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정비사업, 혜택 있어도 강남 시큰둥..지지부진 '강북 재건축' 기대 [2·4 주택 공급대책]
현물선납 미래 토지 인상분 미반영
손익계산 따라 조합원 갈등 커질듯
정부가 ‘공공 직접 시행 정비 사업’에 대해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었지만 강남권 정비 사업장 반응은 ‘시큰둥’이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A 대규모 재건축 단지의 한 관계자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공공이 필요한 것은 수익성이 낮은 지역이지 강남권 단지가 아니다”라며 “아무리 인센티브를 줘서 높게 짓는다고 해도 주거 쾌적성이나 고급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강남권 단지들에는 매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B 조합의 한 관계자도 “공공에 땅과 사업 주도권을 모두 맡긴다면 조합원들이 적극 반대할 것”이라며 “세부 방안이 나올 때까지 참여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 사업성이 부족해 오래 표류된 강북권 등 일부 재건축 단지는 사업을 재개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2·4 대책’에서 새로운 내용은 '공공 직접 시행 정비 사업'이다. 기존 공공재개발은 신청 단지가 70곳이었던 데 비해 공공재건축은 사업 신청을 한 곳도 없고 사전 컨설팅만 7곳이 참여해 흥행에 완전히 실패했다. 반응은 지역별로 뚜렷하게 갈린다. 공공 참여 자체를 반기지 않는 강남권 재건축 조합에서는 '굳이 눈길을 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서초구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정부 주도가 된다면 고급화는 물 건너가 버린다"며 "강남에서는 잘 짓고 분양가를 잘 받으려고 하지, 싸게 지으려고 하면 조합원들이 싫어한다. 조합원들 수준이 예전보다 높아서 커뮤니티 시설과 마감재를 제대로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권 단지 중 유일하게 공공재건축 사전 컨설팅을 신청한 서초구 신반포19차도 "오늘 발표된 내용은 아파트를 공공에 내놓는 것인데, 우리 조합원들은 아파트 고급화에 대한 욕구가 있다. 이런 게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자산 가치가 더 하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 안을 보면 공공 정비 사업에는 ‘현물 선납’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등장한다. 현물 선납은 조합원이 소유하고 있는 주택이나 토지를 공공에 매각하고 그 금액을 추후 분양받을 아파트 가격에서 제하고 우선 공급받는 방식이다. 공공에 매각할 때는 양도세가 비과세된다. 우선공급을 원하지 않는 조합원은 현금 보상이 추진된다. 만일 현물 선납을 하고 남은 분양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조합원이라면 나머지 금액에 대한 소유권을 공공에 넘겨 향후 주택 매각 시 수익을 나누는 ‘이익 공유형’ 방식을 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주택의 가치가 6억 원인데 분양가가 10억 원일 경우 추가 부담 없이 입주해 살다가 추후 주택 매각 시 처분 이익을 토지주 60%, 공공 40%로 나누는 것이다.
정부는 이 방식이 사업 속도를 끌어올리고 조합원의 리스크를 줄여준다는 입장이다. 정비 사업의 경우 자산 산정 비율을 확정하는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에서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데 현물 선납을 통해 토지 소유권을 공공이 갖게 될 경우 이 단계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또 한 번 현물 선납을 하면 나중에 공사비 등 사업비가 증가하더라도 모두 공공기관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조합원에게 이익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각 사업장과 조합의 상황에 따라 손익 여부가 다를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마다 부동산 감정가격은 달라지는데 현물 선납을 미리 할 경우 미래에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이를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정비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책으로 조합원별로 셈법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사업비 증가분을 공공이 감당하는 것과 내 자산을 미리 매각하는 것의 손익을 잘 판단해 사업 참여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이 사업비 증가분을 모두 책임지는 구조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LH와 SH의 수익성 악화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다만 사업성 저하로 시행이 지지부진했던 강북권 재건축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정비 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에서는 공공 시행이라는 거부감을 떨치기 힘들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면제 때문에 중간 지대 재건축은 많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강북권의 경우 사업성 부족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한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강북 정비 사업 관계자는 “정부의 안이 나오는 대로 살펴본 뒤 주민들 의견을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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