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변 살인사건' 31년만에 누명 벗은 피해자들..'고문 경찰' 소송 진행하나?

조탁만 2021. 2. 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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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부산고법 전경. / 더팩트 DB

31년만에 재심서 무죄…재판부도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 못해"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부산 낙동강변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21년간 복역한 뒤 모범수로 출소한 두 남성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 조사 과정서 고문을 받은 탓에 허위 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들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 들인 것이다.

법원은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며 이례적으로 이들에게 사과를 했다. 31년만에 이들은 한이 풀렸지만 '고문 경찰'에 대한 소송 진행도 배제할 수 없어 앞으로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 31년 만에 강도살인 혐의 벗은 ‘두 남성’

4일 부산고법 형사1부(곽병수 부장판사)는 이른바 ‘낙동강변 살인사건’으로 재심에 넘겨진 최인철(60)씨와 장동익(6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최씨에게 공무원 사칭에 대한 추가 혐의 등에 대해선 일부 유죄 취지로 6개월 선고유예 판결을 했다. 재판 과정에서 최씨는 이 혐의에 대해서 모두 인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체포가 영장에 의해서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영장이 발부 될 때까지 귀가조치 등 또한 없어 불법 체포라고 본다. 체포 과정에서 압수된 물건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며 "피고인들이 고문을 받은 상황에 대한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다. 자백 내용에 대한 검증 절차가 두 번 이루어지면서 당시 고문, 가혹행위에 의한 허위자백이 이루어졌다는 주장은 충분히 타당하다"고 말했다.

◇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1990년 1월 4일 낙동강변에서 차를 타고 데이트하던 남녀에게 괴한들이 덮쳤다. 당시 남성은 괴한들과 격투 끝에 도망쳤고, 여성은 납치돼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됐다.

사건 발생 1년 10개월 뒤 최씨와 장씨는 살인 용의자로 지목됐다. 최씨는 당시 교통경찰관을 사칭해 돈을 갈취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현장에 함께 있던 장씨도 함께 검거됐다.

두 사람은 검찰 수사 때부터 경찰로부터 고문을 당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수사기관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재판에 넘겨졌고 이들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며 21년간 옥살이를 한 뒤 2013년 모범수로 특별 감형돼 석방됐다.

이들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 재심 신청을 진행했다. 2017년 5월에 이어 2018년 1월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그러다가 2019년 4월 '고문으로 범인이 조작됐다'는 대검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재심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부산고법은 6차례에 걸쳐 재심 개시 여부 판단을 위한 심문을 벌인 끝에 2020년 1월 재심을 결정했다.

이른바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이들을 변호한 사실이 알려져 주목을 받기도 했다.

◇ 피해자들 "가슴이 벅차고 울컥"…재판부 "이번 판결로 위로되길"

이날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최씨와 장씨는 부산고법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최씨는 "고문 경찰관들은 ‘다른 사건은 다 기억한다’면서도 ‘우리 사건만 기억이 안 난다’고 해 왔다"며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용서하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선 가족들이 저희에게 가장 첫번째다"며 "저 때문에 피해를 많이 본 친구 장씨를 함께 살아가는 가족으로 삼고 싶다"고 전했다.

장씨도 "이런 일이 더이상 있어선 안 된다"며 "잘잘못을 확실히 구별하고 형을 집행하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어 "가슴이 벅차고 울컥하다"며 "참 어렵게 살고 있지만 나보다도 더 못한 사람을 보면서 우리 가정의 화목을 먼저 생각하며 살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재심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법정에 나온 경찰, 고문하지 않았다고 말한 경찰, 여전히 사건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는 경찰들을 위증으로 고소해 국가배상청구소송의 피고로 삼을 생각도 있다"며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죄한다면 두 분의 닫힌 마음이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부는 최씨와 장씨에게 재심에서 무죄 선고와 함께 사과의 변을 밝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재판부는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피고인과 가족들에게 사과한다"며 "재심 판결로 인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피해가 회복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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