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법관 탄핵안 밀어붙여..헌정사상 처음
'사표 발언 거짓해명 논란'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과
◆ 초유의 판사 탄핵 ◆
거대 여당이 검찰개혁에 이어 현직 법관 탄핵소추까지 밀어붙인 가운데 정치권, 법조계에서 그 정당성을 놓고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4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대표 발의)을 비롯해 161명의 여야 의원이 참여한 가운데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안이 재적 288명, 찬성 179표로 통과됐다. 반대 102표, 기권 3표, 무효 4표로 각각 집계됐다. 향후 헌법재판소가 임 부장판사의 탄핵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한편 임 부장판사는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표 관련 발언이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작년 5월 면담 당시 나눈 대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거짓 해명 논란에 김명수 대법원장은 "9개월 전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다르게 답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고재만 기자 / 채종원 기자]
임성근 판사측 녹음 공개
"탄핵 저렇게 설치는데
사표 수리하면 비난받는다"
김명수 거짓해명 사과했지만
사법부 신뢰 훼손 비판 커져
판사들 "사법수장 정치 휘둘려"
국회 탄핵을 이유로 사표를 반려했는지를 놓고 김명수 대법원장과 '진실공방'을 벌이던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측이 김 대법원장과 나눈 대화 녹취 파일을 공개해 후폭풍이 예상된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사법부 수장이 국회 탄핵이라는 정치 상황 때문에 임 부장판사 사표 수리를 거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법부 독립과 신뢰가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김 대법원장이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한 지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고 사과하자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임 부장판사 변호인은 4일 오전 "김 대법원장에게 사표를 제출했지만 국회가 탄핵을 논의 중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며 작년 5월 김 대법원장과 면담할 때 나눈 대화 녹취를 공개했다. 김 대법원장과 진실공방을 벌였던 임 부장판사 측은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 보더라도 도리가 아니고, 사법부 미래 등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서도 녹취 파일을 공개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돼 부득이 이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사표 수리·제출, 그러한 법률적인 것은 차차 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그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된다"며 "나는 임 부장이 사표 내는 것이 좋다. 내가 많이 고민해야 하고 여러 가지 상황도 지켜봐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며 "오늘 그냥 (임 부장판사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한다"며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거짓 해명 논란이 일자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대법원을 통해 "9개월 전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사실과) 다르게 답변한 것에 송구하다"고 밝혔다.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관련 언급을 한 적 없다는 전날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언론에 공개된 녹음 자료를 토대로 기억을 되짚어 보니 '정기인사 시점이 아닌 중도에 사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하에 녹음 자료와 같은 내용을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치권 눈치 보기'가 아니라 중도 사직을 만류하는 차원에서 임 부장판사 사표를 반려하는 취지였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전날 김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임 부장판사와 만나 건강과 신상 문제에 관한 얘기를 나눴지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한 수도권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하루 만에 대법원장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라며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사법부 수장이 정치 상황을 고려한 판단을 내렸다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 논의를 이유로 사표를 받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범죄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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