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5조 원대 경항모 건조 논란, 해상교통로 보호 위해 필수냐 시기상조냐?
이탈리아 카우보르급 경항모를 모델로 한 한국형 경항모의 개념 설계는 지난해 말 완료됐다. 해군은 이날 공격형 핵추진잠수함(공격핵잠) 2∼7척을 비롯한 최대 17척의 함정과 20여 대의 수직이착륙기 F-35B 스텔스전투기 및 해병대용 상륙공격헬기를 거느린 한국형 경항공모함전투전단 개념 및 항진도(航進圖)를 상정한 조감도를 일반에 처음 공개했다.
지난해 말 합동참모본부회의에서 해군의 경항공모함(정식 명칭 다목적 대형수송함(LPX)-Ⅱ) 건조 사업에 대한 소요(연구개발 또는 구매) 결정을 하면서 한국형 경항모사업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부석종 해군 참모총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경항모 등 미래 전력 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했고,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작전 성능을 보면 상당 부분 타당성이 있다고 보여 프로세스를 밟고 있다”고 경항모 사업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4일 대전 유성구 충남대에서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해군과 충남대 공동주최로 열린 ‘경항공모함 세미나’에서 지난해 말 개념설계를 마친 한국형 경항모 개념 윤곽이 드러났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5조 원 이상의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경항모 건조보다 북한의 전술핵 개발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및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비한 핵잠 및 초음속미사일 개발이 작전효율성 측면에서 더 시급하며 한반도 자체가 불침항모라며 ‘경항모 시기상조론’으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효율성을 고려해 해군용 F-35C를 탑재할 수 있는 배수량 7만t급 이상 중형 항모 건조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정승균 해군 기획관리참모부장은 “육·해·공·해병대 합동작전의 결정체인 경항모 사업은 1996년부터 시작된 사업으로 사업추진 과정에서 찬성과 반대의 모든 의견을 수용해서 건설적인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항공모함전투전단 항진도 공개…해상교통로 보호 위한 경항모 필요성 논쟁
발제자인 길병옥 충남대 국가안보융합부 교수는 경항모전투전단은 2∼7척의 공격 핵잠, 1∼2척의 이지스 순양함, 3∼4척의 이지스구축함, 1∼2척의 미사일 프리깃함, 1∼2척의 보급함 등으로 구성돼 작전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해군은 당초 계획보다 2∼3년 앞당겨 진수식은 2029∼2030년, 2033년 실전 배치한다는 목표다. 개념설계에 따르면 배수량 3만t의 경항모 건조에 2조 원 이상, F-35B 12∼16대 상륙공격헬기 8대 등 함재기 20여 대 도입에 3조 원 등 총 5조 원대 비용과 운용유지비 연 2000억 원 정도를 추산했다. 길 교수는 “F-35B 대신 비용 대비 효과가 큰 ‘한국형 전투기(KF-X) 경항모(LAC) 사업’ 추진 방안도 고려사항”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관점에서 본 한국해군의 경항공모함이 갖는 전략적 비전과 미래’를 주제로 발제한 미국 텍사스 안제롤주립대 브루스 벡톨 교수는 “경항공모함은 전력투사, 대규모 초수평선작전, 평화유지작전을 비롯한 다양한 해상작전을 장기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한국해군의 작전능력은 경항공모함전투단 보유를 통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게 될 것이며, 이는 독립적 작전수행은 물론 동맹국과의 연합연습에서 보다 향상된 능력을 갖추고 참여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벡톨 교수는 새로 도입할 경항모는 독도함보다 크며, 웰덱(Well deck·함 후미에 상륙정이 출입할 수 있는 문)을 제거해 탑재능력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벡톨 교수는 “경항모에서 사용할 고정익 항공기의 성능이 매우 중요하다. 새 경항모는 F-35B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F-35B 확보 시 공습역량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 인도·중국·일본은 이미 경항모를 보유했거나 확보할 계획이 있으며, 한국 해군은 경항공모함 도입을 통해 주변국과 대비해 적정한 군사력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항공모함의 작전·전략적 유용성’을 주제로 발표한 정승균 기획관리참모부장은 “해상교통로는 우리나라 경제와 국민 생활의 생명줄로 1일 차단 시 3100여억 원의 경제손실이 발생하고, 15일 차단 시 제철산업, 제조업, 건설업 마비, 식생활과 대중교통 제한 등 사회혼란이 야기되며, 100일 차단 시에는 국가경제가 붕괴된다”면서 “최근 역내 안보정세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해상교통로를 포함한 해양에서의 국가이익이 위협받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회 국방위원인 신원식 국민의 힘 의원은 “국방부가 말하는 해상교통로 보호는 구축함과 잠수함으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동맹과 외교력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며 “항모는 해상교통로 보호가 아닌 제공권 장악을 위한 전력으로 도입취지도 불확실하다”고 비판했다.
◆‘한반도 불침항모론’ 대 ‘불침항모 무용론’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자체가 항공모함으로 ‘한반도 불침항모론’을 둘러싼 경항모 무용론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신원식 의원은 “일본은 태평양을 직접 면하고 있어 해상작전구역이 광활하고 중국은 해안선만 1만여㎞로 우리는 중국· 일본과 작전 여건이 현저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우리는 현재 청주·원주 기지 등을 통해서도 해상작전이 가능하다”며 “동·서해 중·일 해상 세력이 과밀한 환경에서 항모가 대형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항공모함은 기본적으로 광대한 해역의 제공권을 장악하기 위한 전력으로 우리나라 자체가 항공모함인데 항모 한두 척으로 해상 원양으로 진출해 해상교통로를 보호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승균 부장은 “제2차 세계대전 시 이탈리아 해군력은 수적으로 영국을 압도했으나 항모 함재기를 활용한 영국 해군에 패배했다”며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와 유사한 이탈리아는 당시 이탈리아 반도가 불침항모라는 항모무용론을 내세웠다가 패배했다”고 반박했다.‘6·25전쟁 때에도 항모는 공군력의 한계를 보완하고, 수적열세였던 지상군을 결정적으로 지원했으며, 당시 일본 발진 전투기는 67분 후 현장에 도착해 15∼20분만 작전할 수 있었지만, 항모 발진 함재기는 5∼10분 후 현장에 도착해 장시간 작전을 할 수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 부장은 “항모는 평시 항모전투단(함재기, 호위전력 등)의 존재만으로도 북한 도발을 강력히 억제한다”며 “국지도발 시에는 함재기, 호위전력 함대지 미사일로 도발 원점 타격 임무를 수행, 조기에 원상회복을 가능케 하는 등 항모전투단의 기동성·상징성·타격능력을 활용해 우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 및 능력현시의 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시에는 군사중요시설 등 핵심시설 타격, 수도권 침투 적 특작부대 격멸, 원해에서 공중돌격을 통해 최단시간 내 최소피해로 전쟁조기 종결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변국 분쟁 시 분쟁해역으로 신속하게 전개하고 경항모에서 발진한 전투기는 현장에서 재급유와 재무장이 가능해 재출격 준비시간이 짧으며, 이러한 장점을 활용해 더 빨리, 더 자주 임무수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 부장은 “경항모는 전·평시 해상교통로 보호는 물론 테러 억제, 재해·재난구호, 대규모 해외동포 이송·구출 등 포괄적 안보위협에 대응 가능한 작전적, 전략적 유용성이 뛰어난 최적의 전력”이라고 경항모 필요성을 강조했다.
◆천문학적 경항모 비용 가성비 논란
길병옥 교수는 “경항공모함전단 건설은 국가안보 확립과 경제성장, 첨단 핵심기술 개발 모두에 기여할 수 있는 국방 뉴딜 정책”이라며 “미국과 영국의 항공모함 건조 사례를 볼 때 국내개발을 전제로 하면 조선업 20조 원, 항공우주산업 2조7000억 원 등 산업계 추산 경제적 파급효과는 향후 약 35조8000억 원”이라며 “경항공모함 건조 사업은 방산 내수시장 활성화와 수출 증진,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선순환적 방산 생태환경 조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길 교수는 “미국 핵항모 추진으로 46개 주 2000개 이상 방산물자 공급업체와 연계 580억 달러(약 64조 원), 6만 개 이상 일자리 창출 등 파급효과가 있었다”며 “우리 해군은 경항모 건조에 필요한 180여 개 핵심기술 항목 중 비행갑판 및 플랫폼 설계, 전투·추진체계 등 160여 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개발을 전제로 산업계 추산 경제적 파급효과는 향후 약 35조8000억 원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길 교수는 “경항모는 함 건조에 2조 원 이상, 함재기 20대 및 해상작전헬기 8대 도입에 3조 원, 운용유지비는 통상 건조 비용의 10%임을 고려할 때 연 2000억 원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는 “2019년 국방예산 46조6900억 원 중 전력유지비는 11조2300억 원임을 감안할 때 약 1.7% 정도가 항모 운용유지비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10년 정도의 사업기간을 고려하면 국방 재원 내에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길 교수는 “경항모에서는 조기경보기 운용이 제한되며, 함재기로 F-35B만 선택할 경우 공대지 작전능력과 작전반경 제한이 있다”며 “해군용 F-35C가 상대적으로 무장탑재나 기동성이 우수하나 캐터펄트(catapult·사출장치) 구비가 필수라 경항모에서는 운용이 불가능하며 F-35 가격 비용 대비하면 ‘한국형 전투기(KFX) 경항모(LAC)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고려사항”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항모전투단 구성을 위한 수상·수중 전력 증강 비용이 불가피하다”며 “이미 배치된 전력을 활용한다면 한반도 해역 전력공백이 발생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한정된 제원 속에서 북한 전술핵과 미사일 장사정포 위협을 억제하고 대비하는 능력 확보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며 “해군이 북한·중국 등 주변국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머나먼 원양작전용이자 해군 예산의 블랙홀이 될 경항모 타령하는 것은 단견이고 무책임하며, 국방부와 합참은 더 이상 불요불급한 경항모 타령하지 말고, 전략급 잠수함 및 미사일 전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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