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금부터 시작이에요" VS 정세균 "의원님도 잘 아시면서"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를 상대로 대정부질문을 하던 중, “지금 상황에서 국민의 눈물을 닦을 것인가 혹은 남북문제 등 저와 나누실 이야기가 많을 텐데, 이슈가 적절치 않다는 생각에 실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린다”는 정 총리에게 이같이 답했다. 정 총리는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의견을 물은 홍 의원에게 “의원님은 야권의 지도자 중 한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결례의 말을 해도 될지 모르지만”이라고 화제의 전환을 요청한 터였다.
앞서 단상에 나온 홍 의원은 “2006년 2월에 대정부질문을 하고, 15년 만에 한다”며 “총리님 요즘 말씀이 거칠어지셨다. 어떻습니까”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정 총리는 “(제가) 거칠어진 게 아니고 질문이 거칠다 보니 답변도 그런 측면이 있다”며 “거칠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저의 바른 태도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홍 의원은 “대선에 나가려고 하니까 그렇게 된 것 아니냐”고 되받아쳤다.
그러자 정 총리는 “본인이 (나가려는 것) 아닌가”라며 “저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거듭 “안나가시느냐”는 홍 의원에게 정 총리는 “저는 코로나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게 나라냐’에 이어 ‘나라가 네 거냐’라는 말도 있다는 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홍 의원의 물음에 “그건 처음 듣는 말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흠이 하나도 없을지 모르겠지만, 색안경을 끼고 보면 달리 보일 것”이라며 “매주 한 번 주례회동으로 대통령 대보고도 드리고 여러 회의 과정에 같이 하지만, 대통령께서는 최선을 다해서 국정을 돌보고 있고, 많은 성과도 내고 있다”고 거듭 확신했다.
지금이 시작이라며 질문 공세를 예고했던 홍 의원은 곧장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 대통령의 말처럼 정말로 우리나라가 그렇게 되었냐고 물었다.
이에 정 총리는 “그렇게 됐다”고 답했다.
하지만 홍 의원은 마치 지금 사회가 IMF 사태가 터졌던 때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정 총리는 “작년에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았는데, 우리 국민들께서도 매우 힘들었다”며 “하지만 경제 성장률이 역성장이기는 해도 상대적으로 OECD 국가 중 제일 나은 평가를 받고 있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포용적인 복지 국가를 위해서 필요한 정책을 차분하게 잘 진척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물론 그런 생각만 하는 것은 아니고,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청년 실업이나 저출산 등 많은 과제를 안고는 있지만 그래도 문재인 정부는 어려운 가운데 최선을 다했고 나름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이 “이명박·박근혜 시절에는 부동산이 안정됐다”면서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꼬집자, 정 총리는 “공급 의지가 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공급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특히 “노무현 정권이나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은 그보다 5~10년 전에 주택에 대한 정책이 그렇게 된 거라고 봐야 한다”면서 “그렇다고 (현 정부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고, 과거 유산에 의해서 현재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도 그 어려움을 감당하고 이를 해소할 책무는 현재 혹은 그 당시에 집권하는 정부가 책임을 진다”고 답했다.
즉, 노무현·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문제는 이전 정부의 영향에서 시작됐다면서도 그 책임을 이전 정권에 전가하지는 않겠다는 게 정 총리 발언으로 풀이된다.
드루킹 사건 등을 언급하며 “나중에 문재인 적폐 사건이 본격화되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느냐”는 홍 의원 질문에는 “어느 정권이든 어느 정치인이든 상관없이 책임질 일은 책임지고, 그렇게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정 총리는 말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으로 설 연휴에도 5인 이상 집합금지 등의 조치가 이어지는 데 대해서는, “아주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방역에 성공하지 않으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눈물을 닦을 방법이 없다. 이번 설에는 가능하면 만나시지 말고 전화를 하든지 다른 방법으로 정을 나눠주십사 요청을 드린다”고 부탁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설 밥상 민심을 막으려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가족들이 모여 현 정권을 비판하려는 걸 막으려는 거 아니냐는 의미로 보인다.
이에 정 총리는 “그렇게 머리가 좋지 않다”고 답했다.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서는 “저도 책임이 있고, 관도 책임이 있고 법무부나 교정 당국도 책임이 있다”며 “사태 수습 후에 시시비비를 가려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으면 지게 될 것”이라고 정 총리는 밝혔다.
신천지와 사랑제일교회 사태에는 즉시 책임을 지게 했으면서, 동부구치소 사태에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홍 의원 지적에는 “(두 사태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같은 선상에 놓고) 판단하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의견이었다.
북한 원전 문건 사태를 두고 USB(이동식저장장치)를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홍 의원이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이해관계가 깊지 않냐”고 묻자, 정 총리는 “(의원님께서) 잘 아시면서 그러시느냐. 국민들께 보고 드리지 않고도 미국의 정보당국이나 외교당국에 주고받는 내용이 많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게 국익에 합치한다”고 말했다.
한미군사훈련을 왜 하느냐면서 ‘주적이 누구냐’던 홍 의원은 정 총리가 다소 답변을 머뭇거리자,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위에 있죠?”라고 고삐를 죄어나가기도 했다.
한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이 국민통합의 길이라는 홍 의원 말에 정 총리는 “국민통합에 적극 찬성한다”면서도 “그 문제는 국민적 공감이 필요하며, 사면권은 대통령의 권한이어서 총리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조심스레 답했다.
그리고는 “국민적인 동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실행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옛날과 지금의 국민 생각은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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