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보편+선별" vs 기재부 "재정 악화"..전문가들 의견은
이낙연, 병행 지급 절충에
홍남기 “적재적소 중요”
지원금의 소비진작 효과와
국가채무비율 적정성 놓고
학계에서도 의견 엇갈려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19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보편+선별’ 방식을 병행하기로 하면서 ‘전 국민 보편지급’에 반대해온 기획재정부와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정책결정 시 필요성, 합리성이 중요하다”고 밝히자 오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성 공약에 재정당국이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 국민 지급안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끼리도 의견이 분분하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전 국민 지원은 자영업자에 대한 간접 지원 효과가 있고 재정건전성을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여당에선 전 국민과 맞춤형 지원을 포함한 4차 재난지원금에 25조원 안팎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 국민 방식으로 이뤄진 지난해 1차 지원(14조3000억원)과 선별 방식의 3차 지원(9조3000억원) 등을 종합해 산출한 규모다. 전 국민 1인당 10만~20만원씩 지급하거나 가구별 구성원 수로 차등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반면 기재부는 전 국민 지원이 포함되지 않았던 3차와 비슷한 규모인 최대 10조원가량의 재난지원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국민 지원을 하면 정작 코로나19 방역조치로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은 자영업자에게 갈 지원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보편’과 ‘선별’을 제로섬으로 인식하는 셈이다.
학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인식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국민들에 대한 ‘푼돈 지원’이 아닌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간접 지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현재 자영업자 손실보상 예산으로 2021년 전체 예산 550조원 중 100조원을 쓴다는 얘기가 오가는데 전체 예산 규모로 봤을 때 너무 많은 돈이 특정층에게 쏠리는 불균형이 될 수 있다”며 “오히려 보편지급으로 자영업자들이 생계 기반을 유지하도록 바닥 상권을 지원하는 정책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소비 진작 효과에 대해서도 보편지급 쪽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경제학회가 4일 공개한 ‘1차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가장 보편적으로 지급한 경기도(30.5%)의 추가 소비 효과가 소득 하위 구간에 더 많은 지원금이 돌아간 서울(28%)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왕 지급할 바에는 보편지급이 낫다는 얘기다.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차 때보다 4차 지원금의 사용처를 더 정교하게 설계하면 그 선별 효과로서 재난지원금이 자영업, 소상공인의 이익으로 직결돼 30%보다 소비 진작 효과가 늘어날 수 있다”며 “보편지급은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봤지만 구제 대책에선 제외된 실직자, 소득이 줄어든 일용직 등 중위소득 아래 구간을 지원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안 받아야 할 사람이 부당하게 받는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재정당국이 보편지급에 부정적인 이유는 1차 재난지원금의 70% 정도가 저축 등으로 흘러가고 실제로 소비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지난해 12월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 내용에 근거한다. 이에 따르면 지원금 사용 가능 업종에서 매출 증대 효과는 전체 투입 예산 대비 26.2~36.1%로 추산됐다.
한국의 국가채무가 빠르게 증가하며 재정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4차 재난지원금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게 재정당국의 인식이다. 기재부의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9%로 상승한 뒤 2024년 58.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가 지난해 ‘한국형 재정준칙’에서 적절한 나랏빚 규모로 제시한 ‘GDP 대비 60%’ 수치에 곧 육박한다는 얘기다. 올해 예정된 국고채 발행 한도는 176조4000억원이다. 20조원이 넘는 4차 재난지원금 추경이 현실화하면 대규모 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와 금리 급등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국채 발행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늘어나면 부동산 가격이 올라 서민들이 더 큰 피해를 본다”며 “재정건전성 악화로 대외신뢰도가 떨어지고 외환위기를 경험한 기재부 입장에선 브레이크를 거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024년 국가채무비율이 (당시 정부 목표치인) 46.3%를 초과하면 신용등급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코로나19 특수성을 고려하면 ‘60%’란 국가채무비율을 금과옥조로 삼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 교수는 “재정의 불안정성은 한 나라의 부채 규모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세계 경제환경 속에서 결정된다”며 “주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이 한국보다 2배 이상 국가채무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보다 2배 더 지출을 늘렸다고 하더라도 재정건전성으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그간 국가채무비율을 40%대로 지켜온 것을 기재부는 잘했다고 보지만 급증한 가계부채를 보면 그 대가는 누군가 치르고 있다”며 “코로나19뿐 아니라 기후변화, 저출산 등 산적한 문제에 매년 GDP 대비 10%를 써야만 한국 경제성장 궤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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