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한 대법원장, 첫 탄핵 당한 법관.. 사법부의 추락

이희진 2021. 2. 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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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법관 탄핵 움직임을 이유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한 정황이 4일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임 부장판사의 변호인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22일 임 부장판사와의 면담에서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여당에서)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며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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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임성근 녹취록' 공개 파장
지난해 5월 임 부장판사 면담서
金 "지금 탄핵하자고 설치는데
사표 수리하면 무슨 소리 듣겠나"
탄핵 언급 없다더니 하루 만에
金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 송구"
국회에선 임성근 탄핵안 가결해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법관 탄핵 움직임을 이유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한 정황이 4일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사법부 수장이 여당의 눈치를 보며 헌법 원칙인 사법부 독립을 스스로 방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당이 주도한 임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은 이날 가결됐다.

임 부장판사의 변호인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22일 임 부장판사와의 면담에서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여당에서)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며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다. 이어 김 대법원장은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라고 말했다.

당시는 판사 출신인 민주당 이탄희·이수진 의원 등이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법관 탄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던 시기다. 김 대법원은 임 부장판사를 면담하기 하루 전인 지난해 5월 2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서 열린 문희상 국회의장의 대통령 부부 포함 5부 요인 부부 초청 만찬에 참석했다.

대법원은 전날 김 대법원장이 여당의 탄핵 움직임을 이유로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국회와 언론에 공식 답변했다. 하지만 이날 녹취록 공개로 김 대법원장의 발언은 허위로 드러났다. 그러자 김 대법원장은 “언론에 공개된 녹음자료를 토대로 기억을 되짚어 보니, 임 부장판사와의 면담 과정에서 ‘정기인사 시점이 아닌 중도에 사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녹음자료에서와 같은 내용을 말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약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사실과) 다르게 답변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4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고 있다. 이어진 표결에서 찬성 179, 반대 102, 무효 4, 기권 3표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남정탁 기자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이 권력 눈치를 보느라 탄핵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사표 수리를 거부한 데다 국회와 국민, 법원 구성원들을 상대로 자기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거짓말까지 하다니 말이 되냐”며 “사법부의 신뢰와 권위가 땅에 떨어지게 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을 중심으로 김 대법원장의 사퇴 촉구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또 다른 판사는 “임 부장판사가 김 대법원장과의 면담 과정을 몰래 녹취한 사실도 비정상적인 일”이라며 “이번 사태로 사법부 위상이 추락하게 됐다”고 개탄했다.

한편 국회는 이날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을 총 투표 수 288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02표, 기권 3표, 무효 4표로 가결 처리했다. 현직 법관 탄핵소추안 의결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임 부장판사 측은 “헌법상의 중대한 절차를 진행하는 데 공소장과 미확정 판결문의 일부 표현만으로 국회 법사위원회 조사절차도 생략한 채 의결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헌재 탄핵심판 과정에서 탄핵이 될 만한 행위가 없었음을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희진·배민영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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