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많으면 회의 길어져" 日올림픽위원장 여성 멸시 발언 파장

서유근 기자 2021. 2. 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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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 /AP 연합뉴스

모리 요시로(83)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공개 회의에서 여성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4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모리 위원장은 전날 오후 온라인을 통해 열린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임시평의원회에서 여성 이사를 늘리는 문제를 언급하며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현재 20%인 JOC 여성 이사 비율을 40% 이상으로 늘리자는 논의가 있었다.

모리 위원장은 자신이 회장을 맡았던 일본럭비협회에서 여성 이사가 늘었던 것을 사례로 들어 “이전보다 (회의할 때) 시간이 배(倍)로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은 경쟁의식이 강하다”며 “누군가 한 사람이 손을 들고 말하면 자신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여성 이사를 늘리면 발언 시간을 어느 정도 규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회의가 좀처럼 끝나지 않아 곤란해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의에는 온라인을 포함해 51명이 참여했고, 언론에도 공개됐다. 하지만 발언 당시 회의 참석자 사이에선 웃음소리가 나오는 등 모리 회장의 발언을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 온·오프라인에서 쏟아진 비난...외신까지 가세

하지만 모리 위원장 발언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며 그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4일 후쿠시마 미즈호 사회민주당 당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코로나로 인해 올림픽을 치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여성 차별 발언밖에 할 게 없다니 가당치 않다”면서 “이런 의식으로 올림픽을 치르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썼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대표대행을 맡은 렌호 참의원 의원도 “좀 적당히 하라”며 “어떠한 차별도 없이 서로 이해하자는 게 올림픽 정신인데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여자 유도 은메달리스트인 미조구치 노리코도 트위터를 통해 “회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여성 이사의 문제가 아니라 회의 진행자의 수완에 달린 것”이라고 했다.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서도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는 리더는 사퇴해야 한다” “올림픽에 코로나 악재에 더해 새로운 악재로 작용할 것” 등의 비판적 반응이 올라왔다.

해외 언론들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모리 위원장의 발언이 “격렬한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며 인터넷에선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 등도 모리 위원장의 여성 차별 발언을 기사로 보도했다.

일본 언론이 이 같은 외신의 반응을 다시 인용하면서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는 모양새다.

◇ 모리 “아내, 손녀에게도 꾸중 들어” 사과... “사퇴는 안 해”

이에 모리 회장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사과 의사를 밝혔다. 모리 회장은 이날 오전 마이니치신문과 통화에서 “여성을 멸시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해당 발언의 진의는 일반론적으로 여성의 수만 늘리는 것은 생각해 봐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어젯밤 아내에게 ‘여성을 적으로 만들었다’며 호되게 혼났고, 오늘 아침엔 딸과 손녀에게도 꾸중을 들었다”고 말했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모리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리 회장은 “부적절한 발언을 철회하고 싶고, 불쾌한 생각을 들게 해 사람들에게 사과 드린다”며 “(JOC에) 남녀 평등이 명확하게 명문화돼있으며 운영진도 많은 여성이 활약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사퇴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모리 회장은 “사임한다는 생각은 없다”며 “헌신적으로 7년간 일했으니 스스로 사임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언론들은 “여성이 많다고 회의가 길어진다는 근거 자료가 있느냐”고 질문하는 등 집요하게 모리 회장을 추궁해 진땀을 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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