올림픽 본선에 나설 수 있다. 박광순은 “선수에겐 최고의 무대”라면서 “올해 잡아놓은 일은 많지만 아무래도 올림픽 본선 출전과 메달 계획을 1순위로 옮겨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글 사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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