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한반도 비핵화 공동노력"..바이든 "한일관계도 개선을"
美, 北제재·전작권 전환 이견
비핵화 공감 불구 조율 주목
靑 "양국 입장공유 강조한 것"
美中갈등 속 미얀마공조 합의
교황 만났던 얘기로 화기애애
MB·DJ때보다 정상통화 늦어
◆ 韓美정상 첫 통화 ◆
4일 통화는 오전 8시 25분부터 8시 57분까지 32분간 진행됐다. 초미의 관심사인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양국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협력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하노이 노딜' 이후 미·북 관계 냉각에 이어 남북 관계도 장기간 경색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다시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특히 이날 양국 정상이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 대북 전략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면서 그동안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한반도 문제가 후순위로 밀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기를 1년여 앞둔 문 대통령으로서는 원점으로 돌아간 남북 관계 개선의 발판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인 상황이다. 양국은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는 대로 한미 정상회담을 여는 데도 합의했다.
하지만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한 "한국과 같은 입장이 중요하다"는 발언을 두고는 미국이 한국을 향해 "앞서 나가지 말라"는 시그널을 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국의 중요성과 한미 양국이 입장을 공유해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해 긴밀히 조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통화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이라는 큰 틀에서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각론에 있어서는 여전히 이견이 큰 상황이다. 실제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은 동맹정책의 우선순위는 물론 북핵정책의 방향성을 두고 이견을 드러냈다. 앞서 진행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 간 통화 등에서 미국의 동맹정책, 남북 관계 해법이나 전시작전권 전환 등 현안을 두고 입장 차가 연이어 표출된 바 있다.
이날 양국 정상은 중국과 최근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양국 정상은 최근 미얀마 상황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고 민주적·평화적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얀마가 미·중 갈등의 새로운 전선으로 비화된 가운데 미얀마 민주주의 복원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지를 강조한 것은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통화에서는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모두 가톨릭 신자란 것도 화제에 올랐다. 양국 정상은 각각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공감대를 이뤘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양국 정상 통화가 상대적으로 늦게 이뤄진 데 대한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농담도 나왔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분주한 가운데 전화에 감사하다"고 뜻을 전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지 못할 정도로 바쁘지 않다"고 말해 양측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날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는 취임 후 14일 만에 이뤄진 것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4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9일) 간 통화는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13일) 간 통화보다도 늦은 것이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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