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가습기 살균제 분담금 '엉터리 면제'
살균제 업체 2곳 현장조사
독성화학물질 파악 못해
피해 분담금 면제해 줘
감사원, 주의요구 처분
4일 감사원이 발표한 '가습기 살균제 분담금 면제사업자 조사 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환경부는 2017년 3월 15일부터 한 달간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분담금을 제조업체에 부과·징수하기 위해 업체들에 대해 독성 화학물질 포함 여부 등을 확인하는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업자와 원료물질 사업자가 조사 대상이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 환경부는 일부 사업자 제품에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는데도 이를 인지하지 못해 피해구제 분담금을 면제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시행령 33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판매량이 전체 판매량의 100분의 1 미만 △소기업 △가습기 살균제에 독성 화학물질 불포함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업자만 분담금을 변제받을 수 있다. 업체 현장조사를 통해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지 철저하게 파악하는 것이 환경부 역할이었다.
그러나 환경부는 A·B업체가 제출한 제품의 유효성분 자료에 독성 화학물질인 질산은(AgNO3)이 포함돼 있는데도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이들을 분담금 면제 사업자로 결정했다. 또 C업체 제품에 포함된 독성 화학물질 이염화이소시아눌산나트륨이 독성 화학물질에 해당하는지 확인하지 않고 면제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D업체 제품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청자가 사용한 제품 중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자 진술만을 근거로 독성 화학물질이 없는 것으로 인정했다.
환경부는 법적 권한이 없는 이들을 현장조사에 투입하기도 했다. 분담금 부과를 위한 현장조사는 환경부 소속 직원이 수행해야 한다고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37조)에 명시돼 있으나, 환경부는 부처 소속이 아닌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직원과 실무 수습 중인 시보 공무원에게 조사 업무를 맡겼다. 시보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정규 공무원이 아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다른 환경부 소속 직원과 비교해 소관 업무에 전문성 등 역량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환경부 소속 직원의 지도·감독 없이 독자적으로 조사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환경산업기술원 직원 또한 독자적인 조사 권한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감사 결과 환경부는 분담금을 면제받은 사업자 12개 중 10개를 시보 공무원(8개)이나 환경산업기술원 직원(2개)만으로 조사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환경부의 과실에 대해 한정애 장관에게 담당 공무원에 대한 '주의 요구'를 하는 한편 환경부에 분담금 면제 사업자를 다시 조사해 피해구제 분담금을 부과할 것을 통보했다. 주의 요구는 해임·강등·감봉 등을 요구하는 '징계 요구'보다 낮은 수위다.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31조)에 따라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피해구제 분담금 1250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이 중 제조업체는 1000억원, 원료물질 사업자는 250억원을 부담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신청하는 구제급여는 이 분담금에서 나온다. 201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신청한 인원은 사망자 1562명을 포함해 총 6880명이었다.
[연규욱 기자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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