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녹취록 공개에..법조계 "대법원장, 정치적 중립 의무 저버렸다"

이보라 기자 2021. 2. 4. 16: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김명수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사법행정자문회의 제7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사표를 내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회 탄핵 기류를 의식하며 사직을 반려하는 듯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법조계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 부장판사는 4일 김 대법원장과 면담 내용이 담긴 녹취록과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녹취록에서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에게 “이제 사표 수리 제출 그러한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뭐 그걸 생각해야 하잖아. 그 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되고”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말했다. 임 부장판사 변호인은 이 녹취가 지난해 5월 면담 때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통화에서 “예전에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했듯 이번 경우에도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 명백할 것 같다.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성을 수호해야 하는데 이런 책무를 저버린 것이다. 삼권분립 위반 등 헌법 위반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대법원이 법관 탄핵에 대해 언급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냈으면서 임 부장판사와 이야기할 때는 김 대법원장이 탄핵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들에게 커다란 사법 불신을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이 수사 대상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한 간부급 검사는 “직무유기의 경우 아무 행위도 하지 않아야 성립된다. 김 대법원장은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반려한 행위를 한 것이라 직무유기 적용은 어려울 것 같다. 직권남용 역시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는 이날 오전 대검찰청에 김 대법원장을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상 명예훼손·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단체는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가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고 하는 등 허위사실을 말했다”며 “또한 국회 탄핵 논의로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한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