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금부터 시작이에요" VS 정세균 "의원님도 잘 아시면서"

김동환 2021. 2. 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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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대정부질문 나선 홍준표 무소속 의원 /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어나간 대정부질문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4일 국회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를 상대로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를 상대로 대정부질문을 하던 중, “지금 상황에서 국민의 눈물을 닦을 것인가 혹은 남북문제 등 저와 나누실 이야기가 많을 텐데, 이슈가 적절치 않다는 생각에 실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린다”는 정 총리에게 이같이 답했다. 정 총리는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의견을 물은 홍 의원에게 “의원님은 야권의 지도자 중 한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결례의 말을 해도 될지 모르지만”이라고 화제의 전환을 요청한 터였다.

앞서 단상에 나온 홍 의원은 “2006년 2월에 대정부질문을 하고, 15년 만에 한다”며 “총리님 요즘 말씀이 거칠어지셨다. 어떻습니까”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정 총리는 “(제가) 거칠어진 게 아니고 질문이 거칠다 보니 답변도 그런 측면이 있다”며 “거칠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저의 바른 태도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홍 의원은 “대선에 나가려고 하니까 그렇게 된 것 아니냐”고 되받아쳤다.

그러자 정 총리는 “본인이 (나가려는 것) 아닌가”라며 “저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거듭 “안나가시느냐”는 홍 의원에게 정 총리는 “저는 코로나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게 나라냐’에 이어 ‘나라가 네 거냐’라는 말도 있다는 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홍 의원의 물음에 “그건 처음 듣는 말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흠이 하나도 없을지 모르겠지만, 색안경을 끼고 보면 달리 보일 것”이라며 “매주 한 번 주례회동으로 대통령 대보고도 드리고 여러 회의 과정에 같이 하지만, 대통령께서는 최선을 다해서 국정을 돌보고 있고, 많은 성과도 내고 있다”고 거듭 확신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를 상대로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이 시작이라며 질문 공세를 예고했던 홍 의원은 곧장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 대통령의 말처럼 정말로 우리나라가 그렇게 되었냐고 물었다.

이에 정 총리는 “그렇게 됐다”고 답했다.

하지만 홍 의원은 마치 지금 사회가 IMF 사태가 터졌던 때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정 총리는 “작년에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았는데, 우리 국민들께서도 매우 힘들었다”며 “하지만 경제 성장률이 역성장이기는 해도 상대적으로 OECD 국가 중 제일 나은 평가를 받고 있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포용적인 복지 국가를 위해서 필요한 정책을 차분하게 잘 진척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물론 그런 생각만 하는 것은 아니고,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청년 실업이나 저출산 등 많은 과제를 안고는 있지만 그래도 문재인 정부는 어려운 가운데 최선을 다했고 나름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이 “이명박·박근혜 시절에는 부동산이 안정됐다”면서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꼬집자, 정 총리는 “공급 의지가 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공급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특히 “노무현 정권이나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은 그보다 5~10년 전에 주택에 대한 정책이 그렇게 된 거라고 봐야 한다”면서 “그렇다고 (현 정부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고, 과거 유산에 의해서 현재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도 그 어려움을 감당하고 이를 해소할 책무는 현재 혹은 그 당시에 집권하는 정부가 책임을 진다”고 답했다.

즉, 노무현·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문제는 이전 정부의 영향에서 시작됐다면서도 그 책임을 이전 정권에 전가하지는 않겠다는 게 정 총리 발언으로 풀이된다.

드루킹 사건 등을 언급하며 “나중에 문재인 적폐 사건이 본격화되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느냐”는 홍 의원 질문에는 “어느 정권이든 어느 정치인이든 상관없이 책임질 일은 책임지고, 그렇게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정 총리는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4일 국회에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대정부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으로 설 연휴에도 5인 이상 집합금지 등의 조치가 이어지는 데 대해서는, “아주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방역에 성공하지 않으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눈물을 닦을 방법이 없다. 이번 설에는 가능하면 만나시지 말고 전화를 하든지 다른 방법으로 정을 나눠주십사 요청을 드린다”고 부탁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설 밥상 민심을 막으려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가족들이 모여 현 정권을 비판하려는 걸 막으려는 거 아니냐는 의미로 보인다.

이에 정 총리는 “그렇게 머리가 좋지 않다”고 답했다.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서는 “저도 책임이 있고, 관도 책임이 있고 법무부나 교정 당국도 책임이 있다”며 “사태 수습 후에 시시비비를 가려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으면 지게 될 것”이라고 정 총리는 밝혔다.

신천지와 사랑제일교회 사태에는 즉시 책임을 지게 했으면서, 동부구치소 사태에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홍 의원 지적에는 “(두 사태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같은 선상에 놓고) 판단하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의견이었다.

북한 원전 문건 사태를 두고 USB(이동식저장장치)를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홍 의원이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이해관계가 깊지 않냐”고 묻자, 정 총리는 “(의원님께서) 잘 아시면서 그러시느냐. 국민들께 보고 드리지 않고도 미국의 정보당국이나 외교당국에 주고받는 내용이 많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게 국익에 합치한다”고 말했다.

한미군사훈련을 왜 하느냐면서 ‘주적이 누구냐’던 홍 의원은 정 총리가 다소 답변을 머뭇거리자,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위에 있죠?”라고 고삐를 죄어나가기도 했다.

한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이 국민통합의 길이라는 홍 의원 말에 정 총리는 “국민통합에 적극 찬성한다”면서도 “그 문제는 국민적 공감이 필요하며, 사면권은 대통령의 권한이어서 총리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조심스레 답했다.

그리고는 “국민적인 동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실행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옛날과 지금의 국민 생각은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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