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퍼줬다간 '양극화' 못 면한다..한은도, IMF도 선별지원 무게

김성은 기자 2021. 2. 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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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취약부문에 정책여력 집중해야..이주열 총재 "선별지원 적절"
IMF도 선별지원 지지 "코로나 취약계층 보호와 전염병 억제에 필수적"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1.15/뉴스1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개인적인 의견을 얘기하자면 선별적 지원이 적절해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5일 비공개로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는 정부와 국회가 여러가지 사항을 고려해서 합리적인 결론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정치권의 재난지원금 보편지급 논의를 두고 논란이 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통화정책을 이끄는 한은의 수장 이주열 총재가 선별지원에 무게를 실은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같은날 비공개로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익명의 한 금통위원은 "미 연방준비위원회(연준, Fed)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자산가격, 특히 주가의 급등을 초래해 소수의 고소득 계층이 집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며 "미 연준의 경우 무차별적인 성격의 통화정책보다는 선별적 지원이 가능한 재정정책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계층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을 통한 선별적 지원을 통해 차별적인 혜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을 연준의 입장에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정치권의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이례적으로 발언을 내놓는 이유는 국회 의석의 약 5분의 3을 점유한 '슈퍼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재난지원금 논의가 정부의 예산 편성을 거쳐 궁극적으로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여당은 4차 재난지원금 보편·선별지원을 한꺼번에 추진하면서 대규모 국채 발행을 통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검토하고 있다.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국채 매입에 나설 상황이 될 수 있다. 시중의 한정된 자금이 국채 시장으로 쏠릴 수 있어서다. 한은으로선 재난지원금 지급이 몰고올 금융시장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아울러 한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산업은 물론 계층 간의 양극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성장불균형 평가' 보고서를 통해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매출과 고용이 감소하고 저소득 가계의 근로소득이 크게 줄어드는 등 부문간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계소득분위별 소득증가율을 살펴보면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지난해 2분기 소득 상위인 4~5분위 가구의 근로·사업 소득은 전년동기대비 3.6~4.4% 줄어드는 데 그친 반면, 소득 하위 1분위 가구의 소득은 17.2%나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대면 서비스업에 주로 종사하는 저소득층은 먹고 살기가 더욱 힘들어진 반면, 대체적으로 중산층·고소득층이 많은 화이트칼라(사무직)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중산층·고소득층은 주식·부동산 상승 기류를 타고 자산이 늘어나는 기회도 얻었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차별화된 고용충격으로 고용회복이 더딘 '고용없는 경기회복'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피해가 커 소비회복이 상당기간 제약될 수 있다"며 "당분간 경기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충격에 취약한 부문과 계층에 대해 정책여력을 집중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조언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큰 피해를 입은 취약가구를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은 바 있다.

IMF는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선별적 지원'의 효과가 '비선별적 지원'보다 크다"는 결론을 내놨다.

임금 수준이 높은 근로자들은 재택근무가 가능한 경우가 많아 코로나19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반면, 대면접촉이 많은 소매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바이러스에 더 많이 노출되는 데다 임금 수준도 낮다보니 경제적 피해를 입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IMF는 취약가구에 대해 정부가 선별적인 지원 정책을 펼칠 경우 보편적 지원에 비해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더욱 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선별지원이 비선별 지원에 비해 국내총생산(GDP)을 약 3% 높이고 GDP 대비 국가부채는 6%포인트(p)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덧붙였다.

IMF는 "선별적인 재정 지원 정책은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경제활동을 촉진하며 전염병 확산 억제에 필수적이므로 조기에 철회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se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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