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택배 대란 위기"..대리점주 '집화 중단' 초강수 왜?

윤다정 기자 2021. 2. 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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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합의기구서 대리점주 의견 반영 안돼" 누적 불만 폭발
CJ대한통운 '분류인력 투입 비용' 부담 문제도 갈등 불씨
CJ대한통운, 롯데택배, 한진택배, 로젠택배 등 4개 택배사 대리점연합회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사회적 합의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택배사 대리점주들이 '집화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지난달 28일 극적으로 잠정 합의안이 도출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진 조치여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택배노조의 경우 가입률이 10% 수준인 반면 택배 대리점 절반 가까이가 택배대리점연합회 소속이다. 실제 집화 중단이 이뤄질 경우 택배 대란의 파장이 더 크다는 얘기다.

택배 4사 대리점연합회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정과 절차를 무시한 이번 추가 합의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점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연합회는 로젠택배·한진택배·롯데택배·CJ대한통운 대리점주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추가 합의 내용이 무효화되지 않을 경우 오는 17일 사회적 합의기구 2차 회의에 불참하고, 같은날 무기한 집화 중단에 돌입할 예정이다.

집화처리는 택배 배송 과정의 첫 단추다. 집화처리를 통해 화물을 한데 모으지 않으면 이후 분류, 배송 작업을 할 수 없다. 택배 4사 대리점 4220여개 중 절반 가량인 2180여곳이 대리점연합 소속이다. 최악의 경우 택배 물량 절반이 배송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분류작업 인력 추가 투입 합의안에 반발하며 오는 17일부터 대리점 집화를 중단할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나섰다. 사회적 합의기구의 작동 과정에서 노조측의 입장만이 과대 대표되어 왔다는 대리점주들의 불만이 이번 합의안을 계기로 터져 나온 셈이다.

앞서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지난달 26일 '택배 분류작업을 회사가 책임지기로 한 사회적 합의기구 1차 합의안을 지키라'며 29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정부·여당이 노조와 택배사를 상대로 설득에 나서는 등 물밑 협상을 벌여 지난 28일 잠정 합의안이 도출됐다. 잠정 합의안에는 4일까지 분류인력 6000명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 롯데택배, 한진택배, 로젠택배 등 4개 택배사 대리점연합회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사회적 합의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중 이를 지지하는 택배차량들이 국회 앞을 지나고 있다. 2021.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대리점연합은 이 과정에 대리점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사회적 합의기구의 한 축인 자신들이 빠진 채 이뤄진 합의인 만큼 원천 무효라는 설명이다.

택배업계에서는 이번 집화 중단은 그동안 쌓인 불만이 표출된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합의기구의 한 축인 대리점의 요구가 1차 합의안이 도출될 때까지 비중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핵심이다. 그간 누적된 불만이 추가 합의라는 계기를 만나 폭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합의기구)는 노조측인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한국통합물류협회(택배사), 대리점연합,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 등 정부 유관부처, 더불어민주당 민생 연석회의, 소비자단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관련해 대리점연합 관계자는 "대형 화주들은 본사에서 영업을 한다지만 그 외 중소형 화주들은 70% 이상 대리점들이 영업하고 있다"며 "택배기사 구인구직부터 고객서비스, CS관리도 대리점이 한다. 이 때문에 합의기구 관계자로 인정받아 같이 의제를 논하는데 정작 (추가 합의 과정에서) 대리점의 의견은 묵살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추가 합의에) 대리점을 빼 놓기도 했지만 대형화주, 소비자단체가 다 들어와 있는데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합의기구에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그렇게 (다른 주체를 빼놓고) 진행한 걸 추후에 듣고서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결국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성길 롯데택배 전국대리점협의회장 역시 "지금까지 정부는 노조 이야기만 듣고 사측이나 대리점측은 중재를 명목으로 끌고 가기만 했다. 의견을 제시해도 모든 것이 하나도 반영이 안 됐다"며 "(추가합의의 경우) 1차 합의안이 나왔음에도 노조에서 '29일에 배송을 거부하겠다'는 한 마디에 정부에서 비밀리에 합의를 하게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J대한통운의 경우 '비용 부담' 문제도 아직 남아 있다. 분류작업 비용과 운용을 본사와 대리점 중 누가 도맡을지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은 이 문제로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전국 지역 서브터미널에 투입한 분류작업 지원인력 3087명을 29일부터 현장에서 철수시키려 했다. 그러나 28일 본사와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일단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공은 다시 사회적 합의기구로 넘어갔다. 17일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대리점주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미 분류인력이 투입된 상황이어서 잠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인력 추가 투입 문제는 비용 문제만 명확하게 마무리된다면 대리점주들도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협상 과정에서 대리점주의 목소리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비용 문제만 매듭지어지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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