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현장의 숨은 조력자 '화재조사관' [재미있는 행정이야기]

파이낸셜뉴스 2021. 2. 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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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 불을 끄듯이 우리들은 화재 피해자 마음에 난 불을 끕니다."

바로 '화재조사관'이다.

화재조사관이라고 하면 불이 다 진화된 다음 조사를 시작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진용기 조사관은 "목격자 설명 역시 원인을 밝히는 데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건물 내 인명 정보나 화재 성격 등을 빠르게 알아내 현장지휘관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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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준 총 1138명 활동중
신고접수부터 현장인력으로 투입
화재 양상·성격·원인 등 분석하고
현장지휘관에 전달하는 역할

"소방관이 불을 끄듯이 우리들은 화재 피해자 마음에 난 불을 끕니다."

보통 소방관이라 하면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하는 모습을 주로 떠올린다. 긴급환자를 응급처치하고 병원으로 안전하게 이송하는 업무도 일반 국민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들만큼이나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소방관들이 있다. 바로 '화재조사관'이다.

4일 소방청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전국에 총 1138명의 화재조사관이 활동하고 있다. 화재조사관이라고 하면 불이 다 진화된 다음 조사를 시작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신고접수 단계부터 현장인력과 함께 출동해 화재 양상을 살핀다.

초기 화재 양상을 직접 확인하면 향후 원인 조사에 큰 도움이 돼서다. 목격자 진술을 수집하는 일도 한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진용기 조사관은 "목격자 설명 역시 원인을 밝히는 데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건물 내 인명 정보나 화재 성격 등을 빠르게 알아내 현장지휘관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종종 화재 진압 중에 현장에 직접 들어가기도 한다. 진화 활동을 할 때 잔불 정리를 위해 가구나 전자제품들을 뒤집어엎고 이동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연물들의 배치를 미리 봐두는 것도 중요해서다.

화재조사관의 조사결과에 따라 책임소재가 가려지기도 한다. 조사관의 판단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큰 비용을 물어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2017년 1월 발생한 가락시장 화재가 대표적이다. 명절 연휴에 한 점포에서 불이나 인근 점포까지 화재가 번졌다. 다행히도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처음 불이 난 점포 주인이 다른 피해까지 물어주게 될 상황이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 건물관리실에서 설치한 열선에서 불이 시작된 것을 확인했다. 가락시장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로 책임이 넘어간 것이다.

근무 조건도 열악한 편이다. 화재가 진압된 현장은 분진, 미세 유해물질들이 바닥에 가라앉아있다. 그걸 다 파헤치면서 원인조사를 해야 한다. 유독물질들이 공기 중에 날려 흡입 가능성이 커진다. 한겨울 화재조사는 더 힘들다. 추위는 그렇다 치더라도 화재 진압에 사용된 물이 바닥에 고여 얼음판으로 변하는 건 예사다. 직접 얼음을 깨면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화재 유형이 점점 복잡·다양해지고 규모도 대형화되면서 화재감식능력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면서 "보다 과학적인 조사와 세밀한 분석을 통해 화재원인 규명률을 높이고, 예방대책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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