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인상됐다는 엄마 목소리에 나도 행복했다
등이 굽은 할머니가 폐지와 종이박스를 쌓아 올린 리어카를 끈다. 느리고 무거운 발걸음이다. 거리의 풍경처럼 한 번씩 마주치는 장면을 보며 생각했다. 중년을 넘어 노인이 되면 어떤 느낌일까. 우리는 돌봄이 요구되는 어르신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또 그들의 안정된 노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엄마는 41년생이다. 마흔에 남편을 잃고 세 아이를 키워냈지만, 35년 후 다시 아들을 떠나보냈다. 엄마는 그렇게 우리 사회의 독거노인이 됐다. 엄마에게 잘해 드리고 싶을 때마다 여행을 떠나고 외식을 한다. 하지만, 나 역시 엄마가 돼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정서적, 경제적 여유가 이전만 못하다. 정부의 기초연금은 그래서 더 고마웠다. 부양의무자만이 아닌 국가가 어르신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 든든했다.
엄마가 받았던 기초연금은 25만 원이다. 병원비와 교통비, 영화 티켓이나 각종 통신요금 역시 어르신 할인이 된다. 현찰로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그 외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그 금액이 다시 인상될 수도 있다는 보도를 처음 접했던 지난해, 엄마도 대상이 되는지 알고 싶었다.
주민센터 담당자는 소득하위 적용 대상자 확인이 어렵다며 지급일에 통장을 확인해 보라고 했다. 보통 인상 대상자는 기존 기초연금을 수급하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일단 엄마에게 말씀드렸고, 기초연금이 지급되는 25일, 다시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통장에 30만 원이 들어왔다는 엄마의 목소리가 행복해 보여 나도 행복했다.
정부가 어르신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이 기존 25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인상됐다. 2018년 9월 25만 원으로 인상된 지 2년 4개월 만이다. 인상 지급 대상이 소득하위 40% 이하에서 70% 이하까지로 확대됐고, 그 안에는 엄마가 계신다.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연로한 어르신의 경우, 오직 자식들의 도움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다. 기존 연금이나 경제적 여력이 허락하지 않는 한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은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과 자식이 커서 부모에게 돌려주는 사랑’이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중년이 부모 부양의 마지막 세대라고들 한다. 취업과 결혼, 그리고 주택 마련이 어려운 요즘 청년들에게 부모 부양은 더더욱 어려운 말이 됐다. 중년의 삶 역시 갈수록 고단해 그 여력을 조금씩 잃어버리고 있다.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의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어르신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다양한 형태로 강화되고 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노인맞춤돌봄서비스’도 그 중 하나다. 이는 일상생활 영위가 어려운 취약층 어르신들을 위한 맞춤형 돌봄서비스로 보통 차상위계층이나 기초생활수급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지난해, 홀로 사시는 지인의 어머니가 창문을 열다 넘어져 고관절에 손상을 입는 사고를 당해 입원 후 재활을 시작했다. 일을 하는 지인이 온전히 어머니를 돌볼 수 없었다. 주민센터에 연락하니 돌봄서비스센터와 연결해 줬다.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니 집으로 방문해 어머니의 상태를 확인했다.
초기 주 3회의 방문을 시작으로 총 20회의 방문이 이어졌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돌봐주고, 가사 일도 도와줬다. 특별히 장애 진단이 나오지 않아도 1년에 한 번씩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다. 이동이 용이하도록 바를 집안에 설치해 주기도 했다.
이러한 돌봄이 모두 무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이 역시 그 대상이 더 확대됐다. 6월 2일부터 현재 43만 명 수준인 서비스 대상자를 50만 명까지 확대하고,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신규 장비 보급 역시 지난해 10만 대에서 올해 20만 대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지자체 및 지역사회 내 복지기관과 협력해 대상자를 적극 발굴할 계획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르신의 노후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고 했다. 누구보다 힘든 시기를 열심히 살아온 어르신들을 위한 지원은 참 반갑고 기분이 좋아지는 변화라 생각한다.
누구도 언제나 젊은 사람일 수 없다. 나이 들고 늙어감에 서러울지라도 정부의 이러한 보장을 통해, 그 삶을 존중받고 대우받는다는 뿌듯함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도 잘 살아왔구나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나 역시 자식으로 받아 온 사랑을 돌려드릴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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