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 "포괄적 대북 전략 조속히 마련 필요"

신헌철,임성현 2021. 2. 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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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4일만에 韓·美 통화
코로나 진정되면 정상회담

◆ 韓美정상 첫 통화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 오전(한국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 간 통화를 하고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같은 입장이 중요하며 한국과 공통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 정상은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 대북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통화는 지난달 20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14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진전시키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자"고 말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당사국으로서 한국의 노력을 평가하며 양국 간 협력을 언급했다. 그동안 바이든 정부는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북·미가 합의했던 '싱가포르 선언'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과 입장 차를 드러내 왔다는 점에서 북·미,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한미 간 공동보조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며 양국 사이 한국의 입장이 주목받는 가운데 양국은 한미 관계 업그레이드와 한일 관계 개선, 한·미·일 협력 관계 강화에도 의견을 모았다.

정상 간 통화 후 문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한미동맹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다만 통화 후 청와대는 미국이 대중 견제 전략으로 강조해온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을 강조한 반면 미국 백악관은 인도·태평양 대신 '동북아시아 평화와 번영'이라고 언급하며 미묘한 온도 차를 드러냈다. 양국 정상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는 대로 한미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文 "한반도 비핵화 공동노력"…바이든 "한일관계도 개선을"

한·미정상 32분간 통화

美, 北제재·전작권 전환 이견
비핵화 공감 불구 조율 주목
靑 "양국 입장공유 강조한 것"

美中갈등 속 미얀마공조 합의
교황 만났던 얘기로 화기애애
MB·DJ때보다 정상통화 늦어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이날 통화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후 14일 만에 이뤄졌고 양국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등을 주제로 32분간 대화를 나눴다. [사진 제공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14일 만에 정상 간 통화를 하고 한미 정상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이번 한미 정상 통화는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먼저 통화하며 한미 간 미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새벽 통화로 한일 관계 현안까지 논의한 이후 이뤄졌다. 그만큼 통화 시기나 의제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의 정권 교체와 함께 새로 들어선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방향이 한반도 정세는 물론 미·북, 한미, 한중, 한일 관계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 큰 데다 미·중 간 힘 겨루기가 본격화하면서 한국을 향한 미·중 양국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4일 통화는 오전 8시 25분부터 8시 57분까지 32분간 진행됐다. 초미의 관심사인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양국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협력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하노이 노딜' 이후 미·북 관계 냉각에 이어 남북 관계도 장기간 경색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다시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특히 이날 양국 정상이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 대북 전략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면서 그동안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한반도 문제가 후순위로 밀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기를 1년여 앞둔 문 대통령으로서는 원점으로 돌아간 남북 관계 개선의 발판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인 상황이다. 양국은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는 대로 한미 정상회담을 여는 데도 합의했다.

하지만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한 "한국과 같은 입장이 중요하다"는 발언을 두고는 미국이 한국을 향해 "앞서 나가지 말라"는 시그널을 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국의 중요성과 한미 양국이 입장을 공유해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해 긴밀히 조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통화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이라는 큰 틀에서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각론에 있어서는 여전히 이견이 큰 상황이다. 실제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은 동맹정책의 우선순위는 물론 북핵정책의 방향성을 두고 이견을 드러냈다. 앞서 진행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 간 통화 등에서 미국의 동맹정책, 남북 관계 해법이나 전시작전권 전환 등 현안을 두고 입장 차가 연이어 표출된 바 있다.

당장 바이든 정부는 북한 비핵화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외교적 인센티브와 동시에 추가 제재 가능성까지 시사한 상태다. 반면 문 대통령은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하면 속도감 있게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유산을 일정 부분 계승하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남북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주변국인 중국·일본과 공감대가 필수적인 만큼 미국이 중국과 갈등 수위를 높이거나 한·미·일 협력을 우선시할 경우 남북 문제는 더욱 꼬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양국 정상은 중국과 최근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양국 정상은 최근 미얀마 상황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고 민주적·평화적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얀마가 미·중 갈등의 새로운 전선으로 비화된 가운데 미얀마 민주주의 복원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지를 강조한 것은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통화에서는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모두 가톨릭 신자란 것도 화제에 올랐다. 양국 정상은 각각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공감대를 이뤘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양국 정상 통화가 상대적으로 늦게 이뤄진 데 대한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농담도 나왔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분주한 가운데 전화에 감사하다"고 뜻을 전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지 못할 정도로 바쁘지 않다"고 말해 양측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날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는 취임 후 14일 만에 이뤄진 것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4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9일) 간 통화는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13일) 간 통화보다도 늦은 것이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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