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서 '탈출'한 존슨 영(英)총리, "스코틀랜드 '탈출' 막아라!"

이철민 선임기자 2021. 2. 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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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달 28일 스코틀랜드를 방문했다. 표면적 목적은 코로나 백신 관련이었지만, 진짜 이유는 스코틀랜드의 ‘독립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스코틀랜드민족당(SNP)이 주도하는 ‘독립 주민투표(referendum)’ 실시 요구에 대해 “끊임없이 주민투표를 얘기하는 것은 지금 국민 대부분의 관심사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얘기”라고 반박했다. 때마침 3일엔 런던정치경제대학(LSE)이 스코틀랜드가 영국 연합왕국(United Kingdom)에서 독립할 경우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로 받은 것보다 2~3배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영국의 브렉시트 이후, 스코틀랜드 어업은 높은 관세 탓에 EU 시장을 잃었다. 그런데 LSE 보고서는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독립하고 EU에 재가입해도 그 혜택은 미미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스코틀랜드민족당(SNP) 대표이자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수반인 니컬라 스터전이 3일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열린 자치의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답하고 있다. 스터전은 올해 내 '독립' 주민투표 재실시를 영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물론 스코틀랜드민족당 지도부의 생각은 다르다. “영국 시장의 7배인 EU 시장의 일부가 되는데, 독립국 스코틀랜드가 비슷한 인구의 나라들처럼 성공을 거두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인구 546만 명의 스코틀랜드가 꿈꾸는 모델은 덴마크(580만 명)와 노르웨이(538만 명)다. 덴마크의 1인당 GDP는 영국(4만 달러)보다 20% 높고, 노르웨이는 40% 높다.

◇2014년 부결된 ‘독립’ 주민투표 다시 요구

스코틀랜드의 ‘독립’은 2014년 9월 스코틀랜드 주민투표에서 45% 대 55%로 좌절됐다. 그러나 영국이 EU에서 빠져 나오고, 작년 영국 정부의 코로나 방역이 유럽 내 최대 사망자를 초래하는 ‘재앙’으로 변하자 ‘독립’ 염원이 다시 살아났다. 작년에 치른 20번의 스코틀랜드 지역 여론조사에선 처음으로 ‘독립’ 찬성 여론이 과반인 평균 54%에 달했다. 314년째 접어든 잉글랜드·스코틀랜드 ‘연합(union)’이 다시 흔들거리는 것이다.

독립을 원하는 스코틀랜드 주민의 비율이 2020년 코로나 재앙과 브렉시트를 겪으면서 처음으로 '영국 잔류'를 넘어섰다./이코노미스트(1.30)

2016년의 ‘브렉시트’ 주민투표에서 스코틀랜드 주민은 62%대 38%로 ‘EU 잔류’가 많았다. 그러나 영국 인구에서 90%를 차지하는 잉글랜드(5630만 명)에서 54%가 찬성하면서 ‘탈퇴’가 결정됐고, 이는 스코틀랜드 민족주의자들에게 “이제 미래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게 했다.

스코틀랜드 정부수반이자 SNP 대표인 니컬라 스터전은 올해 5월 스코틀랜드 총선을 앞두고, ‘독립’ 주민투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SNP는 영국 의회(웨스트민스터)에서 스코틀랜드 몫 65 석 중에서 48석을 차지하며, 5월 스코틀랜드 의회 총선에서도 다수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왜 ‘독립’을 꿈꾸나

스코틀랜드는 역사적으로 잉글랜드와 수 세기 동안 수십 번 전쟁하며 반목했다. 그런 스코틀랜드가 1707년 연합법(Acts of Union)을 통해 그레이트브리튼의 일부가 된 것은 대영(大英)제국의 해외 식민지가 주는 경제적 이익에 동참하려는 이유도 컸다. 그러나 대영제국은 2차 대전 이후 해체됐다. 그래서 잉글랜드 주민들은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에 품은 ‘구원(舊怨)’이 독립의 주(主)원인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2019년 영국 총선에서, 유니언을 이루는 4개 지역(왼쪽) 중에서, 가장 큰 잉글랜드 지방과 그 주변은 보수당(푸른색)이 휩쓸었다.

그러나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생각도 판이하다. 스코틀랜드는 ‘큰 정부’를 원하지만, 잉글랜드 주민은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 성향으로, ‘작은 정부’를 원한다. 가장 최근인 2019년 총선에서도 드러났듯이, 사실상 잉글랜드와 그 주변 지역에선 보수당이 압승했다. ‘연합’을 이루는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가 각각 지방 의회를 갖고 있지만, 작은 정부를 원하는 잉글랜드엔 잉글랜드만의 의회란 것도 없다.

◇영국 정부의 허가 없는 주민투표는 무의미

주민투표에서 ‘독립 찬성’이 50%를 넘는다 해도, 영국 정부가 애당초 그 ‘주민투표’를 승인하지 않으면 결과를 합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2014년의 주민투표는 당시 보수당 정부가 스코틀랜드법 ‘제30조(Section 30)’의 적용을 허가해 가능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와 의회의 설립을 규정한 이 법의 ‘제 30조’는 영국 의회의 소관 분야이지만 스코틀랜드 의회가 특별히 관련 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영국 정부가 권한을 이양하는 조항이다.

SNP는 이 ’30조'를 다시 적용해 달라고 하지만, 보리스 존슨 보수당 총리는 “지금은 온 나라가 코로나 방역과 예방 접종에 하나가 돼야지, 분리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고 거부했다. 그는 또 2014년 주민투표 때 스터전 SNP 대표가 “한 세대 만에 찾아오는 기회”라고 주장했던 것을 들어, “다음 ‘독립 주민투표’는 40년 뒤(2055년)에나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스코틀랜드가 일방적으로 주민 투표를 실시해 독립을 선언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EU가 이를 ‘독립국’으로 인정해, 회원국으로 받아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SNP는 또 2017년 스페인 정부의 승인 없이 주민투표를 강행했던 카탈루냐 독립운동이 모두 위헌(違憲) 판결을 받은 선례(先例)를 잘 안다. SNP는 5월 스코틀랜드 지방의회 선거에서 장악력을 강화하고 ‘독립’ 여론을 몰아가, 보수당 정부에 ‘제30조’의 적용을 허가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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