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국공 사태' 번지나..건보공단 상담사 '직고용 요구' 나흘째 파업
"현 민간위탁 구조 가입자·노동자 권리 침해 부적절"
공단 "공공성 핵심 업무 안 맡겨..공단 직원도 반대"
'비정규직 정규직화 갈등' 인국공 사태 되풀이 우려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고객센터 직원(상담사)들이 공단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나흘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사회계의 움직임이 등장했다. 이들은 고객센터 업무가 공적 영역에 해당한다며 센터 직원들을 공단이 직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단 측은 고객센터 업무가 공공성을 가진 핵심 업무라고 볼 수 없다며 직접 고용은 어렵다고 반박했다. 직접 고용 문제를 두고 공단 직원과 고객센터 직원 사이의 입장이 대립하면서 이른바 ‘공정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은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객센터 직원들을 불안정한 민간 위탁으로 내모는 건 공적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고객센터를 직영화하고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는 길이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와 노동자 권리를 모두 보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건보공단의 고객센터는 전국 7개로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11개 협력사를 통해 총 1600여명의 상담사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민간 위탁업체의 정규직 직원이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 1일부터 공단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고객센터 업무는 공적 성격이어서 민간 위탁이 부적절하다는 게 이들의 주된 주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109개 시민·사회단체들은 현재의 민간위탁 구조가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민간 위탁업체에 속한 직원이 가입자들의 개인 정보를 들여다보며 관리하고, 업체에 의해 이른바 ‘콜 수’만 높이게 되다 보니 가입자들이 충분히 상담받을 권리를 훼손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숙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장은 “저희의 직접 고용 요구는 직원들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정보 인권을 챙기고 상담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행동”이라며 “저희 고객센터 직원들은 국민의 개인 정보를 자신 있게 보호하고 있다고 말하며 상담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이러한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고객센터는 단순처리 업무를 협력사가 공단으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는 곳으로, 많은 종류의 상담을 진행한다고 해도 국민건강보험의 공공성을 가진 핵심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단은 이어 업무 특성상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상담이 시작되지만, 그 과정에서 가입자 권리와 이익을 결정하는 때엔 반드시 공단 직원이 직접 수행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 가입자들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고자 매월 정기적으로 협력사가 자체 개인 정보 보호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단은 고객센터 직영화를 두고 공단 직원과 고객센터 직원 사이의 입장이 대립하는 상황도 있어 이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실제로 공단 사무직 노조인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이 조합원 7846명을 대상으로 고객센터 직고용에 대한 의견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7701명 중 5824명, 약 75.6%가 반대했다.
한편 보안 검색요원 등 2000여명의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갈등을 빚었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29일엔 자신을 공단 취업준비생이라고 밝힌 이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객센터 직원의 공단 직고용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이날 오후 4시 현재 6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을 개최한 지지 단체들은 일각에서 지적된 ‘공정성 문제’에 대해 “이 파업의 의미는 건보공단이 어떻게 공공성을 가지고 공단을 운영해나갈 것인가를 묻는 데 있다”며 “고객센터 직원들의 소속이나 지위보다 5000만명이 넘는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파업”이라고 관련 논란을 일축했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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