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롯데팬들에게 '은퇴' 김상호가 띄우는 뒤늦은 이별편지.."잊지 않을게요"

고봉준 기자 2021. 2. 4. 1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지난해 롯데 유니폼을 벗고 새 삶을 그려나가고 있는 김상호. ⓒ롯데 자이언츠

-지난해 10월 롯데 유니폼 벗은 김상호

-사직구장 바로 앞 레슨장 차리고 새 출발

-“수술 후 복귀까지 과분한 응원 받았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지난해 10월 롯데 자이언츠는 선수단 개편 작업을 진행했다. 기존 선수 9명에게 방출 통보가 내려졌다. 여기에는 롯데팬들이 마음으로 안타까워한 이름이 있었다. 바로 김상호(32)였다.

현역 유니폼을 벗고 레슨 코치로 새 출발한 김상호를 3일 자신이 운영하는 엘리트 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났다. 사직구장 바로 앞에서도 간판이 보일 정도로 옛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자리를 잡은 김상호는 “지난달 검진을 받으러 병원을 갔는데 ‘몸 상태가 정말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2년만 잘 버티면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2012년 입단한 내야수 김상호는 롯데의 차세대 1루수로 주목받았다. 정교한 방망이와 안정적인 수비로 기대를 모았다.

데뷔와 함께 8경기를 뛰며 빠르게 1군으로 올라선 김상호는 이듬해 25경기를 소화한 뒤 상무로 입대해 병역의 의무를 마쳤다. 그리고 2016년 114경기에서 타율 0.290 7홈런 56타점 39득점으로 활약하면서 주전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 김상호(왼쪽)와 홍성무가 3일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부산, 고봉준 기자

그러나 2018년 5월. 믿을 수 없는 아픔이 찾아왔다.

퓨처스리그 경기를 마친 뒤 잠을 청하던 김상호는 숙소에서 이상 증세를 느꼈다. 동료들이 먼저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의 경련이 찾아온 것이다. 급하게 들른 병원에서 받은 검진 결과는 뇌종양. 이제 막 기량을 만개하려던 내야수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비보였다.

김상호는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후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2019년 6월 재활군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해 2군에서 34경기를 뛰었지만, 체력과 기술적인 한계를 느꼈고 결국 방출 통보를 받아야 했다.

김상호는 “미리 생각은 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2018년 수술을 받은 뒤로부터 은퇴라는 단어는 늘 마음으로 품고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복귀 후 야구가 참 쉽지 않더라. 이 정도로 힘들 줄은 몰랐다. 물론 내가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수술 전 기량을 찾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나보다도 더 힘든 수술을 받고 복귀해 활약하는 선수들이 대단하게 보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 롯데 손아섭(왼쪽)과 이대호가 최근 김상호의 레슨장을 찾아 찍은 기념사진. ⓒ김상호 제공

물론 현역 은퇴를 결정하기까지 고민은 많았다. 무엇보다 그간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과 동료들, 구단 관계자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1군에서 한 경기라도 뛰고 그라운드를 떠나고 싶었던 김상호였다.

“그간 과분한 응원을 받았다. 구단에선 수술비와 치료비 등 대부분을 지원해주셨고, 동료들과 감독, 코치님들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 또, 팬들께서도 많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내가 대단한 선수가 아닌데도 말이다. 수술 복귀 후 1군에서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떠나게 돼 아쉽지만, 사직구장 바로 앞에서 계속 일하게 된 만큼 어떤 팬들이든 언제든 오시면 내가 반갑게 맞아드리고 싶다.”

은퇴 후 김상호가 택한 길은 레슨 코치였다. 김상호는 “수술 후 재활 기간을 지내며 내 앞길을 그려봤다. 선수로서 복귀하지 못한다면, 어떤 직업을 택해야 할까 고민해봤는데 결국 답은 야구더라. 그래서 엘리트 선수들과 동호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레슨장을 차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상호의 곁에는 kt 위즈와 NC 다이노스에서 활약했던 우완투수 홍성무(28)가 있다. 둘은 최근까지 인연이 없었지만, 롯데 외야수 강로한(28)의 소개로 알게 돼 함께 손을 잡게 됐다.

최근에는 든든한 응원군도 생겼다. 롯데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들이 매일같이 찾아와 일일레슨을 도와주면서 김상호의 새 앞날을 응원해주고 있다. 이대호(39)를 비롯해 손아섭(33)과 정훈(34) 그리고 강민호(36·삼성 라이온즈) 등이 발 벗고 나섰다.

▲ 롯데 시절의 김상호. ⓒ곽혜미 기자

쉬는 날도 없이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는 김상호는 끝으로 옛 동료이자 절친했던 선배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며 이날 인터뷰를 마쳤다. 지난달 뇌동맥류 수술을 받은 민병헌(34)을 향한 쾌유 기원 메시지였다.

김상호는 “(민)병헌이 형과 나는 비록 수술 부위는 다르지만, 그래도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수술 전에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면서 “다행히 수술이 잘 끝났다고 들었다. 빨리 회복해서 그라운드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병헌이 형은 나보다 훨씬 더 오래 뛰면서 활약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제보> underdog@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