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감사원, 기재부 公기관 경영평가 감사 착수

양연호 2021. 2. 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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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경영평가 전반 점검
작년 公기관 평가 참여위원
"윗선서 점수 조정 요구" 폭로
감사원, 부당개입 의혹 등 점검
공기업·公기관, 감사 결과 주목
홍남기 소신발언 국회 뭇매에
조작의혹 겹쳐 기재부 사기 뚝
감사원이 기획재정부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진행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놓고 곳곳에서 공정성 시비 등 잡음이 새어나오자 경영평가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없었는지 파악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최근 기재부가 재난지원금 등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동네북'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감사원 감사까지 받게 되면서 기재부의 위상이 더욱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기재부에 따르면 감사원은 작년에 기재부가 진행한 2019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를 비롯해 지난 5년간 평가제도 운영 실태에 문제가 없었는지 면밀하게 들여다보기 위해 최근 기재부 공공정책국에 각종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사전 예비감사를 벌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예정된 종합감사를 앞두고 먼저 자료 수집 등 예비감사 단계를 밟고 있다"며 "특히 감사원 측에서 올해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부문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2019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감정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은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반면 KTX와 수서고속철도(SRT)를 각각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은 나란히 낙제점을 받았다.

평가 결과를 놓고 일선 공공기관 사이에서는 실적보다 탈원전, 부동산 정책, '문재인 케어' 같은 정부 정책 코드에 보조를 잘 맞추거나 낙하산 출신인 기관장의 재임 여부 등이 경영평가 성적을 좌우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인 출신인 이미경 전 의원이 이사장이었던 KOICA는 명확한 실적도 없이 2년 연속 평가 등급이 두 계단씩 상승해 작년 A를 받아 뒷말이 무성했다"고 귀띔했다.

심지어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 참여했던 한 평가위원은 평가 과정에서 부당하게 평가 점수를 조정하라는 평가단 윗선의 요구가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 평가위원은 특히 이 과정에 기재부가 개입한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전문성과 공정성을 위해 매년 각계 전문가로 경영평가단을 구성해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기재부는 평가에 부당하게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처럼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자 감사원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경영평가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평가단을 구성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단이 평가 대상 기관에 대해 경영실적 등급을 매기고 최대 300%에 달하는 성과급을 결정하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 기관들이 유리한 평가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평가위원에게 연구용역이나 자문을 맡기는 방식으로 로비를 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과거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는 A교수는 "팀장과 위원들이 보고서를 쓰고 기초평가를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평가단장이 간사 2명과 함께 기관의 최종 등급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평가단장이 경영평가 결과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라며 "공공기관의 로비나 저항을 소신 있게 헤쳐나갈 윤리성은 물론이고 이를 제도적으로도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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