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국내 덮친 車반도체 대란..한국GM 생산 절반 줄인다
'경영난' 쌍용차·르노삼성, 사태 장기화 땐 추가 타격
현대차·기아, 車반도체 재고 확보했다지만 안심 못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 대란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폭스바겐·포드·도요타 등에 이어 GM이 감산을 결정하면서 반도체 대란은 결국 국내에까지 옮겨붙었다. GM이 오는 8일부터 미국 캔자스주 페어팩스, 캐나다 온타리오주 잉거솔, 멕시코 산루이스포토시 공장의 생산을 완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부평2공장에서는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한 것이다.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쌍용차와 르노삼성 입장에서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설상가상의 상황에 높이게 된다.
한국GM의 부평2공장은 말리부와 트랙스를 생산하는 곳이다. 현재 1시간에 30대가량의 차량을 만들어내고 있다. 8시간씩 2교대, 월 20일 생산 기준으로 월 9,600대의 생산량이다. 이 중 50%를 줄이면 감산 규모는 4,800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랙스와 말리부는 부평1공장에서 만드는 신차 트레일블레이저에 비하면 비교적 수요가 적은 차종이다. 그러나 한국GM은 반도체 수급 불안이 장기화하면 트레일블레이저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GM이 “수요가 많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픽업트럭에는 생산 차질이 없도록 내부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한국GM도 트레일블레이저 생산은 최대한 유지할 계획이지만 반도체 조달 자체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부평1공장도 생산량 유지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수 개월 치 반도체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수급 상황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중장기적으로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대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출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로 줄어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차량용 반도체 발주를 줄였는데, 예상을 뒤엎고 지난해 말 중국 등에서 신차 주문이 쏟아졌다. 차 회사들은 다시 발주에 나섰지만 반도체 생산 업체들은 호황을 맞은 정보기술(IT)용 제품으로 생산능력을 집중한 뒤였다.
차량용 반도체의 수익성이 IT용보다 떨어지는 것도 생산이 느려지는 이유로 꼽힌다.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는 주로 8인치 웨이퍼가 사용되는데 반도체 생산 라인들은 이미 수익성이 높은 12인치 공정에서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부가가치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 업체로서는 저마진인 차량용 반도체를 위해 8인치 생산 라인을 증설할 이유가 적은 셈이다.
다만 미국·일본·독일 등 자동차 강국의 정부가 직접 나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요청하면서 자동차 회사들은 상황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왕메이화 대만 경제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TSMC에 독일 자동차 산업을 위한 추가적인 반도체 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해주면 기쁘겠다”고 호소했다. 미국 정부도 반도체 증산을 대만 정부에 요청한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현지 시간으로 4일 대만 정부 및 TSMC·미디어텍 등 업계 관계자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에 대해 논의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에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생산 용량을 늘릴 경우 자동차 반도체 생산을 우선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왕 장관은 TSMC의 고위 간부들을 만나 주요국 자동차 업체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량을 늘려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아직까진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D램과 낸드플래시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주문 제작에 가까운 형식으로 이뤄지는데다 검증과 안정성 테스트 기간도 훨씬 길기 때문이다. 글로벌 전문 조사기관 IHS마킷은 “이 같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늘어나는 수요와 공급 부족이 동시에 일어나며 발생한 것으로 두 가지 문제가 적절히 조절되지 않는 이상 해소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오는 3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한신·전희윤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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